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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아 Feb 13. 2021

당신도 잘할 수 있다-수학 성적을 올리는 의외의 비법

직접 실험해서 검증된 효과 만점의 노하우를 풀어본다

처음에는 수학에 별로 관심도 없었고 난 숫자와 상관이 없는 낭만적이고 인문적인 삶을 살리라고 생각하며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었다. (이랬는데 나도 모르게 10년 동안 각종 언어, 체계, 기호, 논리를 공부, 연구하게 되고 취직을 해도 하필이면 숫자가 난무하는 곳에서 20년을 보내게 되었다. 즐겁기는 했어도 인생은 결코 계획데로 되지 않는다는데에 한 표 던진다.) 수학은 아무리 공부해도 60점대에 머물었었다. 뭐 그 정도면 잘하는 거지라고 스스로 생각하면서 여고 1학년을, 여고에 대한 불만 외에는 큰 문제없이 마음 편하게 보내고 있었다. 

어느 날 기말고사 수학 성적 때문에 전체 평균이 낮아진 내 성적을 보시던 어머니께서 한 숨을 내쉬고는 단 한마디의 말씀을 하셨다. "너 그렇게 이 성적으로는 XX여대에나 입학하게 될 걸." 이 한 마디가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여대는 많은 사람이 선망하는 꽤 좋은 학교이다. 하지만 당시 내게는 그 학교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학교가 여대라는 것이 문제였다. 엄마는 내가 남. 녀 공학 중학교에서 공부했는데 여고에 배정받았다는 사실을 너무 싫어했다는 것, 그래서 고교 입학 후 처음 몇 개월 동안 매일이 내게는 지옥 같았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다. 교련시간에 붕대 감기를 잘못해서 여군 출신 선생님에게 혼나고, 또 여고생이라고 귀 밑 삼 센티 머리 길이를 유지하라고 해서, 어정쩡한 길이의 머리는 늘 뻗쳐있어서 매일 아침 손질하는데 애먹었던 것 등 하나부터 열까지 마음에 안 들었다. 그리고 가정과 가사를 왜 여학생들에게만 가르치냐고... 그럼 남자들은 옷 펑크 나면 바느질도 못해서 펑크 난 채로 다녀야 하고, 식생활이나 영양을 챙기는 데 늘 아내나 엄마 등 여자에게 의존하는 성인답지 못한 평생을 보내야 한다는 말인가? 이거는 남성 동지들의 인권을 무시하는 교육 체계이다. 그럼 우리는 기술 과목이 없으니 전등이 고장 나도 나는 고칠 수 없다는 말이냐? 이렇게 어설픈 평등 정신, 쓸데없는 남 걱정과 다가오지도 않은 미래 걱정 등 성적과 전혀 상관이 없는 걱정을 하면서 대학교까지 여대에 가면 내 마음은 너무 힘들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고2 때 한 교실에 40명씩 오던 단과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그런데 수학 선생님이 유머감각도 많고 옷도 너무 멋있게 입고, 강의도 재미있게 하셔서 반짝이는 눈으로 맨 앞줄에 앉아서 선생님의 말을 경청하며 열심히 공부하게 되었다. 고 3 때는 우리 반 담당 수학 선생님이 너무 멋지셨다. 그래서 좋은 대학에 가야겠다는 장기적인 목표는 등한시하고 당장 저 멋있는 선생님께 내가 어떻게든 좀 관심을 받아야겠다는 근시안적이고 단기적인 목표를 갖고 쉬는 시간에 까지 질문이 있다는 핑계를 대거나 극도로 어려운 문제를 골라서, 못 풀겠다고 도와달라며 선생님을 따라다녔던 기억, 나는 다만 선생님의 옆에 서서 얼굴을 좀 보고 싶어서 쉬는 시간에 교무실까지 따라왔고, 선생님의 얼굴에 집중하는 순간 선생님의 설명은 내 귀에 안 들어와도 선생님께서는 전혀 내 의도를 눈치 못 채시고 다음 수업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칠 때까지 열심히 문제를 풀어주시며 설명하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그 덕택에 아무리 잘 찍어도 60점 받던 내가 몇 개월 후 입시 때까지 수학은 거의 한 문제도 안 틀리게 되는 기적과도 같은 상황이 계속되었다.

