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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아 Feb 13. 2022

3. 문화유산이 우리의 삶과 동시대에서 연관성을 찾다

스웨덴 왕립도서관에 얽힌 사연. 검열. 정보. 대중 교육. 평등

스웨덴 왕립 도서관은 1600년대에 설립되었다.
원래 설립 목적검열과 확산되는 정보 통제였다. 전국 각지에서 발행되는 문서를 수집, 검열하국민에게 어떤 정보가 퍼지는지 통제하는 것이 도서관의 주요 기능이었다.   도서관은 왕궁 건물 내에 있다가 독립된 건물이 세워졌고,  때는 스톡홀름 인문사회학부 연구소 소속이 되었다가 독립했다. 기차로  시간을 가야 하는 도시 스트랭네스에도 왕립도서관 일부가 있고, 스톡홀름  쉡홀멘에는 고문서 보관고가 있다.
스웨덴은 다른 국가에 비해 일찍 디지털화 물결이 시작된 나라다.  도서관은 물리적 규모는 타국의 국립도서관에 비해 작은 편이지만 디지털화되어 보관된 자료 규모로는 세상에서 가장  도서관  하나이다.  "당신이 학위 논문을 쓰는 사람이든, 혹은 자유시간에 특정 분야 공부하든 누구나 모두 환영"이라고 친절한 문구가 보인다.  

스웨덴 왕립도서관은 내가 좋아하는 장소  하나이다. 오래  도서관 내부에 들어가면 느껴지는 특별한 뭔가가 있다. 바깥 세상이 주는, 이유를 뭐라 꼬집어 말할  없는 어수선함과 고뇌는 침전하고, 마음에 생긴 공간에 평안함과 안도감이 들어선다. 시내에서 가장 핫한 것으로 알려진 외스테르맒, 쿵스트래드고든 금융가를 지나 명품 가게가 즐비한 이 나온다. 이 쇼핑 거리 이름은 “Biblioteksgatan 도서관길"이다.  길을 따라 10 정도 걸으면 왕립도서관이 나온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공동체의 기억(Samhällets Minne 불특정 일반 공동체가 아닌, 특정 공동체, 즉 스웨덴 사회를 의미)"이라는 제목의 안내문이 방문자들을 맞이한다. 영어로 번역된 안내문에는 원문과 살짝 다르게 Our Memory라고 번역되어 있다. 도서관 소개 제목에 '우리'='너와 나'의 기억이라니... 도서관 소개 제목에서 소유 대명사 하나로 이렇게 친근감과 은근한 낭만을 느끼게 하는 게 참 기발하다.

스웨덴 역사 전시물의 콘텐츠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동시대, 현재와의 관련성, 시간을 초월한 연결성이다. '아, 그때는 이랬었구나라'고 생각하고 끝나는 과거에 대한 서사, 혹은 나의 일상과는 상관은 없으나 감상하고, 그 장소를 떠나면 잊히는 그런 대상이 아니라, 그 현장에 있는 동시대 인들의 현재와의 상관성, 동시대에서 이것이 갖는 의미를 밝히려는 노력이 느껴진다.


-같은 구 다른 끝에 있는 스웨덴의 역사박물관에 가서도 같은 경험을 했다. 사실 전시품 종류, 모양, 박물관의 규모 자체는 그리 대단하지는 않다. 하지만 박물관 곳곳에 있는 문구, 메시지는 의미심장하다. 석기시대부터 지금까지 일어났던 주요 사건, 유물, 그리고 국경의 변화를 보여주며 이것이 스웨덴의 역사, 문화유산, 고고학적 가치가 있는 유물이라는 관점보다는 "국경은 늘 변해왔고 이동하는 사람들은 늘 있었고 이런 과정을 통해 역사, 문명, 사회는 발전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사회. 역사에 대한 통시적 관점을 통해 동시대를 사는 우리는 현재 유럽에서 이슈가 되는 난민. 이민 현상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여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 예술을 소개하거나 감상할 때 동시대를 사는 우리, 나의 삶과 상관성에 초점을 두고, 해석한다면 새로운 재미를 느낄 것이다.-

성평등이 상대적으로 일찍 정착한 (아직도 개선의 여지가 많지만) 스웨덴에는 이곳에서 근무한 최초의 여성 발프리드 팖그렌이 첫 여성의 사진과 업적이 도서관 소개판과 같은 위치에 있다. 1903년에 자원, 인턴으로 일하다가 1905년에 직원으로 채용,  1911년까지 근무했다. 언어와 문화 교육, 대중교육(평생교육)이 뿌리를 내리고 확산되는데 기여하고,  "스톡홀름 아동. 청년 도서관" 설립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등 스웨덴이 여러 분야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높은 수준의 성평등을 쟁취하고, 대중 교육 보편화를 사회에 자리 잡게 하는데 선구자 역할을 했다.
 

스웨덴은 한국처럼 구역. 지역마다 누구나 편히 드나들 수 있는 도서관이 많다. 퇴직한 노인, 아이를 데리고 온 아빠나 엄마, 대학생, 단체 과제를 하는 고등학생들 다양하다. 다만 인테리어가 좀 특이한데 칸막이된 책상도 있으나 가정집 거실에 놓일 법한 소파와 책상도 사용할 수 있어서 집같이 편한 느낌을 준다. 동화책이 가득하고 앉아서 놀 수 있는 카페트가 깔린 아동 섹션도 따로 있다.


유명한 스웨덴 작가이자 화가, 사회변혁가, 심지어는 연금술에까지 관심을 가졌던 다재다능한 위인인 아우그스트 스트린베리도 이 도서관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도서관 뒤편에는 스트린베리 흉상이 있다.

아우구스트 스트린베리와 발프리드 팖그렌 모두 Folkbildning  대중교육 (보편적 권리로서의 교육권, 그리고 교육은 인생 전단계에서 계속되어야 한다는 평생교육 등 의미가 포함된다)이 20세기 초반에 뿌리내리고 보편화되는데 기여한 사람이다.

가방과 외투는 사물함에 넣고 (보관함이 생기기 전에는 극장에서처럼 맡기는 장소가 따로 있어서 외투와 가방을 받아 보관하는 직원이 따로 있었을 것이다) 책과 컴퓨터 등 열람실에 갖고 들어갈 물건을 넣을 수 있도록 튼튼한 비닐봉지가 마련되어 있다.

보안점검대를 통과하고  열람실에 들어오니 왠지 익숙한 밝기, 습도와 분위기가 나를 맞이한다. 20년전 그 좋은 어린 시절을 보냈던 페테르부르크 과학아카데미 언어학 연구소 도서관 같은 느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도서관을 놔두고 주말에 지하철을 타고 굳이 이 곳에 오는 이유는 바로 이 느낌 때문인 것 같다. 이 느낌을 통해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나만의 시간 여행.


봄이 오려나 은은한 햇빛이 창문에 스며들고 앉아 책을 읽기 시작하니 평온함이 찾아온다. 도서관 테라피라고 해 두자. 러시아에서 공부한 지 20년도 지났고, 더군다나 장소도 다르고, 지금 내 옆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분명히 그 때와 다른 사람들인데 풍기는 인상과 분위기도 20년 전 그곳 사람들과 닮았다. 데자뷔도 아니고... 이 익숙함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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