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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현 Nov 19. 2021

회사 생활의 시작

회사라는 곳은 정말 <미생>의  현실판일까

남들은 흔하게 하는 휴학 한 번 안 하고 정확히 4년 만에 대학교를 졸업했다. 나는 조금이라도 빨리 학생이라는 신분에서 벗어나 사회에 나가고 싶었다. 내가 직접 번 돈으로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하며 경제적 독립을 누리고 싶었다. 졸업 후에는 취준 시기 없이 바로 대기업에 입사했다. 졸업하기 전 마지막 여름방학 때 했던 채용 연계형 인턴쉽에서 최종 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8주간의 인턴쉽을 마치고 최종 면접에 합격하면 정규직 사원으로 입사할 수 있는 혜택을 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인턴쉽을 하기 전 회사 생활에 대한 나의 이미지는 드라마 <미생>을 통해 만들어졌다. 회사는 어렵고 힘든 곳이고, 직장인에게 야근은 필수이며, 상사들에게 깨지고 동기들과 경쟁하며 살아남아야 하는 이미지였다. 하지만 8주간의 인턴 생활이 끝난 후 이 이미지는 180도 바뀌게 된다. 회사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즐거운 곳이고, 직장인에게 야근은 선택이며, 상사들은 따뜻했고 동기들과는 서로 의지하며 동기애를 다졌다. 그만큼 이 회사에서 나는 즐거운 인턴 생활을 했고, 최종 합격까지 받고 나니 다른 회사는 지원할 생각도 없이 바로 여기로 달려왔다.


“어, 진짜 왔네? 반가워요!”


1년 전 인턴 했던 대학생이 신입사원으로 입사하자 인턴 생활을 했던 팀의 선배들은 나를 반가워했다. 그와 동시에 팀 인원이 좀 바뀌어서 내가 인턴 했던 팀으로 배정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이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람? 인턴 때 함께 했던 선배들과 같은 팀에서 일하는 걸로 굳게 믿고 입사했는데. 나는 이 팀에서 꼭 일하고 싶다며 어필했고, H과장님이 어차피 지금 하는 일에 인력이 더 필요하던 참이니 팀장님께 잘 말씀드려 보겠다고 하셨다. 나는 신입사원 교육 기간 동안 떨리는 마음으로 팀 배정을 기다렸다.


H과장님은 내가 인턴 시절 만난 내 기준 제일 멋진 여자 선배였다. 그녀는 무심한 듯하지만 따뜻하고, 프로페셔널하지만 유머러스한 반전의 매력을 가졌다. 여행을 좋아해서 해외여행은 매년 빼먹지 않고 가는 편이고, 독립출판물로 사진집까지 낼만큼 사진 찍는데 진심이셨다. 회사에서도 인정받으면서 일 밖의 삶도 놓치지 않는 H과장님은 '걸크러쉬'라는 말이 어울리는 멋진 분이셨다. 나보다 열 살이 많은 그녀의 삶을 보며 나도 10년 뒤에는 저렇게 멋지게 살 수 있을까 상상해 보기도 했다. 그녀와 함께 일할 수 있다면 나의 회사 생활은 분명 즐거우리라.


교육이 끝날 때쯤 팀 배정이 발표됐다.


“엄지현 IFS 팀 (가명)”


앗싸! 간절히 원하던 대로 인턴 때 일했던 팀으로 배정이 됐고, 내 사수는 H과장님이었다. 이렇게 운이 좋을 수가. 지금까지 착하게 살았던 걸 이제야 보상받는구나 싶었다. 이다음 주면 입사 동기들끼리 수강하던 교육이 끝나고 H과장님이 계신 팀으로 출근할 예정이었다. 정든 동기들과 뿔뿔이 흩어지는 게 아쉬웠지만 한 편으로는 어서 팀에 가서 일을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내 진짜 회사 생활의 시작은 그때부터였다.



다음글: 회사 생활이 이렇게 즐거운 거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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