첫 째는 별 생각없이 걸었는데 되돌아보니 꽃길이었었다면, 둘 째는 자신이 직접 불구덩이로 뛰어든 사람이었다. 둘 째는 얌전하고 조용했다. 다만, 그 어떤 것에도 동요를 잘 하지 않았다. 말자가 집에 왔을 때에도 별 다른 반응이 없었고, 첫 째가 오토바이 선배들과 어울려 놀때도 방 안에서 말자와 단 둘이 있을 뿐이었다. 광자씨는 둘 째가 당최 무엇을 하는 지 알 수 없어 답답했다.
첫 째의 방문은 항상 열려 있었지만 둘 째의 방문은 항상 닫혀있었고 심지어 잠겨 있었다. 그곳은 그녀만의 세계였다. 볼 일이 생겨 노크를 하면 문이 빼꼼 열렸고 둘째의 반쪽 얼굴이 드러났다. 그녀의 방은 이곳과 전혀 딴 세상인 것 같았다. 커다란 화분이 침대, 책상, 책장 등 빈 공간에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고 벽지에는 초록빛을 띈 포스터들이 덕지 덕지 붙어 있었다. 그리고 바닥에는 잔디 색상의 러그가 깔려 있었다. 그 위에는 언제나 말자가 앉아 있었고 꼬리를 살랑 살랑 흔들 뿐이었다.
둘 째는 유명한 소설가가 되었다. 둘 째는 대학교를 졸업한 뒤 한 번도 직장생활을 하지 않은 채 집에만 있었다. 그러나, 언제나 돈이 부족해 보이지 않았고 어느날에는 북토크 같은 걸 한다고 덤덤히 말했다.
“북토크에서 너가 뭘 하는 건데?”
광자씨는 둘 째가 웬일로 밖에서 일자리를 구했나 싶었다.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수 많은 인파가 몰리는 쇼핑몰 센터에서 일을 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더욱 믿기지 않았던 건 그곳에서 알바를 하는게 아니라 북토크 주인공이라는 것이었다.
“내가 책을 냈거든. 근데 어쩌다보니 북토크를 하게 되었어”
“네가 책을 썼어? 언제?”
둘 째는 아무렇지 않게 방으로 가서 책 한권을 들고 나왔다. 제목이 <성실한 연애노동자>였다. 광자씨는 안경을 머리 위로 올리고 실눈을 뜨고 책을 뚫어져라 살폈다.
“이거 나 읽어봐도 돼?”
광자씨가 조심이 묻자, 둘째는 끄덕끄덕 했다. 광자씨는 쇼파 구석에 자리를 잡고 한장 한장 곱씹으며 읽었다. 내용은 한 여자가 평생토록 연애를 해오면서 느낀 허무함과 공허함에 관한 소설이었다. 광자씨는 책을 다 읽은 후 이런 생각에 이르렀다.
‘쟤가 연애를 언제 해봤지? 상상으로 쓴건가’
광자씨는 그제서야 둘 째와 소통하는 방법을 30년만에 찾았다. 광자씨는 그 뒤로 소리소문없이 둘 째의 북토크에 몰래 참여하고, 책을 읽고, 둘째가 쓴 글은 무엇이든 쫓아다니며 읽었다. 그곳에는 둘 째가 리얼하게 살아 숨쉬고 있었다. 그리고 광자씨는 둘 째의 첫 북토크에서 처음 알게된 사실이 있었다.
첫 째가 요란하게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찰보리빵을 먹을 때 둘 째는 야밤마다 탈출해 몰래 수 많은 남자들과 밀회를 즐기고 있었던 것이었다. 둘 째는 조용히 큰 일들을 해내고 있었다. 성실하고 대담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