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해외 취업 성공할 수 있을까요?
대학교 졸업 후 20대 후반이 되었을 때, 해외 취업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그래서 K-MOVE 사이트를 수시로 드나들며 해외 취업에 관한 정보를 얻고, 해외 취업 성공 강연도 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해외 취업이 누구에게나 열린 기회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적어도 그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직을 하기 전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 국비지원으로 자바 프로그래밍 과정을 수강하였다. IT 계열 또한 취업이 쉽지 않아 보였다.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모두들 이곳에서 국비지원을 받으며 취업을 준비하였다. 그것도 모른 채 난 맨땅에 헤딩하였고 결국 다닌 지 1개월 만에 도망치듯 나왔다. 그곳을 나오기 전까지 네 나름대로 최선을 다 해보기 위해 크몽에서 자바 프로그램을 가르쳐줄 수 있는 전문가를 찾았다. 그래서 만나게 된 개발자를 통해 과외를 받게 되었다. 딱 하루 동안 만나게 된 선생님은 정말 친절했고, 자세히 알려주셨다. 수업을 마치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선생님께서는 또다시 직장에 가봐야 한다고 하셨다. 해외 취업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씀드렸는데, 선생님께서는 자신의 아픈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당시에는 왜 이런 이야기를 하셨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서른이 넘어 다시 생각해 보았을 때 이 이야기는 정말 중요했다. 모두가 성공했다고만 외쳤을 때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야 환상을 멈추고 현실을 직시하여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기 때문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선생님께서는 원래 외국에서 조종사를 하고 싶었다고 하였다. 그래서 에이전시를 통해 해외 취업 알선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취업은커녕 취업을 빌미로 한 사기를 당했다고 하였다. 도리어 빚을 지게 되었고 그 빚을 갚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투잡을 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하였다. 누구에게나 말 못 할 사정이 있는 법인데 용기 내어 나에게 말씀해 주신 선생님의 사례는 해외 취업에 대해 장밋빛 인생만 그리고 있던 나에게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가슴 한편이 먹먹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도저히 한국에서는 길이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한국에서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까. 늘 이 생각뿐이었다. 적어도 외국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생각하였고, 나의 해외 취업 과제는 끝이 나지 않아 보일 때쯤 만나게 된 사람이 있었다. 그 역시도 미국에서 회계사로 일하였다고 한다. 미국에서 취업할 수 있도록 비자를 알아봐 주겠다는 것이었다. 그것 역시도 해외 취업에 대한 강연이었다.
역시나 그곳에는 부모님과 함께 동행한 학생도 있었다. 해외 인턴 과정으로 J-1 비자 발급을 위해서는 계약금 500만 원이 필요하다고 하였는데, 같이 간 친구는 이 과정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모든 서류를 제출하고 계약금 지불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계약을 취소하였다. 그 이유는 해외에 가서 할 수 있는 일이 '서빙, 주방보조' 외에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우연히 보게 된 뉴스 때문이었다. 알고 보니 내가 참여하려던 프로그램이었다. 2016년 당시 해외 인턴으로 약 5,000-1만 달러까지 업체 등에 지불하고서 J-비자로 해외에 나온 해외인턴들은 월 500달러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뉴스를 보고 나서 계약을 취소하였다.
이 기사를 보고 난 뒤 해외 취업 알선을 목적으로 알선 기관이 가져가는 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고,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가야 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지금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취업을 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빚을 지게 된 선생님의 뒷모습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나의 일이 될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무거웠다. 나날이 국내 취업이 어려워지는 상황 속에서 해외 취업에 관심 있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많아지고 있다. 의사들의 파업으로 인해 병원 또한 간호사 신규채용을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간호학생들의 불안 또한 커지고 있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무엇일까. 그저 넋 놓고 바라만 봐야 하는 현실에 답답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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