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벌써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며 아빠는 김밥을 사서 갈 테니 마실 것만 챙겨가라고 물과 음료수를 챙겨주신다. 아빠 자전거는 내가 타고 밭을 오가기 때문에 아빠는 아침 식사거리를 챙겨 슬슬 걸어 나오시는데 2L 물통과 음료수까지 들고 30분을 걷는 건 아빠에게 버거운 일이다.
읍내까지 운전하실 기력은 있으시면서 밭에도 트럭 좀 몰고 다니시지
하지만 운동도 해야 하니 살살 걷는다고 괜찮다고.
매일 어슴푸레한 하늘을 보며 달리던 나의 자전거는밭으로 가는 출근길이 바쁘다.
엄마 혼자 일하러 갔다고 생각하니 페달을 더 빠르게 밟는다.
작업장 옆에 자전거를 세워놓았다.
새벽 5시 반,
어딘가에서 새끼 강아지 우는 소리가 들린다.
이 근처는 다 논이고 밭이라 인근 농가는 저 위까지 올라가야 하는데 윗동네 어느 집 강아지 우는 소리겠지. 나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얼른 어제 일을 마친 곳으로 돌아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아빠가 김밥을 사 왔다며 내 이름을 부른다.
작업장으로 나오라고 손짓을 한다.
그런데 비닐하우스 저 끝에 우리 여보씨가 서 있네?
아 오늘은 토요일이구나.
여보씨는 항상 첫 기차를 타고 아침 일찍 친정집에 왔다.
아빠는 기차역으로 나의 여보씨를 마중 나가며 김밥을 사 온 것이다.
아침에 김밥을 사 온다더니 어쩜 다 계획이 있었어.
그때 나는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 모든 날들이 그냥 다 같은 날,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하루하루가 그냥 덩어리째로 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피곤이 쌓여 늦잠을 잤고 몸이 천근만근 고된 날은 살짝 한숨이 나오는 순간들도 있었다, 오늘은 그것을 달래주려는 듯
작업장에는 맛있는 김밥도 있고,
멋있는 여보씨도 있고,
노란 컨테이너 상자 안에 새끼 강아지도 있다.
응? 웬 강아지?
부모님 댁에는 항상 아빠를 따라 밭을 오가는 하얀 강아지가 있었다. 윗니와 아랫니가 어긋나 가만히 있어도 어긋난 치아가 웃는 얼굴을 만들어내 여보씨와 내가 '해삐'라고 이름 지은 그 강아지가 아니다 근데.
아빠는 새벽에 나를 보내고 곧장 따라 밭에 나왔다고 했다.
읍내에 나갈 때까지 몇 시간이 비는데 잠은 안 오고 몸 상태도 좋으니 작업장에 나와 토마토 박스라도 접는다고 그러셨을 것이다.
작업장에 앉아 토마토 박스를 접는데 새끼 강아지 짖는 소리가 자꾸 멈추질 않고, 어느 순간 들어보니 점점 더 가까워지길래 그 소리를 따라 물 내려오는 똘강을 거슬러 올라갔다고. 웬 새끼 강아지 한 마리가 똘강에 빠져 물에 떠내려 가지 않으려고 가장자리에 난 풀을 붙잡고는 낑낑대고 있더란다.
아 새벽에 내가 들은 그 강아지 소리.
물에 빠져 낑낑대고 있었구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요놈 귀엽게 생겼네?
엄마 아빠는 강아지 한 마리로 충분하니 동네에 개 키운다는 집이 있으면 준다고, 부모님이 알아서 하시려니 그렇게만 생각했다.
내가 여보씨 손을 잡고 우리 집으로 돌아오던 마지막 주말, 우리는 해삐와 아직 이름이 없는, 어쩌면 금방 다른 집에 갈 테니 여기서는 계속 이름이 없을 그 새끼 강아지와 신나게 밭을 뛰어놀았다.
똘강에 오래 빠져있었나보다
피부병이 오는지 털이 군데군데 빠지고 있었다.
우리 부모님은 강아지를 반려견이라기보다 가축으로 생각하시는 옛 시골분들이라 피부병을 고치러 동물병원에 가는 것은 고사하고 어디 갔다 버리지만 않으면 다행이었을 것이다.
아산 우리 집에 온 여보씨가 그 강아지를 데려다 키우고 싶다고 말한다.
우린 시골동네에 살고
마당도 있으니
자기가 산책도, 목욕도,
필요한 것은 다 하겠노라며
나를 설득하기 시작한다.
나는 살면서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사람이라 잠시 고민했지만 동물도 강아지도 참 예뻐했으니 알았다며 동의했다.
그리고 그는 우리가 그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아주 공손하고도 절실하게 영어 문장을 만들어 번역기에 넣고는 완성된 한글메시지를 봐달라며 나에게 내밀었다. 우리 아빠에게 보내는 문자다.
딸 사위에게 좋은 것만 주고 싶어서일까, 이 강아지는 피부병도 있고 시골에 돌아다니는 아무 개라며 아빤 더 예쁘고 품종 있는 멋진 강아지를 데려다 키우라 하신다.
아니요.
꼭 그 강아지여야 한대요.
우리가 데려다 피부병도 고쳐주고 가족 할래요.
아빠는 항암치료가 더해갈수록 더 이상 운전을 하면 안 되겠다 하시며 차가 없는 우리에게 트럭을 가져가 사용할 것을 권유했다. 아빠가 병원을 오갈 때 모셔다 드리고 우리는 시골 트럭이지만 차가 생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