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권력은 ooo다!
나 역시도 권력이라 하면 그러한 것이 전부인 줄 알았다. 어르신들의 권력을 알기 전까지 말이다. 한 지인으로부터 어르신들의 권력을 듣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흘리지 않고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이라고 하였다. 노화가 되면 자연스레 저작 능력이 감소하게 되고 음식을 흘리고 먹게 되는 일이 다반사인데, 그러한 가운데에서도 흘리지 않고 음식을 먹게 된다면 자연스레 권력이 생기게 된다는 어르신의 권력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권력이란 것은 꼭 ‘물질적인 것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해볼 적에 엄마의 권력에 대해 자연스레 떠올려볼 수 있었다.
요즘 들어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는 일에 조금은 재미를 붙였다. 무엇보다 입맛이 달라졌다. 자취생활 10여 년 넘게 해오면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 일은 내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기껏해야 라면을 끓이거나 계란 프라이, 김치찌개, 닭볶음탕 정도까지는 가능했다. 하지만 제일 어려운 것이 있었다면 바로 ‘나물’ 요리였다. 할머니와 어머니가 차려준 반찬은 한 두 가지가 전부였는데 밥 한 공기를 뚝딱할 만큼 정말 맛있고 심플했다. 심플한 요리가 정말 어렵다는 것을 요즘따라 정말 많이 느끼고 있다. 뭔가 부족했다. 큰맘 먹고 요리책을 샀지만 반품하기 일쑤였고, 유튜브를 보면서 요리를 배웠다. 하지만 1%가 부족했다. 그것이 바로 손맛인 건가 하고 생각할 때쯤, 엄마로부터 전화가 왔다. 엄마에게 레시피를 물었는데, 그것은 비밀이라고 하였다. 배우고 싶으면 이제부터는 용돈을 줘야 한다는 엄마의 우스갯 소리에 엄마의 권력은 ‘레시피’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얼마 전 요리 관련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 리틀포레스트와 줄리&줄리아‘ 영화는 신선했다. 요리를 배경으로 이렇게도 영화를 만들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 때쯤 리틀포레스트에서 김태리가 해 먹던 알배추 된장국과 알배추 전을 직접 해 먹었다. 서툴지만 만들고 나니 작은 성취감이 들었다. 요리를 만들었던 날은 또 비가 와서 따뜻한 국물이 필요했다. 난생처음 만들어본 알배추 된장국과 알배추 전은 정말이지 맛있었다. 구수한 된장 국물과 더불어 노릇노릇 구워진 알배추 전을 간장 소스에 찍어먹었을 때 김태리가 왜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유튜브를 통해 엄마의 권력이었던 ‘레시피’가 점점 생각에서 흐려지는 동안, 다시 엄마를 만났을 때 나물 무침 레시피에 대해 물었지만 공짜로 대답을 얻기란 어려웠다. 그도 그런 것이 엄마에게도 권력은 필요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식들이 장성하여 각자가 독립하여 살게 되면 자연스레 부모님과도 연락이 뜸해지고 이야기할 내용이 줄어드는 만큼 더없이 부모님을 외롭게 하는 일은 없으리라. 그래서 그런 걸까 엄마의 권력은 엄마의 자존심이자 애정이었음을 느꼈다. 그러한 애정을 받고 무럭무럭 자란 나와 동생은 어느새 성인이 되어 엄마와 함께 같이 나이 들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의 권력이었던 레시피에 대해서만큼 존중해 드리고 그만한 비용을 지불하고 전수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엄마한테 레시피를 전수받는데 왜 돈을 내냐고 반응하는 지인들도 있었는데, 네 생각은 좀 달랐다. 부모라면 뭐든 자식에게 공짜로 해줄 필요는 없다고 말이다. 학원에서 수업을 배우기 위해 수업료를 지불하는 것처럼 부모님에게 공짜를 바라서는 안된다는 것을 부모라면 당연히 자식에게는 무조건 공짜로 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엄마는 늘 내게 말씀하시곤 하셨는데…
“얘야,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레시피를 배우고 싶으면 알아서?! 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