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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pril Lee Nov 22. 2017

문화예술경제학을 발전시킨 학자 5


문화 경제학(cultural economics)이라는 학술 용어가 정착된 것은 대체로 1960년대 이후로서, 미국 학자들이 중심이 된 문화경제학회가 국제적 규모로 성장한 것으로부터 유래한다. 미국의 윌리엄 보몰의 한 권의 논문을 시작으로 문화경제학이 대두되고 학문적으로 발전하면서 예술경영학도 탄생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다. 그러나 이미 19세기 후반 유럽에서는 문화, 예술을 자본주의 사회의 노동 및 일상생활과 연관시키면서 문화, 예술이 경제발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본격화되고 있었다. 따라서 미국에서 문화경제학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유럽, 특히 영국의 네 명의 학자를 먼저 알아보고 마지막으로 윌리엄 보몰을 소개해보려 한다.

 


참고한 두 권의 도서를 먼저 소개한다. 두 책 모두 번역본이 아닌 국내 학자의 저자이다. 첫번째 문화예술경제학 도서의 저자인 소병희 교수는 현재 국제문화경제학회(ACEI)의 집행위원을 맡고있으며, 문화경제학 분야에 많은 논문과 저서 등의 학문적 업적을 이루어 온 학자이다. 두번째 문화예술경영 도서의 저자인 박신의 교수는 현재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주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1. 존 러스킨 

(Jonh Ruskin, 1819~1900)


19세기 영국의 화가이자 미술평론가이며 경제비평가였던 존 러스킨에 의하여 문화와 경제의 논의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당시 자본주의 사회가 야기한 경제적 구조의 병폐를 깨닫고 이를 극복할 정치경제학을 제시하였는데 이 밑바탕에는 그가 가진 예술에 대한 신념과 확신이 있었다. 특히 그는 영국 자본주의 사회가 초래한 소득 분배의 불평등, 빈부 양극화 등과 같은 문제들의 해결 방안에 관심을 갖고 경제학적 연구와 사회개혁을 위하여 몰두하게 된다. 미술평론과 경제학연구를 동시에 하며 동시대 학자들에게 순수한 경제학자가 아니라는 눈총을 받기도 했고, 실제로 그의 논문들이 종종 잡지 편집자로부터 게재를 거부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러스킨은 심미학적 논의와 경제학적인 논의를 함께 하면서 예술은 인간 생명과 생활의 발전을 가져오는 기능을 하며 보편화된 생활양식과 필연적인 관계가 있다고 주장하며 그의 연구를 지속하였고,  그의 문화사상은 각국으로부터 인정받기도 했다. 


그의 문화경제학의 핵심은 고유가치(intrinsic value)와 유효가치(effectual value)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고유가치란 특정 사물의 본질적 가치로서 인간이 이 가치를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유효가치를 창출해 내게 된다. 즉, 유효가치란 인간이 예술에 대한 향수능력을 가지고 고유가치를 향수할 때 발생하는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유효가치는 금전적인 부와는 다른 성격인 정신적인, 그리고 감성적인 부를 만들어낸다. 인류는 과거로부터 고유가치를 계승하고 새롭게 창조하여 다음 세대에 인계함으로써 고유가치를 이어간다는 것이다. 러스킨은 사회구성은이 이런 "향수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라고 주장했다.



2. 윌리엄 모리스 

(William Morris, 1834 ~1896)


모리는 러스킨과 동시대 학자이다. 모리스는 영국의 작가, 시인, 공예디자이너, 사업가이면서 사회주의자였다. 당시의 그는 벽지, 스테인드글래스, 옷감, 태피스트리, 카펫 등의 디자인에 직접 종사사한 예술가 또는 장인(crafts man)으로서 명성을 얻고 있었다. 그는 실용예술과 장식예술을 예술과 노동, 노동과 삶, 그리고 삶과 예술을 융합하는 중요한 예술로 인식했다. 


 신업화가 진행됨에 따라 싸구려 제품이 공장에서 양산되어 가내수공업자가 공장근로자로 전락해 버려서 그들로부터 예술성을 앗아가게 된 것을 안타까워했다. 예컨대 자본주의의 확산에 대해 글을 쓸 때, 그는 “예술은 자본주의에 의해 족쇄에 묶여 있으며 이 체제가 지속되는 한, 예술은 자본주의적 문명에 의해 압살될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이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부자들만이 수공업자의 공예품을 주문하고 살 수 있게 되어 장식예술은 부자들에게 희롱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이 그들의 삶을 스스로 통제해야 창조적 노동이 가능해진다고 생각하였으며 산업 다자인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중요성을 일찍 깨달았던 선구자이다. 개별적 주체로서의 인간의 창조성이 충분히 발휘되고 강요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노동하는 사회 그리고 노동과 예술이 결합하여 삶이 예술이되는 그런 사회가 그의 이상이었다. 