맘껏 노는 시간이 있어야 공부하는 시간도 즐겁다. 놂에 있어서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 하루 종일 어영부영 노는 것보다 한 시간을 놀아도 신나게 노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지금 생각해도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입시지옥에서도 놀 수 있는 기회를 늘 만들었다는 것이다. 내가 좋아했던 중학교 친구는 남녀공학 고교에 갔는데 나는 여고에 배정받는 바람에 철없이 몇 달간 의기소침했다. 처음 몇 달은 정말 지옥 같았고, 자퇴하고 전학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체육대회 때 운동은 못해서 배구시합 반대표 선수로는 못 나가도 우리 반 치어리더 한 것, 여고생 활도 남녀공학 못지않게 재미있다는 것, 고1 때 남들은 일요일 새벽부터 공부할 때 나는 어머니 반대 무릅쓰고 토요일 꼭두새벽부터 1박 2일 교회 수련회 다녀온 것, 고2 때 우리 학교 근처 단대부고와 휘문고 축제에 초대받아 동급생들에게 말 안 하고 혼자서 남고 밴드부 공연을 보고 온 것, 국어 선생님과 영어 선생님께서는 성적과 상관없이 학생들을 아끼셨고 늘 마음을 다해 우리를 가르치고 손편지도 써주시는 인격적인 교제를 하셨던 것, 떠드는 학생들 이름 적으라고 하셨는데 선생님 없는 동안 망보면서 같이 떠들다가 들켜서 대표로 더 혼난 기억... 


수학여행 때 경건한 마음으로 각종 문화재를 보며 조상의 덕을 기려야 할 경주까지 가서 저녁이 되어 반대항 장기자랑 때 무대에 올라가서 그날 저녁이 마치 생애 마지막 날인양 큰 음악에 맞춰 마이크 붙잡고 노래하고 방방 뛰며 춤췄던 일, 그리고 매일 쉬는 시간마다 진짜 지금 생각하면 별것도 아닌 것이 너무 웃기고 재미있어서 앞뒤에 앉은 친구들과 깔깔 웃었던 것만 기억난다. 


"너는 클래식만 듣지?"라고 내게 묻던 우리 반 밝은 갈색 머리 염색에 구르프로 앞머리를 말곤 하던 날라리 친구들에게 내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한 번 지어주었다. 그러고는 자율학습시간 내내 듣고 있던 팝송을 들려주었더니 놀라움과 뭔가 형언할 수 없는 연대감을 느낀다는 표정을 짓던 친구들이 생생히 기억난다. 미적분, 당시 어린 마음에 '위대하신 세종대왕께서도 나랏말싸미 딍귁에 다르다고 하셨는데 왜 굳이 일주일에 두 시간씩이나 우리에게 공부하라고 강요할까'라고 의아해했던 한문, 각종 광물의 이름에 대한 기억은 멀어졌어도 말이다. 


본격적인 공부는 대학교 입학해서 전공과 흥미 있는 과목 중심으로 재미있게 해도 크게 늦지 않고 고교 때 아무리 시간이 빠듯해도 시간을 쪼개서 틈틈이 원 없이 놀아야 후한에서 자유로워야 할 청소년기가 빛나고 밝게 기억에 남을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싫어하는 전공을 좋은 대학에 가고 싶어서 성적에 맞춰서, 혹은 부모님의 권유나 사회에서 유망하다고 해서 정하는 것은 정말 말리고 싶다. 이렇게 첫 단추를 끼우면 원하는 대학에 입학을 해도 방황을 하게 되고 억지로 배우는 것은 재미도 없고, 좋은 결과도 나올 수가 없다. 휴학을 하거나,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다시 편입학하거나 재입학 시험을 보는 경우가 많다.  

학창 시절에 본받고 싶은 친구가 있다는 것은 참 고무적이다. 하지만 같은 반 친구를 경쟁자로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생각인지, 또 그러기에 세상이 너무 넓다는 것, 그래도 수긍이 안된다면 어른이 되어서 함께 일할 사람들이 같은 반 친구일 확률은 극히 낮다는 것을 일찍 알면 아이들의 마음도, 부모들의 몸과 마음도 좀 더 가볍고 건강해지지 않을까?...

