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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아 Feb 10. 2021

세계인들과 일하는 일상이야기(1)

북.발트해.중부 유럽 안에서도 업무 문화가 다채롭다

스웨덴 글로벌 기업 본사에서 일하는 일상 이야기.
하루 종일 갑자기 라트비아와 독일에서 자체적으로 알아서 결정해도 될 일에 대해 급결정해달라고 요청해와서 두 곳에 바로 전화를 걸어서 급히 마무리했다. 재미있는 것은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 (라떼만 해도) 사람들과 직접 얼굴 보거나 전화 통화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요즘 회사 내 업무 처리나 간단한 질문을 할 때에도 메일이 오고 간다. 전화는 정말 급하거나 당장 해결해야 할 사안일 때 사용하는 것으로 암묵적인 동의가 된 것 같다. 전화 한 통이면 간단히 금방 해결될 것도 메일로 하다 보니 오래 걸린다.

같은 북유럽이라도 한 회사 안이라도 동료들의 일하는 방식은 국가별로 참 다르다. 일반화는 아니고 내 경험은 스웨덴은 결정 장애 (그 이유는 계획하면서도 각종 리스크를 생각을 해서 "확 저지르고 보는"경우는 본적이 별로 없다)를 보이다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합의가 되어야 일을 추진하기에 시간이 오래 걸리곤 한다. 누구에게 무엇이 위임되었는가가 문서화되거나 불분명한 경우도 많다. 그러다 보니 담당자 선에서 결정하는 것도 많고 누가 결정하는가에 따라 같은 일도 다르게 진행되기도 한다. 독일 동료들은 철저한 문서화, 지시나 위임의 권한이 누구에게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리고 일단 결정/지시가 내려오면 일사 문란하게 따르는 경향이다. 평균 연령이 어린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동료들은 개선에 대한 강한 열정이 있어 창의적으로 해결도 한다(다른 나라 동료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핀란드 동료들은 말수가 적지만 회신이 빠르고, 일단 약속한 것은 빠른 시간 내에 해서 믿음이 간다. 싱가포르 동료들은 절차와 법을 잘 지키고 일을 깔끔하게 처리한다. 

뭔가 좀 해보려면 늘 불평불만을 토로하는 덴마크에서 일하는 동료의 회신을 받은 한 스웨덴 동료가 우스개 소리로 "덴마크와 일하면 엉망징창인데, 싱가포르 아시아는 똒똑하다"라는 농담 - 내가 보기에는 여러 국가에 지사가 있고 여러 민족이 함께 일하는 회사에서 발설하기엔 매우 위험한 농담이지만-한다. 가까울 이웃 나라일수록 역사적으로 얽히고 설힌 것이 많아서일까...


나 혼자 덩그러니 한국인 출신... 본사에 동양인은 드물고, 흑인은 거의 못 봤다. 금융권이라 더 보수적이라고도 하긴 하지만 스웨덴에 아시아 사람들이 적은 것도 아닌데... 참 언짢다. 한국 대기업에 있었을 때는 회사 우리 그 많은 동료 중 과장 급 이상 여자는 나 포함 겨우 4명이었다... 소수에 속하는 삶은 쉽지는 않다. 일단 숫자가 많아야 하는 게 중요하다. 다수에게는 소수의 특성이 그냥 다른 점이 아니라 그들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약점, 혹은 불편한 점으로 오해하기 때문이다. 아마 차이가 있다면 우리나라는 대놓고 이야기를 하는 편이지만 (통통했을 때 심지어 회식 중에 직속 상사도 아닌 한 부장에게 살 좀 빼라는 말도 들어 부끄러워서 앞에서 맛있게 익는 숯불구이도 마음껏 먹지 못한 적도 있었다. 만일 지금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저기에 가서 거울 좀 보고 오라고 했을 것 같다). 스웨덴 사람들은 속으로 생각은 할지언정 대놓고는 신고당할까 봐 절대로 말을 안 해서 모른다는 것만 다르다.

 
아침부터 저녁 퇴근할 때까지 하루 종일 우리말을 못하는 생활을 한지가 14년이 되어간다. 이런 환경에서 내 모국어를 어떻게 사수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한국에 살던 20대 초. 중반까지 대학원 공부를 할 때는 통역일까지 병행하고, 우리나라 외환위기 IMF 구제 금융을 받던 시절의 신입사원이었기에 밤샘 근무가 적지 않았다. 그래서 그 때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를 보는 건 시간낭비라고 생각했고 텔레비젼도 거의 보지 않았다. 하지만 스웨덴에 사는 요즘, 특히 최근 몇 년에는 한국 방송을 꼭 챙겨 본다. 스웨덴 학생들이 나보다 더 빨리 한국 드라마를 보기에 이들의 질문에 대응하려면 어느 정도 요즘 인기있는 드라마가 뭔지는 알고는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모국어가 인간에게 주는 본능적인 안정감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누가 외국어를 잘하냐 아니면 모국어가 의사소통에 더 편하냐 같은 저차원적인 문제가 아니다. 저녁에라도 스웨덴 사람들에게 우리말 강의를 하며 우리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코로나 상황 때문에 만나지 못해도 전화로나마 우리말을 할 수 있는 가족과 지인이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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