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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 Mar 06. 2017

별안간 어머님

D+92, 산후우울처방전

12월 출산 후 호르몬의 폭탄을 맞았던 1월 2월, 김윤아의 '타인의 고통' 앨범을 틀어놓고 셀프 컬러테라피를 하며 잘 극복했었더랬다.


그 당시 예매했던 김윤아 콘서트를 드디어 갔다왔다.

명상과 테라피를 하며 받은 큰 혜택 중 하나는 과정을 즐기는 힘이 길러졌다는 것이다. 콘서트표를 받아든 2월부터 나는 일상이 지쳐갈때면 한번씩 꺼내보며 오늘의 외출을 기다려왔었다. 그러다보면 그 목적이 설사 만족스럽지 않다해도 그간의 시간들을 작은 기쁨으로 보내왔기에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워진다는 것을 알았기때문이다.


암튼,

나는 더더욱 김윤아한테 홀딱 빠져서 왔다.

무대에서 그만이 갖고 있는 신념과 강단이 여성스러움이라는 색으로 은은하지만 파워풀하게 뿜어져나왔다.

필히 아이를 키우면서 더더욱 깊어졌을 그의 여성으로서의 삶, 어떤 사연인지는 모르겠으나 깊숙히 박혀있는 부정적인 감정들이 예술로 승화되어 대중의 마음을 강력하게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고, 그 자신감은 과하지 않고 고요하게 사람들을 움직였다.

이번 앨범은 정말 가사 하나하나, 음색 모두모두 '대박'이다. 또 얼마나 고심해서 만들었을지 충분히 느껴질 정도로 하나하나 버릴게 없는 진짜를 만난 느낌이었다.


돌이켜보면 내 생애 첫 단독 가수공연 관람도 자우림의 것이었었다. 고등학교 1학년, 자우림 1집 앨범을 무한반복하고 다이어리에 김윤아 사진까지 가지고 다니며 열성적으로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그녀가 가진 쿨하고 당당하고 진부하지 않은 그 느낌을 좋아했던 것 같다.

그러다 잠시 기억속에 사라졌다가 봄날은 간다 ost로 다시 또 미친듯이 무한반복하다 또 내 기억에서 사라졌다 올해 다시 나타났다. 이번에는 쿨하고 당당한 것보다 몇 단계는 더 매력적인 성숙하고 멋있는 '여성'의 모습으로..

게스트로 나온 자우림 다른 멤버들. 내가 기억하고 있는 얼굴들이 벌써20년전의 모습이라는 사실에 난 충격먹었다.....그래도 여전히 동안^^ 오래된 관계가 주는 편안함

(다른 얘기지만, 생각해보니 대학교때부터 남자친구들을 사귈 때마다 영화 봄날은 간다를 보고 좋아한다면 내 남자친구가 될 자격이 있다는 말도 안되는 테스트를 몰래 해보곤 했었다. 참 강제적인 관람이었는데 군말없이 따라주고 다들...(?) 착했었네.앵콜 노래로 봄날은 간다를 불렀기에 들으며 잠시 옛 생각을...ㅎㅎ)


집에 와서 두달간 설레며 기다렸던 이 공연의 여운을 더 즐기고 싶어 춘이를 재우고 나만의 방에서 색칠을 시작했다.

칠하면서 여성으로서 내가 어떻게 살아야할지 참 많은 영감을 받고 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먼저 내가 여성임을 받아들이고 여성이기에 이 풍부한 경험들을 할수 있는 것에 감사하며 같은 여성들을 더욱 더 존중할 것이고 김윤아의 말처럼 스스로 활활 타오를 수 있는 삶을 살 것이라는 내 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필히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선한 영향력을 가진 여성이 될 것임도..


참, '은지'라는 노래 가사 중 '너의 가슴에선 풋사과의 향이 나고 너의 머리카락은 춤을 추었지'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그 순간 우리 춘이 목덜미에서 나는 달콤한 향이 너무 맡고 싶어 죽는 줄..

이렇게 오늘도 내 행복 속에 모성애도 한뼘 더 자란다.



출산한지 92일 된 엄마의 행복한 외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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