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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y Nov 19. 2018

탐색만 하는 삶

35세, 아직도 진로고민하는 아줌마

  지난 6월 어느날의 일기. (지금은 11월인데 아직도 같은 상태.)

  오늘 한 대학 어학당의 한국어 강사 면접을 보고 왔다. 5시간 뒤 불합격 문자를 받았다. 진로 탐색을 한다는 목적으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거라 면접 보는 것만도 경험이라는 생각이었지만 막상 불합격 문자를 받으니 자존감이 파파팍 떨어지는 느낌이다. 숨고 싶다.

  임신과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5년째,


  5년의 시간이 이렇게 빨리 가다니, 육아와 살림도 해야하지만 더 늙기 전에 뭔가 해야만 할 것 같은 불안감이 자꾸만 든다.


  검색하고 또 검색해 본다. 유학카페에도 가입하고, 한국어 교원 카페에도 가입했다. 준학예사 시험 준비카페까지. (한 때 큐레이터가 꿈이었다.) 이것 저것 탐색은 참 잘도 한다. 남편 왈 ‘너는 탐색만 하다가 일생을 보낼거냐’고 한다. 그건 그렇다. 하나를 정해 공부해 내 수준을 끌어올린 후 도전을 해야하는데 여기 찔끔 저기 찔끔 원서만 넣기 바빴다. 영어 공부해서 유학도 가고 싶고 (공부하더라도 전공 정하는 게 문제다. 미학, 교육학, 테솔, 언어학 다 하고 싶다.) 미국에서 ESL의 좋은 기억때문에 한국어 교사도 하고 싶고, 기간제 교사 시절 만났던 아이들 생각하면 좋아서 교사도 하고 싶고..

  오늘 면접 봤던 걸 생각해보면 나는 ‘타고난’ 교사로서의 능력이 부족한 사람인가(물론 노력 부족이 더 크겠지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동안 나에게 배웠던 학생들 미안해... ) 정말이지 내가 그렇게 면접에서 말을 더듬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적어도 말하기보다는 글쓰기가 나은 것이 확실하다. 아주아주 다행인 것은 우연히 ‘세바시’ 를 통해 최근에 한 연구 결과에 대해 들었는데, 말을 더듬는 등 능숙하지 못한 수업(내가 해 온 수업)은 매끈한 강의에 비해 학생들의 성적 향상에 훨씬 기여한다고 한다. 너무 강의를 잘 하면 학생들이 자기가 다 이해한 걸로 착각해서 더이상 연구를 하거나 고민하지 않는다고 한다.


  35세 아줌마, 대학 입학한 지 15년, 졸업한 지 10년 됐는데 왜 이렇게 하고 싶은 건 많은지. 이제 너무 오래돼서 출신 대학을 쓰는 것조차 민망하다. .. 설렁설렁 보냈던 15년 전의 시간이 지금와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신분제 시대가 끝났는데 자기가 양반이었다고 주장하는 황진사와 같겠지.


  오늘도 아이를 재우고 스마트폰을 든다.

  목표를 빨리 정하기는 해야겠다. 탐색만 하다가 끝나면 내 인생이 억울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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