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s are so magination!
처음 미국 가서 적응하기 힘들었던 부분이 있었다면 바로 ‘음식’이었다. 만약 미국에 갈 일이 있다면 옷은 사 입고, 차라리 한국 음식을 더 챙겨가라고 권하고 싶다. 난 그것도 모르고 전자제품이랑 공산품만 정말 많이 챙겨갔는데, 정말 후회했다. 한인마트에서 파는 12개 햇반 가격은 27,000원 정도다. 식료품이 옷보다 상대적으로 더 비싸게 느껴졌다.
매일 아침마다 조식이 나온다고 해서 찾게 된 대학교 내 ’피스타치오‘라는 카페에서 보게 된 미국 조식은 정말 ’ 간식‘이었다. 시리얼, 과일, 에그 스크램블, 커피 등은 네 입에 맞지 않았다. 분명 다음 날은 다른 조식이 나올 거라 믿었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하지 말았어야 했다. 한 달 내내 메뉴는 변함이 없었고, 심지어 점심 메뉴 또한 그러했다. 결국 잇몸병이 나고 말았고, 예상보다 하루 이틀 다른 동기보다 일찍 한국에 의사를 만나러 와야 했다. 음식 탓만 할 수 없겠지만 미국 음식 특성상 치석을 유발하는 진득한 치즈, 유가공 식품이 한몫했던 것 같다. 칫솔이 잇몸에 닿기만 해도 출혈이 일어났던 난 잇몸 치료를 하게 되었는데, 정말이지 괴롭지 않을 수 없었다. 얻은 것이 있다면 잃는 것도 있는 법이다. 미국에서의 한 달 살기 경험은 얻었지만 건강은 잃어야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가장 의미 있었던 추억이 있었다면 타지에서 느낀 한국인에 대한 자부심이었다.
홀로 우버를 타고 가게 된 곳은 패션 아울렛이었다. 스케줄 일정에 있었던 나이아가라 쇼핑 아울렛 쇼핑 시간은 정말 짧았다. 기껏해야 1~2시간 정도였던 것 같다. 그래서 다시 이곳에 와서 제대로 구경해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다. 별다른 일정이 없는 토요일에 홀로 우버를 타고 나이아가라 아울렛으로 향하였다. 침묵을 깬 우버 기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Are you china or korea?
한국인이라고 답한 나에게 우버 기사는 환한 미소로 한국인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였다. 뉴욕 한인타운에 가면 한국인을 많이 볼 수 있었다고 하였다. 그곳에서 그가 만난 한국인은 ‘magination!’이라고 하였다. 처음에는 그 말이 무슨 말인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본 우버 기사는 내게 다시 말하였다. 한국인은 정말 열심히 착실히 일해서 단 시간 안에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었다고 한다. 그 모습을 지켜본 우버 기사는 한국인이 정말 마법사같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고 하였다.
반면, 중국인에 대해서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고 하였다. 이유인 즉, 그의 눈에는 중국인들이 돈만 밝히는 속물 같은 사람으로 보였다고 한다. 그가 만났던 중국인들은 그에게 항상 ’money! money!’하면서 돈 외에는 다른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하는데, 모든 중국인이 그렇다고 일반화를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가 만났던 중국인들이 그런 모습이었다니 할 말을 잃었다. 한국인에 대한 칭찬으로 가득한 기사의 말을 들으면서 어느새 어깨가 으쓱하게 된 나의 모습을 보니 난생처음 한국인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외에는 다른 곳을 떠나 살아본 적 없는 타지에서 듣게 된 ‘한국인’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뿌듯했다. 아울렛에 거의 다다를 때쯤 네가 여기 온 이유에 대해 물었던 그는 자신의 자녀도 버팔로 대학에 다닌다고 하였다. 생각보다 많은 우버 기사들이 버팔로 대학과 관련이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만나게 된 또 다른 우버 기사는 버팔로 대학교 자퇴생이라고 하였다. 대학교를 자퇴하게 된 이유는 미국의 비싼 물가 때문이라고 하였다. 학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비싼 물가이기에 어쩔 수 없이 우버 기사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미국에 오기 전에는 자신의 나라에서 파일럿을 하였다고 한다. 저마다 다른 사정으로 우버 기사를 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미국인을 보면서 한국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미국에서 있는 동안 난생처음 동양인에 대한 차별을 느낀 적이 있었다. 식당에서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데, 한 흑인 여학생이 나에게 말을 하였다. 너무 빨리 말해서 못 알아들었다고 이야기했고, 다시 한번 이야기해 달라고 하였는데, 무표정으로 말하지 않는 그녀를 보고 무시받는 느낌이 들었다. 또 다른 동기 말로는 외진 미국 동네에 30명이나 되는 한국인 이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는 것을 보고 ‘코리아 fuck’라는 말을 서슴지 않고 내뱉는 흑인 친구들이 있었는가 하며 미국 상점 앞에서 단체로 모여 사진 찍는 모습을 신기하듯 쳐다보는 현지인들도 있었다.
3주차 때 가게 된 뉴욕에서도 인종차별을 느꼈다. 자유의 여신상 페리를 타기 위해 줄을 섰는데, 한 사람씩 카메라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이었다. 줄 서는 사람 모두 강제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후 페리에서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는데, 빨간 티셔츠를 입고 있는 흑인 직원들이 나에게 ‘miss! miss!’라고 하며 사진을 살 것을 강요하였다. 내가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자 혼잣말을 하더니 자리를 이내 떴다. 혼잣말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미국인들 또한 그의 말이 불편하게 느껴졌는지 눈살을 찌푸렸는데, 뉴욕에 다녀와서 이 이야기를 들은 동료는 오히려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는게 나았다고 이야기해주었다. 총을 쓰는 나라다보니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상황들을 한두 차례 겪다 보니 어깨가 움츠러들고 당당하게 외국인과 눈을 마주 보며 이야기할 자신이 없어질 때쯤 듣게 된 한국인에 대한 칭찬은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다.
한국인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외국인 친구에게 한국에 대해 알려주고 싶었다. 기회가 된다면 불닭볶음면, 김치찌개, 떡볶이를 해주고 싶었는데 대학원 박사과정을 하고 있던 모비나는 정말이지 바빴다. 두 아이의 어머니이자 박사 과정으로 바쁜 그녀를 위해 한인마트에 가서 한국 간식을 샀다. 사장님께서 초코파이를 추천해 주셨다. 미국인들이 초코파이를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초코파이를 구매하여 모비나에게 선물하였다. 그녀도 정말 좋아했다. 앞으로 외국인 친구를 사귈 일이 있다면 ‘초코파이’를 선물해 보는 건 어떨지 추천한다. 아, 신라면과 믹스커피도 덤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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