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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아 Feb 14. 2022

친구란

어디를 향해 걸어가야 할지 모를 때

힘없고 왠지 기운이 빠질 때

한없이 작아질 때

자신이 누군지 모를 것 같을 때

무엇을 향해 걸어가야 할지 모를 때


누구나 그런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혼자 배를 타고 안간 힘으로 노를 저으며 큰 바다 한가운데 나왔는데 더 이상 어디로 항해해야 할지 모를 때

손전등 하나랑 배낭 하나 달랑 매고 숲에 들어 왔는데 어느새 깜깜한 밤이 되어버렸을 때

쉬지 않고 달렸는데 그냥 달리기만 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그래서 멈춰 서야 할지 그래도 계속 가야 할지 잘 모를 때


빛나던 시절의 나 - 그 시절이 언제인지는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이다… 남들 보기에 지금 멀쩡하게 잘 지내거나 화려해 보여도 누구든 자신 마음의 거울에 비친 자아상이 작고 초라해 의기소침해질 때도 있고, 반대로 지금 객관적으로 불안할 수 있는 상황이어도 지금이 삶의 만족스럽고, 자신감 넘칠 때도 있다- 를 기억하는 사람에게 용기 내서 전화를 하고, 만나고 차와 담소를 나눈다.


친구란 무엇일까?

좋은 친구를 여러 가지로 정의할 수 있겠다.

그중 하나는 내가 지금 어떻든, 아님 과거에 어떤 사람이었든 간에, 서로 바빠 자주 만나지 못해도, 나의 용감하고 아름다운 모습과 빛나던 순간들을 마음속에 그림처럼 기억하고 있다가 오랜 시간이 지나서 만나도, 내가 구구절절 속마음을 호소하지 않아도, 지친 내게 티 안 내고, 나도 잊고 있었던 내 빛나던 시절의 초상화를 꺼내 내게 보여주는 주는 친구인 것 같다. 그리고 친구의 아름다운 모습을 기억해 놨다가 그 친구가 힘들 때 꺼내 보여주는 것.


내가 정의해 보는 “친구”의 의미 중 하나

친구: 기억 속에 서로의 아름다운 시절, 빛나는 모습을 담은 초상화를 한 부씩 복사해서 나눠갖고 저장해 두고 있다가 내 머리 속에 있던 초상화가 세상의 소음 때문에 덮어쓰기 되어 지워졌을 때 복구해 주는 사이.


비록 나는 잊었을지 언정 타자의 기억이라는 거울에 보관된 아름답고 밝은 자신의 모습을 보고 다시 힘을 내서 걸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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