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에서 뭐가 떨어졌는지, 베란다 뒷문이 닫히는 소리인지, 여보씨와 그렇게 잠에서 깼다. 여보씨는 플래시를 들고 밖을 살피러 나가고 집에 누가 들었나 무서운 와중에도 아 새벽 4시에 잠이 깨다니 나는 내심 기쁜 마음이 들었다.
'내일은 꼭 새벽 4시에 일어나 글을 써야지.'
매번 마음속으로 다짐하지만 눈을 뜨면 밖이 훤하게 밝은 날이 도대체 몇 번째인 거야? 완벽한 글쓰기란 아무렴 깜깜하고 이른 새벽에 호롱불을 밝히고 앉는 것이야 말로 제대로 된 시작이라는 몹쓸 환상이 있었던 나는 이 황금시간에 늦잠을 잤다는 이유로 글쓰기를 계속 미뤄왔던 것이다.
그래서 집에 도둑이 들었을지도 모르는 이런 상황에 일찍 일어난 게 내심 기쁘다니 나 원 참.
밖에서 들어온 여보씨는 옆집의 '술-좋아하는-아저씨'께서 벌써 일어나 마당일을 하신다며 집 사잇길을 오가다 우리 집 창고벽과 쿵- 부딪히지 않았나 싶다고. 아 참 우리 집은 아니고,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는 지금 친정집에 며칠 와서 머무르는 중이다.
여보씨는 다시 잠자리에 들었지만 이때다 싶은 나는 양치질을 끝내고 1분 간격으로 시간 알람을 설정한 뒤 스트레칭을 시작한다. 새벽 호롱불에글을 쓰기 전스트레칭까지 할 시간이 있다니 이 얼마나 완벽한 하루의 시작인가, 꺄 나는 너무나 신이 나고 흐뭇했다. 둥둥둥 1분씩 알람 소리가 울릴 때마다 스트레칭 동작을 바꿔가며 지그시 눈을 감고 오늘 처음인데 무슨 글을 쓰지? 온통 이 생각뿐.
아니 그 많은 Here and Now에 집중하라는 책을 읽으면서도, 스트레칭을 하는 지금 마음은 벌써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니 순간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다시 심호흡을 한다.
습 습- 후 후-
들숨과 날숨을 크게 내쉬며 허벅지 안쪽 근육이 늘어나는 시원함에 집중할 거야.
스트레칭을 마치고 따뜻한 물을 한잔들고 나는 노트북 앞에 앉는다. 아 아직도 밖이 깜깜하구나. 글을 쓰는데 정말 제대로 된 새벽이다! 이 얼마나 완벽한 시작인가 흐뭇해 하지만 무엇을 하기에 완벽한 순간이란 게 정말 있는 것일까. 황금새벽을 놓쳤다는 그 생각때문에 글쓰기가 이렇게나 미뤄진 거면서.
Just do it.
완벽주의자들은 일의 시작을 미루는 경향이 있다.
나이키 슬로건처럼 그냥 Just do it으로 시작해 버리는 연습을해야겠어요. 그렇게 하다 보면 살이 붙고 다듬어지겠지요.
그러나 어쨌든 오늘 아침은 완벽한 글쓰기의 새벽을 맞이했잖아요? 시작이 반이라니 저 벌써 반은 온 거예요.(셀프칭찬은중요해^^) 아 이 작은 성취감들~ 기분이 너무 좋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