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페어와 작가와의 관계
안녕하세요
예술경영을 공부하는 이지현입니다.
한 동안 글을 쓰지 않다가 최근 제가 첫번째로 쓴 글의 뷰가 2000회를 넘었다는 알림이 와서 정신차리고 돌아왔습니다.
현재 <아트부산 2018>이 개최되고 있습니다. 저는 일정상 가지 못하는 관계로 지인들의 SNS 포스팅과 보도자료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하는 와중에 이와 관련된 짤막한 글을 써볼까 합니다.
종종 저는 SNS를 통해 '이번 ㅇㅇ 아트페어에 참가합니다.' 라고 홍보를 하시는 작가님의 포스팅을 봅니다. 이에 대하여, 아트페어는 작품이 다시 거래되는 시장인데 왜 참가한다고 하는지, 작가가 왜 굳이 나서서 셀프홍보를 하는지 등의 의문을 제기하시는 글도 보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아트페어와 작가의 관계'에 대한 저의 생각을 적어봅니다. 그에 앞서 미술시장의 유통 구조를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미술시장실태조사'와 같은 공공기관에서 발간하는 자료집과 여타의 도서에서는 주로 1차 시장을 화랑(갤러리), 2차 시장을 경매장(옥션)이라고 설명합니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필자는 최근 미술시장의 유통 구조가 다양해지고 있음을 느껴 아래와 같이 표로 정리해보았습니다.
*이 표는 우선적으로 미술품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아트마켓에 관한 것이며 비영리 전시를 포함한 미술계의 전체적인 흐름은 다음 편에서 소개해보겠습니다.
미술품이 판매되는 최초의 시장입니다. 주로 이 시장은 상업 갤러리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갤러리는 당연히 상업적인 공간인데 굳이 앞에 '상업'을 적은 이유는 대안공간을 비영리 갤러리라고도 하기 때문에 이와 구분하기 위함입니다.
1차 시장에는 당연히 작가가 직접 판매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크게 작가 직거래와 졸업전시 판매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작가 직거래의 경우, 작가가 아무런 매개없이 컬렉터를 아는 경우는 드물겠지요. 하지만 예전에 자신의 작품을 갤러리를 통해 구매한 적이 있던 컬렉터에게 몇 년 뒤 신작을 사고 싶다는 연락을 받고 직거래를 한다면 이는 1차 시장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작가 스스로 SNS를 통해 팔로워들과 소통하며 작품을 직접 판매하기도 합니다. 우연히 작가의 작업이 아카이빙 된 웹사이트에 방문하고 그 곳에 적힌 연락처를 통해 작품을 구매할 수도 있겠죠. 또한 작업의 성격에 따라 텀블벅과 같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통해 후원자를 위한 후제작 형태로 작업을 하는 시각예술분야 아티스트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미술대학의 졸업전시에 참여한 학생 작품이 판매되는 경우입니다. 회화의 경우 개인 컬렉터가 구매하기도 하지만 졸업전시의 작품은 주로 투자의 목적이 아니며 가격대가 기존의 작가의 작품에 비하여 낮기 때문에 우연히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에 의해 구매가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친척을 포함한 지인의 격려 섞인 구매도 종종 이루어지곤 하죠. 또한 대학원 졸업전시의 경우 갤러리스트가 기획전시를 제안할 수도 있습니다. 조각과 설치 작업은 기업이 구매하기도 합니다.
다음은 작가미술장터입니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작가의 미술품 판로 개척을 지원하기 위하여 2015년부터 시작한 지원사업을 지칭합니다. 이렇게 진행된 작가미술장터는 화랑과 같은 중간 매개자가 없기 때문에 소장자는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 할 수 있고 기존 미술시장의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 작가들에게는 좋은 판매 기회가 주어지게 됩니다. 대표적인 작가미술장터로는 유니온아트페어, 더 스크랩, 그림도시, 굿-즈 등이 있고 올해도 아래와 같이 사업이 진행됩니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의 역할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앞으로도 중요해질 것이라 예측합니다. 작가가 직접 작품을 올리면 유저들이 마음에 드는 작품을 구매하는 형태의 다양한 어플과 사이트가 있습니다. 네이버 아트윈도, artisty가 대표적입니다. 미술품 렌탈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픈갤러리 또한 렌탈 후에 구매가 이루어질 경우 1차 시장에서의 거래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국내 최초 할부로 미술품을 구매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갖춘 에코락갤러리를 통한 거래도 신선한 1차 시장의 거래 방식입니다.
