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관계에서 얻게 된 작은 깨달음
어린 시절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위인전은 ‘안데르센’이었다. 안데르센이 내게 준 삶의 의미는 독창적이었다. 그의 작품들은 아름답지만 기억에서 잊히지 못할 정도로 찬란한 슬픔 그 자체였다.
그가 써 내려간 동화는 그의 삶을 보여주듯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내가 읽기 힘들었던 동화는 ‘인어공주’였다. 무언가 얻는 대신 포기해야 하는 그 상황이 정말이지 어린 내게 있어 감당하기 힘든 슬픔이었다. 성인이 된 지금도 안데르센과 관련된 동화, 위인전 등을 다시 읽어내려갈 때면 마음 한편이 시렸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할까?
안데르센이 내게 준 삶의 의미는 바로 ‘도전’이었다. 그의 삶은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았다. 어려운 가정 형편 외에도 그가 꿈을 이뤄나가는 장면들을 글을 읽으며 떠올려볼 때면 그에게 얼마나 많은 아픔과 고통이 있었는지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었다면 위인전 내용 중 꿈을 이루기 위해 단 칸 방에서 홀로 무릎을 꿇고 앉아 간절히 하느님께 기도하는 모습이었다. 그가 염원하고 바랬던 것은 ‘언젠가 꿈을 이루어 자신의 고향으로 자랑스럽게 돌아가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꿈을 이루어 당당히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 명예롭게 세상을 떠났다. 어른이 된 지금,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 도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를 알게 되었다.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살아간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임을…
그도 그런 것이 요즘 들어 진짜 어른을 보기가 쉽지 않았다. 세상이 어렵고 혼란 속에 빠질수록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도해 주는 은사님들이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것 같아 못내 아쉽기만 하다. 안데르센 이외에도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어른은 신영복 선생님과 리영희 선생님이었다. 이 두 분은 내게 대학교 시절 우연히 알게 된 분들이었다. 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정말이지 신선한 충격 그 자체였다. 책의 대목 중에서 따뜻하고 좋았던 부분이 있었다면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사람을 단지 열 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 중간생략-
심동의 빙한! 난방시스템이 일절 갖춰지지 않은 감옥의 긴 겨울, 수인들의 유일한 난방은 동료들의 체온이었다고 한다 ‘
사람의 온기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 그렇지만 요즘 들어 사람들이 멀게만 느껴졌다. 오히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말하던 상사의 씁쓸한 미소가 가끔 떠오르곤 하였다.
여름이 지나가고 갑작스레 추워진 겨울과 같은 가을은 가슴 한편을 먹먹하게 했다. 이번 여름은 내게 있어 유난히 덥기도 하였지만 때아닌 여름에 한파를 겪는 느낌이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떠나게 된 곳에서 내가 느끼고 온 것은 ’ 일회용 관계‘였다. 이 관계에서 무척이나 실망스러웠고, 후회가 밀려오기도 하였다. 하지만 또 하나 깨달은 점이 있다면 ’ 어른의 기준‘이었다.
‘이런 어른은 되고 싶지 않다’는 나만의 명확한 기준을 갖게 되었다.
1. 험담을 하거나 험담했다고 제삼자에게 말을 전달해 주는 사람
2. 필요할 때마다 연락하는 사람
3. 사람에 대한 기대치가 높거나 바라는 것이 있을 때
4. 진실되지 못한 사람
네가 실제로 만났던 완벽한 어른은 없었지만 적어도 좋은 어른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어른들은 정말이지 감사하게도 뵐 수 있었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는 좋은 어른, 닮고 싶은 어른이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멀리 보는 것도 좋지만 오늘 내게 주어진 작은 일들에 정성을 다하고 적어도 하루에 하나씩 착한 일을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실천한다면 분명 언제가 내가 원하는 어른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