라고 글을 맺으면 수학 점수 올리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이 글을 읽은 독자는 마음이 언짢을 수도 있겠다. 따라서 내가 직접 실험, 검증한 간단한 비법을 얘기해 보겠다. 문학이나 역사 뭐 이런 것 과 달리 수학은 주요 공식과 기본 원리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도 아무리 공부해도 잘 찍으면 수학 60점 맞던 시절에는 문과적으로 세팅되어 애매모호함, 달리 말하면 다양한 해석 가능성이라고 하는 것을 즐겼다. 하지만 수학의 경우, 입시의 경우 딱 떨어지는 분명한 답이 있기에 (대학에서 배우는 고차원적인 수학은 일단 논외로 하고..). 문제나 공식의 원리를 읽다가 이해가 안 된다고 두리 뭉실하게 넘어간 후 문제를 풀면 찍어서 맞지 않는 이상 아무리 노력해도 정답을 찾을 수 없다. 우선은 원리, 공식을 정확히 이해하고 쉬운 문제부터 풀기 시작해서 다 맞으면 응용이 들어간 어려운 문제로 넘어간다. 틀리면 왜 틀렸는지 완전히 이해한 후 다시 풀어서 맞으면 또 더 어려운 문제를 풀어보자. 이렇게 해서 어느 순간이 오면 정해진 공식이 있는 수학이나 화학이 오히려 공부하기가 쉬워지고 공부하는데 드는 시간도 줄어든다. 확실히 인문과목 공부와 수학, 화학, 물리학 공부를 할 때 사고가 다른 방식으로 흘러간다는 것을 머리로 느낄 것이다. 당신이 문과생이라면 실력 좋고 학생들을 아끼기로 소문난 이과 전문 선생님이 하시는 문과생을 위한 수학 수업을 들어보는 것도 좋다. (비싼 개인 과외나 소수정예반은 추천하지 않는다. 실력과 잘 가르치기로 유명한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면 도움이 되고, 모르는 문제는 개별질문이라도 해라. 나도 저녁에는 선생인데 보통 선생님은 자신이 가르치는 과목에 관심을 갖고 성실하게 공부하는 학생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난다) 이과생들이 배우는 시간 단축하는 공식도 가르쳐 주시면 문제 풀이에 시간이 단축된다. 


아무리 노력해도 학교 공부가 싫고 공부에 재질이 없는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면, 그대가 좋아하고 재능 있는 분야에 투자하고 두루두루 책 읽고 경험하면 좋을 것 같다. 사교육비도 쓰지 말고 부모님께 저축해 달라고 부탁해서 성인이 되고 독립을 할 때 부모님께 빌리던지, 아니면 부모님 노후 자금으로 쓰시길 권하라. 그러면 경제 활동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사는 게 빠듯해서 집에 경제적 도움을 못 드리는 동안에도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그리고 일하며 살다 보면 저절로 특정 분야에 대해 배울 필요를 느낄 때 있다.  그때 하는 공부가 사는데 도움이 되는 공부이다. 관심이 있기에 큰 노력 없이도 필요한 지식이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된다. 

부모님이나 선생님도 인생 처음 사는 사람들이어서 정답은 없고 그대에게 조언만 해 줄 수 있을 뿐이다. 당신 인생에 대한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끝까지 책임질 의무가 있는 유일한 사람은 바로 그대이다. 좋은 대학교 나온다고 원하는 인생을 보장받지 않는다는 것은 검증된 사실이니 안심해도 된다. 대학교만 입학하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될 것 같은가? 천만의 말씀. 본격적인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된다. 우리의 삶은 한 언덕을 넘으면 또 한 언덕이 앞에 보이고, 오래 노력해서 뭔가 성취할 때 느끼는 행복은 너무 짧다. 지나면 잊히는 부질없는 사건들의 연속이다. 그러다가 우리는 언젠가 죽을 것이다. 죽음 앞에서는 큰 문제가 작고 초라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그래서 반대로 내게는 매 순간 즐겁게 열심히 사는 것이 너무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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