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혜 Jan 21. 2017

별안간 진짜 어머님이 되어버리다.

D+46 춘이야, 너의 뒷모습을 제일 사랑한다.!

말 그대로다.

춘이가 제일 사랑스러울 때는 뭐니뭐니해도 잠든 너의 뒤통수.

아침에 10분. 이 엄마랑 놀아줄 때 보이는 치명적인 웃음도 너무 사랑스럽지만, 그래도 잠든 모습만큼 멋지고 사랑스러울 순 없다. 그것도 아주 푸욱~ 잘때.^^^^


춘이를 재우느라 한 시간 반을 먹이고 트림시키고 눕혔다가 속싸개를 입혔다가 토닥토닥했다가 하니 어느 덧 한시간 반이 흘렀다.

이미 새벽이고 잘 시간이지만 난 세상에서 제일 조심스러운 자세로 몸을 일으켜 굳이 거실로 나와 뉴스에 심취해있는 남편에게 춘이한테 배운 애교를 가장한 칭얼거림을 시전. 언제나 그렇듯 남편은 줄행랑. ㅋㅋㅋㅋ


새벽 두시가 다 되가는 거실. 드디어 나만의 공간이 열렸다. 컬러테라피 선생님이 진행하는 온라인 명상을 어제부터 하라라 벼르고 별렀는데 이제야 할 수 있다.

거실 바닥에 허리를 곧추세우고 앉아 가슴에 나를 있는 그대로 허용하는 공간을 만드는 그린 명상을 시작. 중간에 가슴에 손을 얹고 느껴보는데 난 이 시점에 모유를 떠올렸다. 익숙해질 법도 한데 아직도 젖도는 느낌이 너무 찌릿하고 느낌이 썩 좋지만은 않았는데, 그 느낌을 춘이에게 밥을 주는 나의 가슴은 위대하다는 생각으로 전환. 다음번부터는 조금 더 내 가슴에 감사함을 느끼자 마음 먹었다.


감사함. 그래..아직도 하루하루 쉽진 않지만, 생각해보면 여기까지 참 감사한 것들 투성이다.

임신 중 기형아 검사에서 목투명대가 두꺼워 양수검사를 할 때, 춘이가 건강하기만을 바랬었는데 보다시피 춘이는 아빠 닮아 그냥 목이 두꺼운 아이로 태어났다.

태어나서 신생아에겐 흔하디 흔하다는 황달이지만 갑자기 붕대 선글라스를 끼고 나타난 춘이를 보고 맘 아팠는데 어느새 황달은 사라졌다.

소화능력이 약하다해서 정말 많이 걱정하고 잠 못잤는데 며칠 전부터는 혼자 꿈틀대다 알아서 트림하고 놀래는 스킬까지 탑재했다.

변비 아닌가 싶어 인터넷 검색 난리치고 기저귀 강 때마다 똥꼬를 간절한 눈빛으로 쳐다보던 때가 엊그제였는데 이젠 똥폭탄을 시도때도 없이 투척한다.


아주 잠깐만 생각해도 이렇게나 감사한 것들이 많다. 당장 내일부터도 또 걱정되는 것들이 생길 수 았겠지만 항상 더 나빠지지 않음에, 지금 이대로도 충분하다는 믿음으로 하루하루 단단해 질 것이다.


오늘의 명상 주제대로, 있는 그대로의 나는 위대하고 내가 내뿜는 평화의 빛으로 내 주변 사람들을 비추리라.

그러기 위해선 지금 이 시간의 거실처럼 나를 허용하는 가슴안의 공간이 필요하니 알아서 짬내서 나를 위한 공간 -물리적이든 정신적이든- 을 내어주자. 끝.


아이, 사랑스러운 잠든 춘이 뒤통수
작가의 이전글 별안간 진짜 어머님이 되어버리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