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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hyo Nov 24. 2024

너의 길을 응원하며, 한 끼의 축하

따뜻한 밥 한 끼의 약속


밥 한 끼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얼마 전, 친구로부터 뜻깊은 약속을 받았다. 네가 먼저 물어보기가 망설여졌는데, 고맙게도 친구가 먼저 말해줘서 다행이었다. 수습 기간을 마치고 정직원 전환 여부를 기다리고 있던 친구가 드디어,

내게 “밥 한 끼 사주고 싶다”라고 말한 순간, 이내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몇 년을 기다렸을까. 그간의 고생한 친구의 모습들이 뇌리 속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마침내, 몇 년간의 노력 끝에 친구는 정직원이 되었다. 계약이 만료되어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떠났던 친구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마음 깊은 곳에 눌러 담았을 고민과 걱정들이 떠올라 괜스레 마음이 저렸다. 이제야 친구도 안정된 자리에서 어엿한 직장인이 되었으니, 그 자체로도 큰 기쁨이었다. 학생이 되기는 쉬워도 정직원이 되기란 요즘 같은 경기에는 정말이지 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서울에 집이 있다는 것이 정말 부럽게 느껴지곤 했다. 대부분의 일자리는 서울에 몰려 있다 보니 먼 길을 달려서라도 서울로 출근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인천으로 등교를 할 때마다 서울로 출근하려는 인파를 매일 아침마다 목격하곤 한다. 그 많은 사람들을 뚫고 출근을 해내는 사람들을 보면 내심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아침에 일찌감치 일어나 나를 매일같이 일으켜 세워 출근하는 일은 정말이지 쉬운 일이 아님을 알고 있기 때문일까. 가끔은 나를 깨워주고 일으켜 세워주던 그날의 그때의 외할머니가 가끔 그립곤 했다.


그러한 생각도 잠시 “밥 한 끼 사주고 싶다”는 친구의 말이 내게 처음으로 낯선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단순한 식사 이상의 따뜻함이 느껴졌다. 친구와 함께 그동안의 고생을 나누고, 기쁜 소식을 축하하며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감사하게 다가왔다. 그것은 마치 추운 날씨에 갑자기 찾아온 따뜻한 난로 같았다. 살아가며 바쁜 일정 속에서 홀로 밥을 먹는 날들이 많아졌다. 어릴 적엔 가족과 함께, 학교에선 친구들과 함께 억지로라도 밥을 먹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대학에 들어가 처음 혼자 밥을 먹게 되었을 땐 어딘지 모르게 허전함이 몰려왔다. 혼자 밥을 먹는 게 어색하고 부끄러워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으려 애썼다. 때로는 밥을 거르고 셰이크 한 잔으로 끼니를 때우곤 했다.


직장에 들어가서는 그 시간이 더 불편했다. 상사와 마주 앉아 밥을 먹는 동안에도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상사의 질책을 들어가며 억지로 밥을 삼키는 날이 적지 않았다. 그런 날엔 차라리 홀로 나가 바람을 쐬며 점심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편했다. 하지만 만학도가 되어 다시 동료들과 함께 밥을 먹게 되었을 때, 그 시간은 더없이 소중하고 행복하게 느껴졌다.


내가 인생에서 가장 맛있게 먹었던 밥은 ‘할머니의 소박한 밥’이었다. 흰쌀밥 한 그릇에 계란프라이 하나, 혹은 간장과 김 몇 조각만으로도 그 밥은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식사가 되었다. 할머니의 요리 솜씨는 대단했다. 어릴 적 나의 소식좌 친구조차 집밥은 거들떠보지 않고 우리 집에 와 할머니가 해주신 밥을 두 공기씩 해치우곤 했다. 그 모습을 보며, 우리 외할머니의 손맛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새삼 느꼈다. 만약 우리 할머니가 지금 살아계셔서 흑백 요리사들과 대결한다면 어떨까? 분명 그 결과는 믿어 의심치 않다.

특히, 아침마다 들려오는 계란프라이 굽는 소리와 고소한 냄새는 나를 잠자리에서 일으켜 세우곤 했다. 학교 가기 싫다고 버텼던 나를 결국 움직이게 했던 건 바로 할머니의 밥이었다. 이제는 할머니가 해주시는 계란프라이가 아닌, 내가 직접 만든 계란프라이로 스스로를 다독이며 힘을 내곤 한다. 맛집을 찾아다니고, 아무리 훌륭한 음식을 먹어도 할머니가 해주신 그 밥의 맛은 절대 잊을 수 없다.


친구가 건넨 “밥 한 끼 하자”는 약속은 단순한 식사 이상의 의미였다. 힘들었던 시간을 묵묵히 견뎌낸 친구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그 용기와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이제는 친구가 마음 편히 밥을 먹으며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도 감사하다.


따뜻한 밥 한 끼 속에서 우리는 서로의 시간을 나누고, 삶의 무게를 덜어줄 수 있다.

그리고 그 작은 순간들은 우리에게 커다란 위로가 되어준다. 친구에게 한마디를 꼭 전하고 싶다.


“정말 고생 많았어. 그리고 정말 잘 해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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