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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armycanada Aug 26. 2020

02. 브런치 작가가 되다

작가님! 이라고?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블로그에  밴쿠버 카페에 대해 가끔 리뷰를 남기고 있었지만, '진짜 글'을 쓰려고 하니 첫 줄부터 막혔다. 무엇에 대해 쓸지도 막막해 캐나다에 있을 때 복잡했던 생각이나 그날 있었던 일을 막 써 내려갔던 -일기인지 메모인지 모를- 노트를 펼쳤다. 일 년이 넘은 기억들이 디테일하게 살아날 수 있을까 싶었던 건 기우였을 만큼 노트의 기록은 오래된 기억을 생생히 되살려 주었고, 그렇게 나의 첫 에세이 '타케시와 김치전'을 완성할 수 있었다. 완성된 글을 다시 읽으니 에세이인지 일기인지도 구분이 안 갔고, 흐름은 엉망인 데다, 문장은 어색했지만, 글의 완성도를 떠나 뭔가 개운함을 느꼈다. 꽉 차 있던 머릿속이 디톡스를 한 것 마냥 가볍게 느껴졌다. '써야 하는 사람은 써야 한다'는 장강명 작가의 말처럼, 글을 쓴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 거의 본능에 가까웠나 보다. 그렇게 에세이를 하나둘 완성해갔다. 어느 날은 한 문장도 쓰기가 버거워 며칠 내내 한 주제로 낑낑댔다가, 또 어떤 날은 생각지도 못하게 한 번에 꽤 맘에 드는 글이 완성되기도 했다.

  

  그렇게 여덟 번째 글을 완성할 때 즈음, 우연히 다음 홈페이지에 접속했다가 브런치를 발견했다. 영상과 사진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도 여전히 글을 사랑하는 브런치 작가들의 재치와 입담은 충격이었다.  출간 작가들을 통해서만 볼 수 있었던 '책'이라던가 '글'이 아닌, 나와 같은 사람들의 생각을 담은 글을 이렇게 맘껏 볼 수 있다니. 세상에. 


  네이버에 쓰던 글을 브런치에 쓰는 것이 훨씬 더 나에게 맞다고 느껴 바로 가입을 했다. 가입만 하면 글을 맘껏 올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위해서는 작가'승인'이 필요하단다. 뭘 어떻게 하는 건지 알 턱이 없는 나는 검색을 시작했다. 역시 인터넷 세상에는 많은 말들이 존재한다. 


- 브런치 작가 승인은 쉽지 않다 vs 그렇지 않다

- 브런치 작가 승인은 유명할수록 유리하다 vs 그렇지 않다

- 현직 작가들도 브런치 승인이 거절될 수 있다 vs 그렇지 않다 등등


어떤 이들은 수없이 재도전을 해 간신히 승인을 받았다고 했다. 나는 글을 잘 쓰는 사람도, 유명한 사람도 아니다. 이렇게 브런치 작가 N수생이 되어버리는 건 아닐까 싶어 신청을하기도 전에 나는 덜컥 겁이 났다. 



  





 여태껏 작성했던 에세이 3~4개 정도를 추렸다. 신경 써서 글을 곱게 다듬었다. 유명인도 아니고 프로 작가도 아닌 내가 승인을 받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3개의 에세이일 테니. SNS 계정은 비공개이기 때문에 넣지 않았고, 기존에 하고 있던 블로그 역시 유명한 블로그가 아니라 넣지 않았다. 정말 '글'만으로 승부하겠다는 일종의 겁을 상실한 도전이었다. 신청 버튼을 누르기까지 그 짧은 순간 동안 걱정이 먼저 앞선다. 


'신청이 거절되면, 어떻게 다시 도전을 해야할까?' 

'이 정도로 재능이 없다면 글을 쓰는 걸 멈춰야 하는건가?'


하는 생각들이 스쳐가지만 만약 승인이 거절된다면, '문제를 직시하고 고쳐나가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냥 눌러버린다. 그리고 하루 뒤, 메일이 날라왔다. 







 브런치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유명할 필요도 없고, 글을 많이 써본 사람이 아니어도 된다는 것이 증명되는 순간이다. 역시, 글을 향한 진심은 어디에나 통하는 법인가보다. 흡족한 마음으로 메일을 몇 번이나 읽었다. 마음을 간질거리는 '작가님'이라는 말이 자꾸만 나를 웃게 한다. 머리털 나고 처음 들어보는 호칭에 괜히 기분이 들뜬다. 직업이 한 인간을 정의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작가'라는 단어가 나를 정의한 데도 기분이 썩 괜찮을 것만 같다. 

  새로운 글을 쓰기 위해서 앉은 컴퓨터 앞에서 예전과는 조금 달라진 나를 발견한다. 앞으로, 글을 쓸 때는 더 긴장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을 너무나 사랑하고 그래서 멋진 브런치 동료 작가들에게 누가 되지 않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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