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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hyo Oct 13. 2024

가장 쓸데없는 짓

배움 앞에서도 진심이 필요해


“너는 결국엔 이미 하고 있잖아”

조언을 구해도 사람들은 이미 나에게 말한다.

이것을 ‘답정너’라고 하는 걸까. 이미 저질러버리고 그것에 대한 확신을 얻기 위해 다시 한번 묻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툰 사회생활로 인해 정말 마음고생을 했던 시절. 나도 한때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운세를 보았다. 신점, 타로, 역학 등. 얼마 전까지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나의 귀를 의심하는 일이었다.

“얼마 전에 남자친구랑 헤어졌는데, 또다시 만날 인연이 있을지 봐주세요”

버스에 앉았을 때, 앞 좌석에 앉아있던 여자로부터 들리던 전화 내용을 나도 모르게 엿듣게 되었다. 아니다. 엿들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수화기 너머로 점사를 치는 방울 소리가 크게 들렸다. 여자는 이윽고 무당에게 자신의 생년월일을 말하더니 무당으로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이야기의 끝은 여자가 중간에 벨을 누르고 버스를 하차하면서 그 이후의 이야기는 듣지 못하였다. 얼마나 힘들고 절박했으면 또 믿을만한 사람이 없으면 저런 곳에 의지하는 걸까 생각하면서도 순간 나의 옛날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나의 고민을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었다. 그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돈을 주고 이야기를 경청해 달라고 하는 ‘외로운 시대’다.  

SNS 채널은 많아지고 보다 쉽게 타인에게 말을 걸어 24시간 소통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욱더 외로운 이유는 무엇 알까. 오히려 남들 잘사는 모습에 초라해지는 네가 가끔 안쓰럽게 느껴지도 했다. 그 중심에는 우리 동생도 있었다. 간호대를 자퇴하고 지인들과 사업을 하면서 나름대로 돈을 벌었던 동생은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잘 사는 모습을 올렸다. 그리고 동생은 ‘성공했네’라는 말을 들을 때 가장 기분이 좋았다고 하는데, 실제로 동생의 모습을 본 난 안쓰럽게 느껴지기만 했다. 남들 눈에 잘 보이기 위해 애썼던 동생 본인은 정작 행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어떤 소식이든 반갑지 않았다. 그저 하루하루 무사히 밥 굶지 않고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남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일,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있는 척하는 것 그러한 것들이 인생에서 가장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요즘에 네 눈에는 ‘줏대’ 있고, ‘허세 없는 사람’이 멋있어 보인다.

어려운 취업 시장에서 화려한 스펙은 눈에 띄기 마련이다. 알맹이 없는 스펙을 쌓느라 고생하는 동기들을 보면서 스펙도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야 가능함을 느낄 때가 종종 있었다. 하루하루 먹고 사느라 아르바이트에 시간을 쏟던 나날들이 필름처럼 지나갔다. 그러던 중 다시 진학하게 된 대학교에서 만나게 된 한 동기가 눈에 띄었다. 서른이 된 지금. 스펙이란 무엇인지 고민이 될 때쯤 동기로부터 듣게 된 말이 나를 깨웠다.

‘언니, 난 스펙이 많고, 화려해 보이는 그런 사람 별로 부럽지 않아요’라고 말한 동생이 가장 인상 깊었다. 그 친구는 내가 보았던 친구 중에 정말 자기 자신에게도 성실하고 진실된 사람이었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신경 쓰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하루하루 성실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지만, 봉사활동을 하러 간 곳에서도 무언가 배우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보통 봉사활동을 하러 가면 시답지도 않은 허드렛 일을 시킨다고 투덜 되는 일이 다반사인데 이 친구를 달리 보게 한 말은

“난 오히려 좋았어. 책에만 있었던 약품명을 실제로 약제실에서 봉사활동 하면서 보게 되니 신기했거든”

이 말을 옆에서 우연히 듣게 된 난 이 친구를 다시 한번 보게 되었다. 그저 성실할 줄만 알았는데 ‘배움’에도 진심이었던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이 사람이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 준 말이었다.

나이는 나보다 어리지만 어린 동생들에게도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순간순간들이 있다. ‘진심’에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하지 않고도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애쓰지 않고 조용히 자신의 내실을 쌓으며 어제보다 나은 나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생들을 보면서 다시 한번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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