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운 것을 글로 표현할 줄 알아야 해요

독서와 글쓰기(1)

by 쟤봉

나의 생각을 글로 표현해 내는 것은 쉽지 않다. 머릿속에 떠다니는 두루뭉술하고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 어떤 것을 구체적인 언어를 사용하여 남들이 이해할 수 있게 써내는 것은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언젠가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단순히 문장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마음을 전달함으로써 다른 사람과 연결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줄 알아야 하고, 정리된 생각을 문장을 활용해서 '전달'할 줄 알아야 하며, 일방적 전달이 아닌 상대방과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역시...... 그래서 어려운 거였어.

그러면 어떻게 해야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나도 한 때 글을 잘 쓰고 싶어서 이래저래 찾아본 적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 글을 잘 쓰기 위한 '방법론적'인 이야기가 많았다. 예를 들자면, 글의 목적이 명확해야 하고, 독창적이어야 하며, 정확한 문법과 어휘를 사용해야 하고 등등. 하지만 이러한 방법론은 일단 기본적으로 글을 몇 줄이라도 써낼 줄 알고 난 후 그 글을 보기 좋게 다듬기 위한 스킬인 것 같다. 글을 써내는 것 자체에 어려움을 느끼는데 그걸 다듬는 기술은 나중의 문제 아닌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일단 많은 글을 읽어야 한다. 이것은 절대 진리이지만 동시에 실천하기 제일 어려운 과제이기도 한 것 같다. 왜냐하면 하루아침에 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어떻게 쓰는지 많이 읽으면서 느끼며 배우면서 간접 체험이 축적되어야 한다. 이렇듯 독서가 집어넣는 인풋이라면 글쓰기는 꺼내는 아웃풋이다. 독서를 많이 한 아이가 구슬 서 말을 가진 부자라면, 글을 쓰는 아이는 구슬을 꿰어서 목걸이로 만드는 장인과 같다. 독서를 하면 타인의 다양한 생각과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지식과 생각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 그래야만 자신의 하고자 하는 말을 로 표현해 낼 수 있다.

독서를 통해 간접체험을 많이 하고 글쓰기라는 직접 훈련을 거쳐야 비로소 글을 잘 써낼 수 있다. 이렇듯 짧고 간단한 글이라도 써낼 줄 알고 난 후 마지막으로 기술적인 법칙, 즉 글 쓰는 방법론을 추가하면 화룡점정이 되어 멋진 글이 탄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독서로 무장되어 있지 않은 아이에게 글쓰기 방법론만을 강조하면 안 된다. 방법론이란 기초가 단단히 자리 잡은 후 맨 마지막에 간단한 파이널 터치가 됐을 때 가장 효과가 돋보일 것이다. 글쓰기와 관련된 학원도 여기저기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글을 잘 썼으면 하는 마음에 학원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지만 독서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은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아이들의 학교에서도 독서의 중요성을 지나치리만큼 강조했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는 다른 공부는 아무것도 안 해도 좋으니 하교 후 취침 전까지 매일 최소 두 시간씩 책을 읽게 하라고 하셨다. 감사하게도 첫째 딸은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하고 늘 책과 함께 했다. 정말 자연스럽게 독서의 습관이 생겼다. 책을 읽히기 위해 내가 해 준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세상은 참 공평하게도 둘째는 나에게 시련을 가져다주었다. 온몸으로 독서를 거부하고 재미없어했다. '오늘은 이 책 50페이지까지 읽어.'처럼 숙제를 내주는 형태로 책을 읽게 했지만 것은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 '그래, 강압적인 것은 좋지 않아, 자기 주도 독서가 되어야 맞지.'라고 생각하며 전략을 바꾸었다. 아이가 보는 앞에서 엄마가 책을 읽으면 아이도 자연스럽게 책을 읽는다고 해서 나는 아이가 보는 앞에서(는) TV도 보지 않고 스마트폰도 하지 않고 책을 봤다. 하지만 둘째가 이런 엄마를 이겼다. 엄마가 책을 보든지 말든지 엄마는 엄마, 나는 나라고 여겼다. 큰일이다. 어떻게든 방법을 생각해 내야 했다.

그 무렵 아이들 학교에서는 매주 목요일 오후 도서관에 갔다. 첫째에게 물어보니 둘째도 그 시간에는 그럭저럭 책을 읽는다고 했다. 집에서는 책에 손도 안 갖다 대는데 도서관에서는 본다? 이거다 싶어 둘째를 데리고 매주 토요일에 두 시간씩 같이 동네 도서관에 갔다. 도서관에 가서 아이가 책을 봐도 좋고 안 봐도 좋지만 그냥 그 장소에 무조건 갔다. 처음에는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이 즐거워 책 한 두 권을 골라 곧잘 읽더니 30분을 못 가 몸을 베베 꼬고 집에 언제 가냐고 백번 물어봤다. 엄마 어깨에 기대어 잠을 자도 좋고 우두커니 멍 때리고 있어도 좋으니 두 시간은 있다 가자고 설득했다. 매주 안 가겠다고 실랑이가 있었지만 이것만큼은 절대 타협하지 않았다. 엄마가 둘째를 이겼다. 몇 주 하다 보니 이제는 매주 두 시간은 도서관 내 옆에서 책을 잘 본다.

도서관에 가서는 책 읽기가 되는데 집에서는 왜 안될까 생각해 보니 둘째에게 집에는 책 보다 재미있고 매력적인 놀 수 있는 아이템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노래를 부를 수도 있고, 그림을 그릴 수도 있고, 춤도 출 수 있었다. 하지만 도서관에서는 오직 책 보는 것 밖에 못한다. 도서관이라는 책 밖에 없는 환경이 주어지니 포기하고 책을 보게 된 것이다. 즉 집에서 책은 둘째에게 다양한 놀거리 아이템 중의 하나로서(사실 놀 거리에 포함되지도 않았던 것 같다.) 충분한 매력 어필을 하지 못했지만, 도서관에서는 책이 온리원 아이템이 된 것이다. 이처럼 둘째의 강한 저항의 시간이 있었지만 내가 중심을 갖고 그 시간을 잘 이겨냈더니 이제는 받아들였다. 둘째에게도 나에게도 고난의 시간이었음은 분명하다.

둘째의 독서 습관을 기르기 위해 했던 나의 고난의 시간이 또 있었는데 이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나누도록 하겠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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