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없이도 즐겁게 노는 아이들
나에게는 2012년생, 2014년생의 두 딸이 있다. 딸들은 다섯 살부터 숲유치원을 다녔고 유치원을 졸업한 후 지금까지 같은 기관에서 대안교육을 받고 있다. 2025년 기준 첫째 딸은 중1, 둘째 딸은 초등학교 5학년이다. 아이들 둘 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지 않다. 요즘은 초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손에 스마트폰이 들고 다니는 아이들이 많아 보이던데 우리 아이들은 아직 없다. 그리고 너무나 다행스럽게도(?) 스마트폰을 사달라고 조르지도 않는다. (아! 스마트폰이 없는 대신 학교 과제 및 수업을 위해 아이들 둘 다 노트북 컴퓨터를 소지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우리 삶 전반에 미친 순기능에 대해서는 굳이 논하지 않겠다. 하지만 아직 미성년자인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이란 너무 '달콤한 사과'이기 때문에 독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구체적인 사례들은 그쪽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하시는 교수님이나 기타 여러 기관에서 발표한 결과들이 많이 나와있고, 학술적인 차원의 접근은 차치하더라도 주위를 쓱 둘러보기만 한다면 '미성년자(특히 초등학생)의 무분별한 스마트폰 사용 = 독'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자신 있게 이곳에 글을 쓸 수 있는 내용은 다른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가졌기에 생긴 부정적인 영향이 아니라, 스마트폰이 없는 우리 아이들은 과연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를 공유하는 일 일 것 같다. 스마트폰이 없는 유년시절이 아이들에게 종국적인 '선'이 될지, '악'이 될지 아직 예단할 수 없지만, 중간점검 차원에서 본다면 난 백 프로 잘 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은 스마트폰이 없으니 나는 과연 스마트폰으로 무엇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지 생각해 보았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특히 숏폼을 많이 보게 된다. 숏폼은 1분 이내의 짧은 영상에 불과하지만 이 짧디 짧은 영상 나부랭이가 내 소중한 시간 중 두세 시간 정도는 너끈히 잡아먹는다. 심지어 두세 시간이 2-30분 같이 느껴진다. 또한 인스타, 페이스북 등 SNS도 자주 접속한다. 유명 인플루언서와 연예인들의 피드, 그리고 친구들의 피드를 보면서 때로는 부러워하기도 하고 때로는 따라 하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카톡, 디엠 등의 메신저도 있을 것이다. 별 의미 없는 말이지만 친구와 한 번 시작하면 생각보다 긴 시간 동안 대화를 하게 된다. 마흔 살이 넘은 나도 하루에 스마트폰으로 킬링 하는 시간이 이렇게나 많고 그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재미있는데 하물며 어린아이들은 얼마나 더 재미있겠는가?
스마트폰이 없는 우리 아이들은 여가시간에 무엇을 할까. 두 아이의 성향과 취향에 따라 여가시간을 보내는 모습도 각기 다르다. 같은 배에서 나왔는데 둘이 어쩜 이리도 다를까 매일 보아도 매일 신기하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우직한 스타일인 첫째 딸은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판타지 소설에 푹 빠져 있기도 하고, 철학에 푹 빠져 있기도 하고, 역사와 과학에 푹 빠져 있기도 한다. 책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레 글쓰기도 좋아한다. 소설도 벌써 여러 편 집필(?)했다. (첫째의 동의가 있다면 언젠가 이곳에 공개하도록 하겠다 ㅎㅎㅎ). 책과 글쓰기 이외에 요즘에는 노래 만들기도 한다. 처음에는 아빠한테 안 쓰는 녹음기를 하나 얻어 생각나는 대로 짧은 멜로디를 녹음하더니 요즘엔 그 멜로디가 길어지고 거기에 가사도 붙이기 시작했다. 자기가 만든 노래를 작곡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실제 음악으로 만드는 작업도 하고 있다. 자기만의 작품들이 많아지는 것을 보면 옆에서 보는 엄마 마음도 같이 뿌듯해진다.
이성적이고 엉덩이가 가벼운 둘째는 뭔가 물리적 실체의 결과물이 있는 활동을 선호한다. 아무 일정이 없는 주말의 경우 베이킹을 자주 한다. 레시피를 찾아보고, 그 레시피를 노트에 옮겨 적고, 재료를 준비하고, 계량하는 작업을 거쳐 어떤 날은 쿠키를 만들고, 어떤 날은 단팥빵, 식빵 등을 만든다. 처음에는 실패 아닌 실패를 몇 번 겪더니 이제는 제법 실력발휘를 한다. 요즘에는 우쿨렐레에 빠져 매일 20-30분씩 우쿨렐레를 치면서 노래한다. 연주와 노래를 좋아하는 것과 실력은 별개인 것 같긴 하지만... ^^
우리는 아이들과 대화의 시간도 많이 갖는다. 매일 자기 전에 같이 누워서 도란도란 이야기한다. 특별한 주제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별 것 아닌 말에도 깔깔대며 즐겁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도 아빠 엄마를 너무 좋아해 준다. 첫째가 초등학교 5학년 즈음 사춘기 비슷한 게 왔었다. 부쩍 짜증이 많아지고 동생을 미워하기 시작했고 엄마 말에 반대되는 행동도 했다. 하지만 매일 서로 대화를 많이 해서 그런지 그 시기가 매우 짧고 스무스하게 지나갔다. 이 또한 스마트폰 없이 보낸 시간이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다.
스마트폰 없이 보낸 유년시절에 대한 순기능에 대해서 최종결론을 내리긴 이르다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너무 고맙게도 몸과 정신이 건강한 아이들로 자라주고 있다. 오늘 글은 스마트폰이 없는 아이들은 여가시간에 무엇을 하는지 위주로 공유를 해보았는데 다음번엔 학습에 미친 긍정적인 요인은 무엇이 있는지도 공유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