3. 존 메이나드 케인즈

(John Maynard Keynes, 1883-1946)

정부가 민간의 경제활동을 적극적으로 보조하여 유효수요를 창출하고 불황을 극복해야 한다는 혼합경제 개념을 등장시킨 이른바 ‘케인즈 혁명’의 주역으로 잘 알려져 있는 케인즈는 거시경제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을 뿐 아니라 문화경제학 발전에도 기여했다. 그는 20세기 영국 예술운동의 하나인 ‘블툼스베리Blooms bury 그룹’(1907-1925)에의 참가, 카마고 발레 협회(1930)의 설립, 캠브리지 예술 극장(1936)의 건설, ‘음악 및 예술장려위원회’(1942)의 설립, 그리고 예술평의회의 초대 회장 취임 등 일생 동안 변함없이 예술과 문화에 관여했다. 그에게 있어서 예술은 목적이고, 경제는 이를 위한 수단이었다. 예술이나 문화는 문명 그 자체이며, 이를 보호하려는 사회에는 이상이 아직 살아 있는 한, 경제도 이를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정부의 역할에 대한 전통적인 생각을 변경시켜 예술문화에의 공적 지원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문화정책에서 자주 언급되는 '팔 길이의 원칙'을 처음 주장한 사람이 바로 케인즈이다. 이 원칙은 정부가 지원은 하되 예술단체의 자주적 운영을 보장하기 위해서 한팔거리 정도 떨어져 있으면서 간섭하지 말아야 하다는 원칙이다. 그는 또한 중앙위원회는 지방위원회로 권한을 이양하여 독립된 지방 단위로 업무를 집행하고 예술지원조직은 정부, 예술협회, 그리고 기업이 연대하여 구성할 것을 주장했다. 이 전통이 아직도 영국의 예술정책에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4. 알랜 피콕

(Alan T. Peacock, 1922 ~2014)

피콕은 영국의 BBC방송 재정지원위원장과 스코틀랜드 예술위원회위원장을 지내면서 방송과 공연예술 및 지적재산권에 대한 연구로 문화경제학에 기여하였다. 또한 그는 재정지원의 대산이 공급자(생산자)측과 수요자(소비자)측 중 어느 쪽이 되어야 하는지를 연구한 결과 두 가지 논점에서 공급자측 대신 수요자측에 재정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경우 일정 규모를 넘어선 다수의 공연예술단체들은 주로 대도시에 밀집해 있다. 지원을 받은 예술단체들이 더 많은 지방 순회연주를 하지 않고 도시에만 공연할 경우, 공연단체가 받은 재정지원은 입장료 인상을 억제하는 기능을 갖기 때문에 1인당 소득수준이 지방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도시 관객들에게만 저렴한 가격으로 봉사하는 것이 된다. 그렇게 되면 문화혜택의 분산을 성취하지 못한다. 그리고 재정지원이 공급자측에 주어질 경우 정부가 주체가 되어 누가 재정지원을 받을 것인지를 결정하게 되어 소비자의 주권을 침범하고 문화적 독점이 발생할 여지가 생긴다는 것이다. 


대신 문화바우처(상품권, voucher)라는 지원방식으로 수요자에 대한 재정지원을 도입할 것을 제창했다. 이 방식은 저소득층에게 문화제공의 기회를 확실히 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실시한 문화바우처정책인 문화누리카드도 그 실효성에 있어서 확실한 답이 나오지 않고 있는 듯하다.  



5. 윌리엄 보몰

(William Baumol, 1922 ~ 2017)


미국의 경제학자이면서도 개인적으로 그림도 그리고 목공예를 가르치기도 한 윌리엄 보몰은 공연예술의 경제적 딜레마(Performing ArtsThe Economic Dilemma)》라는 보고서를 윌리엄 보웬과 공저로 1966년도에 출간하였다. '연극, 오페라, 음악 그리고 무용에 공통된 문제에 대한 연구'라는 부제를 갖고 있는 이 보고서는 공연예술이 생산성 지체 등으로 재정적 문제를 맞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풀 것인가 하는 질문과 전망을 담았다. 이들은 공연예술에 들어가는 제작비용의 증대가 이 분야의 생산성 증대보다 항상 더 빨라서 만성적인 적자를 면치 못한다는 것을 보고했다. 이들이 지적한 이런 현상을 후학들이 보몰의 비용지병(cost disease)으로 명명하기도 한다.


 어쨋든 이로 인해 문화경제학이라는 학문 분야가 자리를 잡게 되는데 결정적 기여를 함과 동시에 공연예술에 대한 공공지원이 왜 필요한지를 연구함으로써 정부가 예술을 지원하기 위한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게 된다. 이 논문의 계량경제학적 분석이 자극제가 되어 1970년대에 문화경제학 연구가 활발해졌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데이비드 스로즈비(David Throsby)는 문화경제학 분야에서 많은 논문과 책을 써서 문화경제학을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한 학자 중 한명이다. 




우리나라는 1998년 한국문화경제학회(www.kace.kr)를 창립하여 학회지인 문화경제연구를 출간하고 있으며 1994년에는 한국메세나협회(https://www.mecenat.or.kr)가 창립되어 기업과 예술활동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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