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토끼 손에 들린 초시계를 뺏고 싶다.
오후 한 시. 정수기에서 100도씨의 뜨거운 물을 뽑는다. 카페인이 두통에 좋다는 효과를 믿으며 커피를 마신다. 나아지지 않는 두통에 짜증이 난 나는 두통 마사지기를 쿠팡에서 찾는다. 잠시 뒤 마음에 드는 걸 찾았지만 십만 원이 넘는 가격에 핸드폰을 끈다.
'아휴, 그냥 약이나 먹자'
텔레비전 밑 서랍장에서 타이레놀 두 개를 꺼내 물과 함께 입으로 털어놓고는 잠시 눈을 감는다.
'언니는 두통을 달고 살던데 어떻게 견디지?..'
순간 내 모든 삶 속에 그녀의 존재가 있다는 걸 불현듯 깨닫는다.
물을 마시는 순간에도 아름다운 걸 보는 장면에도 행복한 기억 속에도 항상 언니는 존재한다. 우리가 그리 애틋한 사이가 아닌데도 왜 자꾸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다. 연보라색 키보드 위에 햇살이 비친다. 작은 사무실 안에 갇혀있을 언니의 모습이 그려진다. 문뜩, 제법 추워진 날씨에 옷은 두껍게 입고 갔는지 걱정이 들어 메시지를 보낸다.
'언니 오늘은 따뜻하게 입고 갔어?'
십분 후 답장이 온다.
'응'
무미건조하고 쌀쌀한 답변에도 만족하며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다. 어렸을 적부터 워낙 살가운 곳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그녀다. 한 뱃속에서 나와도 이렇게 다르다며 매번 엄마가 혀를 끌끌 찾던 이유를 알 것도 같다. 갑자기 억울한 마음이 든다. 나는 이렇게 언니를 생각하는데 언니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다.
'항상 짝사랑이지 뭐, 늘 그렇지 뭐..'
씁쓸한 마음이 들었지만 바쁜 언니의 상황을 알기에 혼자 속을 끓이고 마는 나다. 사람의 마음이 오십 대 오십일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같은 마음이길 바라는 것이 이상하다.
'나였으면, 나였다면..' 하는 생각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깨닫고 머리를 세차게 흔든다.
언니는 늘 바쁘다. 항상 바쁘다.
네 명의 아이들과 집안일, 업무에 쫓기다 보면 하루 24시간이 모자란다. 잠시만 쉬어도 빨래는 불어나고 먹을 입은 늘어난다. 주말과 평일을 쪼개 운동을 하고 반찬을 만들고 청소까지 하는 언니는 원더우먼이다. 언니의 시간 안에는 초시계를 든 토끼가 항상 달리기를 하고 있다. 토끼는 잠이 드는 순간까지 언니를 괴롭히다가 그마저도 가끔은 빼앗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