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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hyo Oct 27. 2024

서른의 성장

서른 즈음의 성장이란


심리상담 센터에서 우연히 받게 된 지능검사 결과는 처참했다. 요즘따라 느끼는 것이지만 나의 지능에 한계를 느낄 때가 많았다. 그러던 중 집 앞 공공도서관에서 읽게 된 뇌에 관한 책을 보며 스스로를 위안했다. 지능도 나아질 수 있다고 말이다. 노력에 의해서 지능을 올릴 수도 있다고 한다. 물론, 유전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아동간호학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한다면 유아기 때까지 만 4세까지 자극을 주면 뇌 성장에 보다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하였다. 그렇다고 나의 어머니에게 왜 만 4세까지 주입과 자극을 주지 않았냐고 이제 와서 책임을 논할 이유는 없다. 이것만큼 어리석고 바보 같은 일은 없기 때문이다. 이미 난 성인이 되었고 성인인 나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하여튼, 이제부터 판은 달라졌다. 네 스스로 나의 지적 능력을 향상할 필요가 있었다. 적어도 지금의 공부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말이다.


특히나 간호학과 특성상 이해를 기반한 암기가 주를 이루었기에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기초 개념을 더한 응용문제들을 풀어야 할 때가 많아졌다. 개념이 부족했던 탓일까 아니면 나의 공부 방법이 잘못된 것일까. 오늘 받아본 기본간호 2학년 첫 중간고사 성적은 정말이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름 공부해 보겠다고 새벽에 일찌감치 길을 나서기도 했는데, 졸린 상태에서 공부를 하다 보니 능률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었다. 나름 주변에 공부를 한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공부 방법에 대해 물어보았지만 큰 해결책은 보이지 않았다. 당연한 이야기만 늘어놓았기 때문이다. 벼락치기가 아닌 매일 꾸준히 예습보다는 복습을…


서른 즈음에는 ‘돈’을 벌줄 알았는데, 웬걸 성적 고민을 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자니 한숨이 나오기도 하고 ‘왜, 이제야 뒤늦게 공부 바람이 불어’ 공부를 하고 있는지 별의별 생각이 들 때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스스로 되묻게 되었다. 어떤 행동을 하는 데 있어 의도와 목적 없이 행해지는 일은 없는 것처럼 나 또한 서른 즈음에 다시 와서 공부를 왜 하고 있는 건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어제 보다 나은 성장’을 꿈꾸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두 달 남짓 남았다. 두 달이 넘어가면 또 한 해가 시작된다. 이번 한 해는 정말이지 꿈만 같고 빛의 속도로 시간이 흘러갔다. 이 한 해 동안에도 네가 성장했음을 느끼게 된 건 ‘미국’을 다녀오고 나서부터였다. 영어 실력은 이전에 닦아 놓은 지식으로 대비를 할 수 있었지만 새로운 환경에서의 적응은 영어만으로 해결이 되지 않았다. 눈치가 필요했고 적응 능력이 필요했다.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일이란 그리 쉽지 않은 일이었다. 특히 식수가 맞지 않아 면역력이 떨어지고 결국에는 저작을 하지 못할 정도로 입안 심하게 헐어 한동안 미국 음식을 먹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되기도 했지만 미국을 다녀오고 나서부터 나의 장단점에 대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비단 미국뿐만 아니라 다시 한국에 돌아와 학교 생활을 이어나갈 때도 새로운 전략이 필요했음을 느꼈고 나의 루틴 한 삶에 변화를 주고자 했다. 특히나 시간관리가 어려웠으므로 시간 관리에 대한 새로운 전략을 만들었다. ‘김밥 자르기식의 공부법과 타이머를 정해놓고’ 필요한 일을 수행하는 것이었다. 한 번에 많은 걸 습득하기에 한계가 있었기에 정해진 시간에 효율적으로 하고 싶었다. 이 방법은 정말이지 효율적이다. 일단, 흘러가는 시간들을 제어가 가능하다는 점이고 작은 성취감과 결과물을 맛볼 수 있다. 이렇게 하면서 나의 미진한 부분들을 개척해 나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 하나는 ‘선택과 집중’이다. 이번 학기에는 간호학과 뉴스레터를 대표로 맡아 제작하게 되었는데, 영어 발표 경진대회까지 나가고 싶은 마음에 덜컥 원고를 보내고 신청을 마무리하니 후회가 밀려왔다. 중간고사가 끝난 뒤로 밀려오는 팀플과 과제는 걷잡을 수 없었고, 방대한 양의 뉴스레터를 신경 써서 만들 수가 없다 보니 어느 것 하나는 포기해야 했다. 그래서 영어 발표를 포기했다. 난생처음 영어 발표를 하고 싶었던 건 빠른 실수를 통해 더 나은 성장을 얻고 싶었다. 다시 말해서 ‘창피’를 당하고 싶었다. 그럼 오기가 들어 더 열심히 할 테니까 말이다. 하여튼 결국 신청을 포기했지만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보다 빠른 실패를 통해 성장을 하고 싶다는 욕심도 들었다.


겨울 방학에는 실습을 나간다고 하는데, 이번 실습은 예전 실습보다 조금은 성숙한 모습으로 환자들에게 다가가 더 나은 케어를 할 수 있기를 바람 한다.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보다 빠른 실패와 되돌아보기를 통해 나아지고 있음을 서른 즈음에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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