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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 Feb 25. 2017

별안간 어머님

D+82, Royal Blue 명상, 슬픔과 기쁨은 이어져있다.

어제 하기로 되어있던 로얄블루 컬러 명상 자료를 받았다. 모두가 잠든 새벽, 드디어 찾아온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에서 받은 음악을 틀고 조용히 앉았다.

마음의 가리는 것이 아무것도 없이 탁 트인 전원 풍경을 상상하세요
갑작스레 바람이 불어와 당신을 슬픔이라는 장소에 데려다 놓습니다
위대한 영들에게 당신이 취해야 할 행동을 알려달라고 청하세요
무엇을 해야 할 지는 이미 직관적으로 알거나 모르더라도 곧 계시를 받게될 것입니다
눈을 뜨고 모든 것이 고요한 광경을 보세요
감사인사를 하세요

컬러테라피 선생님으로부터 받은 명상자료.

위대한 영들? 이런 류의 익숙치 않은 표현이 조금 맘에 걸렸지만 이내 빠져들었다.


내가 고요한 바다위에서 편안히 앉아있는데 갑자기 바람이 날 이모의 장례식장에 데려다놓았다.

난 생전 처음 겪어본 주체할 수 없는 슬픔에 몸을 가누지 못해 쓰러졌고, 병원에 다녀와 다시 장례식장의 작은 방에 누워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이모의 관이 화장하는 곳에 들어가는 장면, 그 문이 닫히던 순간의 가슴 쿵하던 느낌, 그 후 혼자 스페인 여행하며 숙소 방에서 미친듯이 울었던 장면, 이모와 자주 가던 횟집에서 깔깔 대던 장면, 결혼 후 크리스마스 이브에 가족들이 모였을 때 이모가 나에게 귓속말로 해줬던 꿈 얘기...그것이 결국 마지막 만남. 중간에 너무 가슴이 아파 잠시 눈을 떴지만 용기를 내 다시 이어갔다.

이윽고 춘이가 아침에 눈을 떠 입을 세모로 만들며 활짝 웃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조만간 그 웃는 모습으로 아장아장 나에게 걸어올 그 모습도 떠올랐다. 눈을 떴다.


주기적으로 갑자기 짧게 찾아오던 슬픔이 익숙해질 무렵, 별안간 어머님이 되었다. 춘이가 뱃속에 있던 그 당시 그 사실을 모르고 아침마다 요가며 등산이며 운동을 시작했었는데 그럼에도 꿋꿋이 자기 공간을 지키던 춘이는 이모가 준 너무나 소중한 선물이었다.! 내가 이모에게 받은 사랑, 또 이모가 오솔이에게 준 사랑을 보며 나도 춘이를 나의 정성을 다해 온전히 자기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는데 도울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슬픔이 기쁨으로 바뀌는 경험.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이제까지 그랬던 것 처럼 나를 지켜줘. 나도 지켜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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