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hyo Nov 03. 2024

K*( ) + M * (  )

서른에 다시 세우는 비례식

“문과생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속이 타는 것 같다. 고민이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수학을 잘할 수 있을까? 지금 나에게 필요한 수학 단계는?’

수학을 또다시 마주했다. 약물 계산을 위해서도 기초수학 지식은 갖춰져 있어야 했다. 미루고 미뤄왔던,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수학을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정말 지독하다.  더하기, 뺄셈 그것도 두 자릿수가 넘어가면 아이폰 계산기를 열어 계산을 하고 있는 나를 생각할 적에 얼마나 한심하고 없어 보이던지 이런 누추한 나의 모습이 싫었다. 나도 멋있게 머리로 암산하며 필요한 계산을 능수능란하게 하고 싶고, 적어도 수학에 대해 물어보면 자신에게 답하고 싶은 나를 떠올릴 때도 있다. 서른 즈음에 다시 마주하게 된 수학은 정말이지 나에게 있어 큰 도전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는 나도 평범한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지능 지수를 가졌다는 것과 아이엘츠, 토익 점수, 전화 영어를 통한 객관적인 수치들이 나날이 오를 때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작은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여러분, 어려운 걸 해내야 원하는 걸 할 수 있어요!”

‘어려운 일을 해낸다’ 나도 나이가 들어버린 걸까. 옛날에는 잔소리처럼 들리던 어른들의 꼰대 같은 말들이 이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 진짜 맞는 말이야‘라고 나도 모르게 수긍하는 모습을 발견하곤 한다.  다시 이 말을 나만의 식으로 풀어간다면 ’ 어려운 걸 해내야 인력시장에서 대체불가능한 사람‘이 된다고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고 싶다. 네 지난 인생을 통해 돌아본 결과, 난 언제든 쉽게 대체가 가능한 사람이었다.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었지만 그것을 통해 나 자신에 대해 좀 더 객관적으로 인력 시장에서의 ’나‘라는 사람은 얼마를 주고 이용 가능한 사람인지 스스로 가치를 매겨볼 수 있었다.  간혹 일을 했을 때 마주 하게 된 사람들 중에는 아무런 노력 없이 대가를 바라는 이들이 있었다. 모두가 힘들게 일을 하고 있는데 요리조리 자기 것만 잘 챙기고 주어진 급여 외에는 더는 일을 하지 않고 쉬는 동료를 보며 내심 부정적이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어쩌면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일한 만큼 받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곧 고용계약서에도 있는 내용이니 달리 할 말은 없지만 나와 비슷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나의 빈자리를 아무렇지 않게 채워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라는 존재에 대한 허망함을 느낄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어김없이 찾게 되는 것이 ’ 자기 계발‘이었다. 대체불가능한 사람이 되면 희소가치가 있다면 분명 값이 오르는 다이아몬드처럼 나를 반짝반짝 빛나게 만들고 싶었다. 네 지적 능력에 대한 한계와 더불어 시장에서의 가치를 생각해 볼 적이면 대체불가능한 사람 되려는 이유는 적어도 민폐는 끼치고 싶지 않아서였다. 같이 일하는 동료에게는 적어도 일 못한다는 소리도 듣고 싶지 않았고 민폐가 되고 싶지 않았다.


결국, 서른에 다시 학습지를 하기로 하였다. 오랜만에 학습지 신청을 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이윽고 돌아온 첫인사는 다름 아닌 ’ 어머니‘였다.


“지난번에 학습지 신청 상담하였는데, 전화가 없으셔서요. 지금 전화로 신청 가능할까요?”

“네! 어머니! 어머니 자녀분 성함 알려주시겠어요?”

“아, 저 결혼 안 했는데…”

미국에서 적지 않은 충격받은 Miss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제대로 충분히 어루어만지지 못한 상태에서 듣게 된 ’ 어머니‘라는 단어는 무척이나 나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잠시 숨을 고른 뒤, 다시 전화 상담을 한 뒤 신청하였다. 이윽고 받게 된 안내는 선택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생각보다 가격이 오른 탓에 차라리 그 돈으로 EBS 공영방송을 통한 강의시청과 더불어 필요한 문제집을 사는데 돈을 쓰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들어가게 된 사이트에서 본 수학 교육과정은 무엇이 내가 정말 필요로 하고 배워야 하는지 아리송하게 만들었다. 결국, 신청하고 말았다. 교재값도 한두 푼이 아닌 점을 감안해서 차라리 나의 수준을 제대로 파악한 뒤 필요한 공부를 습득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야 생각해 보건대 공부를 왜 해야 하는 걸까를 지금 내게 묻는다면 난 이렇게 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원하는 공부를 하다못해 자격증이나 면허를 따기 위해서도 기본지식은 필요하다”라고 말이다. 삼십 대 평균 아이큐는 90~100이라고 한다. 공부는 모두가 하지만 아쉽게도 학습에 있어서 90% 이상은 유전이라고 한다. 나머지 값이 노력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한다. 내가 매일 2시간만이라도 부족한 학습 능력에 투자를 한다면 이것은 분명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의 자아성취감을 느끼게 하지 않을까. 이제 2025년이 2달 남짓 남았다. 새해 목표는 새해에 꼭 세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바로, 지금 하기로 했다. 간호학과에 온 뒤로 매너리즘이 생겼는데, 알고 보니 공부를 안 해서였기 때문이다. 내겐 미안한 말이지만, 기초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스스로 부정하고 외면해 왔는지 요즘따라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기초 공사도 안된 나 자신을 보면서 채찍질보다는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네 스스로에 따뜻한 격려와 위로로 대체불가능한 사람으로 한 층 더 업그레이드해보고 싶다.

가끔은 힘들 때 먼 곳을 보지 말고 바로 눈앞에 있는 계단을 보면서 올라가라고 조언해 준 어르신의 말씀처럼

오늘도 난  

“Just do it”


#비례식 #아이큐 #노력




일요일 연재
이전 08화 서른의 성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