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을 시작하다!

지금 생각해도 참 잘 한 결정

by 쟤봉

원장님이 말씀하셨다. "ㅇㅇ이(첫째)가 숲에서 자라면서 생긴 내면의 힘은 제도권 교육에 들어가면 생각보다 빠르게 없어질 거예요. 제도권으로 보내기 너무 아까워요." 원장님의 제안을 받고 잠시 고민을 하게 됐다. 솔직히 말해 대안교육은 우리의 선택지에 없었다. 대안교육에 대한 편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 당시 나의 머릿속의 대안교육이란 제도권 안에서 적응이 어려운 아이들, 소위말해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거나, 학교 학습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었다. 하지만 조금 더 깊게 생각해 보니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세상 모든 아이들은 다 다르다. 천편일률적인 교육이 아닌, 아이들 개개인의 특성과 속도에 맞게 교육을 하고 잠재된 능력을 개발시켜주는 것이 참된 교육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유치원에서의 교육 환경이 초등학교까지 단절 없이 자연스럽게 지속될 수 있도록 대안교육을 시작하게 되었다.


대안교육을 한다고 하니 주변에서 걱정 반 호기심 반으로 질문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제일 많이 받은 질문은 "하루 종일 학교에서 노는 거야?", "나중에 제도권 학교로 돌아갈 수는 있어?", "대학 진학은 어떻게 하려고?", "비용이 많이 들지 않나?" 등이었다.


첫 번째 질문에 답을 해보자면, 일단 하루 종일 논다고 할 수도 있고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이것이 무슨 의미인가 하면, '노는 형식으로 무언가를 배워온다'라고 설명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것 같다. 아이들은 매주 정해진 핵심 주제로 한 주 동안 깊이 배우며 성찰 시간을 갖는다. 예컨대 <가을바람>이라는 주제가 선정되었다면, 가을바람은 어떤 원리로 불어오는 것인지 원리를 배우고, 숲에 나가서 가을바람을 몸소 느껴보며, 가을바람과 관련된 노래와 시를 배우고, 가을바람을 주제로 한 글도 써보게 된다. 이렇게 하나의 주제를 오감을 통해 일주일 내내 학습하다 보니 깊게 각인될 수밖에 없다.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이 아닌 스스로 호기심을 가지고 연구하며 느끼고 그것을 다시 재구성하는 과정의 교육은 지루할 틈 없이, 피부로 배우게 되는 것이다. 이런 학습법은 지속성 또한 높다. 단기기억이 아닌 장기기억에 저장되어 있어 몇 해 전에 배웠던 내용도 아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학습 과정이 재미있다 보니 아이들 모두 한 번도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심지어 방학을 싫어하고 개학을 기다리는 기이한 현상까지 발생할 정도다.


두 번째 세 번째 질문은 비슷한 결이어서 하나로 묶어 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부분은 나도 우려했던 부분이다. 용기 있게 대안교육을 시작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방향이 아니면 돌이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걱정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으로 분류되어 있어서 대안교육 중간에 제도권으로 복귀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가능하다. 배정되는 학교에 가서 간단한 레벨테스트만 보면 다시 제도권 학교로 돌아갈 수 있다. 대학진학도 마찬가지이다. 검정고시로 초, 중, 고등학교까지의 과정을 이수할 수 있고, 고등학교 검정고시에서 올백을 받으면 고등학교 내신 2등급의 자격을 부여받는다. 물론 더 높은 내신을 받아서 수시 제도로 대학 진학을 희망하면 중학교 혹은 고등학교 때 제도권 학교로 돌아가면 된다. 수시가 아닌 정시로 대학을 가길 원하면 선택의 폭은 훨씬 더 넓어지게 된다.


마지막 비용에 대한 질문은, 대안학교마다 책정된 비용이 각기 다르고 개별적으로 생각하는 비용의 높고 낮음이 다 다르기 때문에 절대적 기준치를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비용이 드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기 때문에 우리 부부가 결정을 내릴 때 가졌던 기준을 공유해 보면 어떨까 싶다. 당시 우리 부부는 맞벌이로서 오후 다섯 시까지는 아이를 돌봐줄 기관이 필요했다. 일반 초등학교를 진학하게 된다면 방과 후에 매일 최소 두 개 정도의 학원을 다녀야 했다. 반면 대안학교는 정규 교육 시간이 오후 다섯 시까지였기 때문에 대안학교 진학 시 학비 부담은 있겠지만 학원비용은 필요 없게 된다. 학원 비용과 대안교육의 비용을 비교해 보니 대안교육비가 학원비 보다 살짝 높긴 했지만 교육의 연속성과 효율성을 생각해 보았을 때 충분히 감당 가능한 수준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대안교육을 시작한 첫째는 지금 중학교 1학년이 되었다. 첫째는 6학년이 되던 해에 초등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했고(초등학교 검정고시는 최초 응시 시 나이제한이 있다), 같은 해 8월에 중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했다. 중학교 1학년이 된 올해 4월에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했고, 8월에 만점을 받지 못한 과목들을 한 번 더 시험을 봐서 전 과목 100점을 달성했다. 단 한 번도 공부 잔소리를 해 본 적이 없고, 아이 스스로도 스트레스받아하며 공부하지 않았다. 앞으로 어떤 길이 열리고 또 반대로 어떤 시련이 닥쳐올지 아무도 모르지만 걱정보다는 기대하는 마음이 더 크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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