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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효 작가 Oct 24. 2023

보랏빛 향기 머무는 광양 사라실마을

6월 셋째 주 남도여행 

이제 곧 장마철 시작이다. 꿉꿉한 장마철을 잘 견디기 위해서는 심신을 뽀송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장마가 오기 전에 몸과 마음의 평안을 찾아 광양 사라실 마을로 떠나보자. 광양읍 사곡리의 작은 농촌마을인 사라실 마을은 6월이면 보랏빛 향기로 가득하다. 바로 라벤더 꽃밭 때문이다. 현대인을 괴롭히는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를 없애기 위해 허브약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국적으로 라벤더 농가가 늘고 있다. 그 중에 경기도 연천과 강원도 고성 등과 함께 남도에서는 광양 사라실마을이 라벤더 농원으로 유명하다.  


‘사라실(紗羅室)’이라는 이름은 마을 뒷산 옥녀봉에 살던 옥녀가 베틀로 비단을 짤 때 작업실로 쓰던 곳이라고 해서 붙여졌다. 사라실마을은 라벤더 농장이 있는 ‘본정’과 금광굴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는 ‘점동’, 예술인들이 모여 사는 ‘억만’까지 3개 마을로 이뤄져 있다. 평범했던 농촌마을이 10년 가까이 라벤더나무를 공들여 심고 가꿔온 덕분에 지금의 멋진 라벤더 마을로 전국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라벤더가 꽃피우는 5월 말부터 마을 전체가 보랏빛으로 물드는데 향기까지 좋아서 꽃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심신안정에 그만이다. 


< 보라보라 어여쁜 사라실마을 라벤더 꽃밭 >

광양 사라실마을의 라벤더 꽃밭은 다른 지역과 달리 농사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농원이다. 농업기술센터와 함께 마을 영농조합법인이 농가의 소득 향상을 위해서 특용작물로 키우는 라벤더이기 때문에 6월 말이 되면 라벤더 수확에 나선다. 수확 전까지는 사라실마을을 찾는 꽃 손님들을 위해서 마을 주민들이 흔쾌히 라벤더농원의 문을 열어둔다. 덕분에 누구든지 무료로 라벤더 꽃밭을 둘러 볼 수 있다. 마을 분들이 해마다 라벤더 나무를 추가로 심고 있어서 어쩌면 오래지 않아 일본 홋카이도 후라노 지역의 ‘팜도미타 농장’처럼 국내외 여행객들이 라벤더정원을 보기 위해 광양 사라실마을을 찾을 지도 모른다.  


라벤더 꽃밭을 즐길 때는 라벤더가 상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좋다. 농민들의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인데 인증사진을 찍는다고 꽃밭 사이를 함부로 헤집고 다니지 않아야 한다. 6월은 라벤더 만개 시즌으로 보랏빛으로 물든 동글동글한 라벤더 덤불이 농원 전체를 메우고 있다. 라벤더가 향도 좋고 꿀도 많아서 벌과 나비들에게 인기가 많은데 특히 라벤더 덤불 가까이에 가면 붕붕붕 벌 소리가 들릴 정도다. 꽃가루를 나르고 꿀을 따느라 바쁜 벌들은 위협을 느끼지 않으면 쉽사리 공격을 하지 않지만 그래도 안전이 최고니까 라벤더 가까이에 갈 때는 사방주시를 해야 한다. 


< 라벤더 체험이 가능한 '윤&필' >

라벤더는 허브의 왕으로 불리는 유럽 꽃으로 심신 안정과 불면증에 약효가 뛰어난 꽃이다. 농원을 찾는 라벤더 체험객들을 위해 다양한 공간이 마련돼 있는데 특히 100평 규모의 ‘라벤더 아로마 연구소’에서는 라벤더 방향제 만들기, 라벤더 향수 만들기, 라벤더 수확체험, 라벤더 피자 만들기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다. 라벤더 치유정원에서는 간단한 식사와 차를 즐길 수 있는 <윤&필>과 족욕 체험장이 마련돼 있다. 사라실농원에서 만든 라벤더 향수, 비누, 에센셜 오일, 베개 등 다양한 제품을 구경하고 구입할 수 있다. 


사라실마을과 가까운 곳에 라벤더와 잘 어울리는 광양와인동굴이 있다. 2017년에 문을 연 광양와인동굴은 와인과 예술이 어우러진 복합문화예술 공간이다. 이 동굴은 원래 광양제철소가 원료와 제품을 운송하기 위해 화물열차를 운행했던 철로였다. 1987년에 개통한 광양제철선은 광양역에서 출발해 태금역을 연결하는 총 19km의 노선이었는데 2011년에 광양제철선을 개량하면서 약 301m에 달하는 석정동굴 구간이 폐선됐다. 광양시는 폐선 철도를 활용해서 와인과 예술을 테마로 한 ‘와인동굴’을 만들었고, 지금은 광양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로 사랑받고 있다.  


< 광양 와인동굴 >

와인동굴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와인의 역사와 제조법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장과 전 세계 와인을 한 곳에서 보고 맛 볼 수 있는 시음공간이 마련돼 있다. 동굴 자체가 하나의 와인 박물관 같은 느낌이 드는데 100m 길이의 동굴 벽면에 벽화의 실루엣에 따라 영상이 구현되는 미디어파사드를 설치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사람의 동작에 따라 반응하는 인터렉티브 미디어는 걸어 다닐 때마다 물고기가 헤엄치고 예쁜 꽃잎들이 흩날리며 흰색의 개구리가 연두색으로 색깔이 변하는 신기하고 재밌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일 년 365일 적정 온도 17도를 유지하는 동굴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해서 와인 보관에 최적지다. 동굴 안에서 잔 와인이나 간단한 안주를 주문해서 마실 수 있는데 마음에 드는 와인은 구매할 수 있다. 단, 와인동굴 내부에는 화장실이 없고 반려동물 입장도 제한된다. 


와인동굴 옆에 자리한 ‘에코파크’는 국내 최초의 동굴 속 어린이 체험공간으로 180m 공간에 13개의 콘텐츠가 준비되어 있다. 4차 산업의 시대에 맞춰 AI증강현실, AR콘텐츠 체험을 통해 어린이들의 창의력과 공간 지각력을 극대화할 수 있어서 가족과 연인, 친구들과 함께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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