한번 판매된 미술품이 재판매되는 모든 시장을 말합니다. 미술작품을 작가, 컬렉터, 딜러 등을 통해 위탁받아 경매 방식을 통하여 매매하는 미술품 전문경매회사(Art Auction)가 대표적입니다. 국내에서는 서울옥션과 K옥션이 있습니다. 옥션은 위탁 수수료와 판매 수수료를 통해 수익을 추구하지만 최근에는 미술품 뿐 아니라 희소성이 있는 물건과 유명인과의 식사권 등의 경험을 판매하기도 하고 아트 컨설팅, 아카데미 등을 통하여 수익을 다각화하고 있습니다. 어플을 통해 온라인으로도 경매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작품을 소장한 최초의 컬렉터가 옥션을 통하지 않고 바로 다른 컬렉터에게 판매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양측 모두 옥션에서 거래시 발생하는 수수료를 절감할 수는 있으나 작품의 안전한 배송과 보증서 발급 등과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없으며 가격이 투명하게 공개 되지 않는 다는 점이 단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1, 2차 시장의 기능을 동시에 하는 이로서 아트딜러를 꼽을 수 있습니다. 프라이비트 아트딜러는 갤러리라는 물리적인 공간 없이 콜렉터에게 작품을 연결하고 커미션을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프리랜서 딜러입니다. 다수의 컬렉터 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이라면 갤러리 임대와 전시를 위한 비용 없이 개인 사무실과 자택에서 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꽤나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트딜러는 그 성격에 따라 아직 거래되지 않은 작품과 시장에서 이미 거래된 작품을 모두 다룬다는 점에서 1, 2차 시장을 모두 담당하는 주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글이 시작된 이유이기도 한 아트페어입니다. 아트페어(Art Fair)란 다수의 화랑이 일정한 장소에서 미술작품을 판매하는 전시행사를 말합니다. 비엔날레가 각국의 현대 미술 동향과 흐름을 보여주는 교육적 의미가 강하고 미술을 통한 국제 교류에 목적을 둔 미술행사라면 아트페어의 최종 목적은 판매입니다. 주요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으니 컬렉터 입장에서는 매우 효율적인 쇼핑의 장이라고 할 수 있겠죠. 다양한 의류 브랜드가 모여있는 백화점에 비유한다면 브랜드 매장은 갤러리, 각각의 의류는 작품, 백화점은 아트페어가 될 수 있겠습니다.
아트페어의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는 처음 시장에 나온 작품과 다시 거래되는 작품을 모두 선보이는 행사라는 것입니다. 다시말해 1, 2차 시장의 기능을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에 작가마다 아트페어에 자신이 어떠한 형태로 관여하는지를 설명하는가는 다를 수 있습니다. 가령 갤러리의 기획전시로서 작가의 신작을 아트페어에서 처음 선보인다면 그건 프라이머리 마켓입니다. 반면 사후 작가의 작품들이 여러 갤러리 부스에서 동시에 판매되고 있다면 그건 세컨더리 마켓일 확률이 높습니다.
대표적인 국내 아트페어로는 한국국제아트페어, 화랑미술제 등이 있고 해외에는 바젤과 아모리 쇼 등이 있습니다. 2007년을 전후로 저가 작품을 판매하는 소규모 아트페어가 급속히 늘어났었고 최근에는 한명의 작가가 개인적으로 부스를 꾸려 진행되는 작가 참가 형식 아트페어도 개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형태의 아트페어를 지원하는 것이 앞서 말한 작가미술장터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처럼 아트페어 시장은 다양하고 복잡합니다. 또한 짧은 기간 동안 인텐시브하게 진행되는 판매 목적 시장인 만큼 갤러리와 작가의 고도의 전략이 필요합니다. 아트페어 주최 측에서도 매출을 올리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내세웁니다. 가령 주요 컬렉터에게는 프리뷰에 입장할 수 있는 VIP티켓을 지급하여 누구보다 빠르게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며 판매를 촉진하는 것이죠. 또한 초보 컬렉터와 공부를 목적으로 방문한 학생 등을 위하여 도슨트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잠재 고객으로서의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만약 아트페어에 참가하는 갤러리가 특정 작가의 신작을 처음 선보이는 기획전시의 형태로 참여하게 된다면 작가 스스로도 아트페어 참여 소식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좋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갤러리와 작가는 아트페어에서 완판을 하겠다는 목적보다는 주요 미술계 인사들이 모이는 아트페어에서 자신의 작업을 알리는 홍보의 수단으로 아트페어 참여를 선택할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국내 아트페어의 경우 대부분 하나의 갤러리가 여러 작가의 작품을 가지고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판매 확률을 높여 리스크를 낮추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작가는 cv(작가 약력)에 아트페어에 자신의 작품이 나왔거나 거래된 이력을 기재하지 않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상 미술품 거래가 이루어지는 시장을 분류하고 그것에 해당하는 형태를 최근 흐름을 포함하여 정리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마켓 중 가장 복잡해 보이는 아트페어와 작가의 관계에 대하여 생각해보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트페어는 판매를 목적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어떠한 형태로 아트페어에 참여하느냐에 따라 작가와 갤러리가 취해야 하는 전략과 홍보방식, 그리고 추후 자신의 약력에 기재유무가 달라질거라 생각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앞서 언급했듯 판매 뿐 아니라 다양한 목적과 형태로 이루어진 미술계에 대한 글을 써볼까 합니다. 이렇게 말해놔야 쓰기 때문에 미리 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