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에서 걸려온 전화
할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지혜야, 먹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사다 줄 수 있겠니?"
"아이고, 먹고 싶은 게 뭐가 그리 많아? 하나만 말해봐, 다는 못 사다 줘."
"그럼 혹시, 치킨 좀 사다 줄 수 있을까?"
"치킨?!"
월급날이 되면 치킨 두 마리를 사가지고 집으로 향했다. 할머니가 좋아하는 후라이드 치킨과 내가 좋아하는 양념치킨 두 마리를 우리는 이틀 내내 발굴해 먹었다. 할머니는 그날도 내가 사다 드린 치킨을 참 맛나게 드셨다.
"이건 어디서 사 온 거니?"
"시장에서 사 왔지, 일부러 뼈 없는 걸로 샀어. 맛있어? 할머니?"
"그럼, 남의 살은 다 맛있지."
"으유, 천천히 드셔."
내가 시집을 간 후 할머니는 치킨을 일절 드시질 않았다. 그리 좋아하시던 음식을 갑자기 끊은 마음이 어떤 건지 그땐 몰랐다. 몇 번이고 전화를 걸어 치킨을 시켜드린다거나 사가겠다고 했지만 한사코 거절하시는 모습에 철이 없던 난 이젠 할머니가 치킨에 질린 거라고 내 식대로 편하게 생각을 하기도 했다. 양념을 온 입에 다 묻히고 땅콩가루가 무릎 위로 떨어지는 것도 모르는 채 치킨을 드시는 할머니를 가만히 들여다봤다. 주름진 얼굴은 내가 평생 봐온 얼굴이 맞는데 어딘가 모르게 낯선 느낌에 할머니의 얼굴을 만져봤다. 움푹 파인 눈과 계속 자라기를 선택한 귀, 둥글고 작은코에 툭 붉어져 나온 광대뼈를 쓸자 빛이 난다. 할머니의 보슬보슬한 흰머리를 만지고 귀를 만지고 손을 만지고 무릎을 만진다. 할머니가 웃는다. 나도 함께 웃는다. 노년에서 나는 냄새를 누가 역겹다고 했을까, 이렇게 좋은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