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둘째 주 남도여행
한여름 지리산 피아골에 다녀오지 못했다면 11월에는 꼭 가보자. 이맘 때 지리산은 언제 어디서나 고운 단풍을 만날 수 있지만, 단언컨대 최고의 단풍은 피아골에 있다. 피아골 단풍은 지리산 10경으로 일명 ‘삼홍’이라고 불린다. ‘산의 단풍도 붉고, 단풍을 비추는 계곡도 붉고, 그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마저 붉게 물들인다’고 해서 붙여진 별칭인데 피아골 단풍을 보면 정말 실감나는 말이다.
피아골 단풍길은 계곡 입구부터 연곡사 주차장을 거쳐 계곡 끝에 있는 직전마을까지 이어져 있는데 특히 표고막터부터 삼홍소까지 이어진 약 1km 구간의 단풍터널은 피아골 최고의 절경으로 손꼽힌다. 해마다 단풍철이 되면 구례군에서 군민들과 여행객들을 위해서 단풍제례와 함께 다양한 공연과 떡 나누기 행사를 진행한다. 피아골 단풍 구경은 계곡 길을 따라서 가볍게 산책하듯이 걸어도 좋고, 좀 더 오래 피아골 단풍을 구경하고 싶다면 직전마을에서 피아골대피소까지 산행을 하는 것도 좋다. 등산로는 약 4km의 길로 빠르게 걸으면 2시간 정도 걸리는데 천천히 쉬면서 오르내린다고 해도 4시간이면 충분하다.
피아골 계곡과 쌍벽을 이루는 곳이 화엄사 단풍이다. 피아골이 불타오를 듯 붉은 단풍이 특징이라면 화엄사 계곡의 단풍은 갈색과 노란빛이 주를 이룬다. 피아골과 달리 느티나무와 갈참나무 같은 난대림 나무가 많아서인데 노고단에서 시작한 단풍 물결이 연기암 위쪽 구수등으로 번질 때가 가장 절정이다. 화엄사 단풍 길은 연기암에서 노고단까지 산길을 따라 약 7km에 걸쳐 이어지는데 지리산 단풍 순례길로 유명한 곳이다. 산 능선을 걷는 길이라 험하지는 않지만 꽤 거리가 멀어서 등산에 능숙한 이들과 함께 산행하는 것이 좋다. 노고단까지 산행이 어렵다면 화엄사를 중심으로 연기암과 참샘터까지 걸어도 단풍 구경에 부족함이 없다. 연기암에 가면 황금으로 만들어진 부처님 손바닥이 있는데 이곳에 이마를 세 번 대고 소원을 말하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전설이 있다.
지리산 단풍 여행을 계획할 때는 기상청의 날씨 정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전국 명산들의 단풍 현황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어서, 여행 일정에 맞게 단풍 명소를 선택하면 된다. 대부분의 산이 국립공원이다 보니까 산이 높고 계곡이 깊다. 일교차가 큰 날씨에 대비할 수 있도록 옷차림과 간단한 등산 장비를 챙겨야 안전한 단풍여행을 즐길 수 있다.
전라도와 경상도를 두루 품고 있는 지리산은 먹을거리가 많다. 특히 가을이면 식재료가 풍부해서 밥상이 더욱 풍성해진다. 산자락을 타고 각 지역의 별미를 즐길 수 있는 게 지리산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단풍 구경을 마치고 하산 지역을 선택하는 것으로 밥상 메뉴를 골라보자. 먼저 전북 남원으로 하산을 결정했다면 진한 가을 맛을 느낄 수 있는 추어탕이 있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가을 미꾸라지에 열무 시래기와 칼칼한 청양고추를 넣고 뭉근하게 끓인 남원 추어탕은 몸과 마음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가을철 소울푸드다.
경남 하동 쪽으로 하산한다면 화개장터에서 들러 다양한 장터 음식을 즐겨보자. 가마솥에서 막 끓여주는 소머리국밥에 도토리묵사발, 여기에 잘 말린 지리산 산나물로 비벼먹는 비빔밥까지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전남 구례 방면으로 내려올 때는 버섯전골을 놓치면 안 된다. 지리산에서 자란 석이·능이·느타리 같은 온갖 버섯이 들어간 버섯전골은 그 자체로 보약이나 진배없는데 얇게 저민 소고기까지 샤브샤브로 곁들이면 최고의 가을 밥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