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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디바 야누스> 관람 후기

재즈를 위한, 재즈에 의한

by Cum Musica


영화는 2020년에 작고하신 한국 재즈 1세대 보컬리스트 박성연 선생님께서 오랜시간 운영해왔던 재즈클럽 디바 야누스의 역사와 흔적을 과거와 현재 시점을 교차하면서 보여준다. 동시에 재즈 뮤지션들의 인터뷰와 박성연 선생님의 생전 인터뷰 및 공연 장면이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영화 속에서 젊은 시절 박성연 선생님은 늘 화사한 스카프를 단정하게 두르고 화려한 메이크업과 옷차림으로 당당한 자신감을 드러내셨다. 아울러 동료 연주자들과 어울려 찍은 사진을 보면 늘 환하게 웃으시며 마치 당신께서 세상의 중심인 듯 당찬 모습을 유지하셨다. 그녀의 젊은 시절 노래에도 그러한 그녀의 당당하고 기품 있는 모습이 여실히 반영되었다. 세월이 흘러 건강이 약화되시면서 휠체어에 의지하여 일상 생활을 하게되면서 그녀의 젊은 시절만큼 화려한 외적인 모습은 더이상 보이지 않았지만, 휠체어에 앉아 디바 야누스 40주년 공연에서 마치 할머니가 손주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따뜻하고 더 여물고 깊어진 목소리로 한 음 한 음 혼신을 다한 연주를 보여주었다. 물론 그녀 특유의 강직하고 허스키한 음색은 여전히 남아있었지만. 비록 육신의 힘은 쇠잔하여졌지만 그녀가 오랜 시간 일구어 온 재즈에 대한 열망은 무대 위에서 진정성 있게 무르익어 갔다.


한국 재즈의 ‘자생성’과 토착화’를 위해 수십 년간 헌신해 온 그녀였지만, 그녀는 재즈 스탠더드 넘버에 대해서 무한한 존경심을 표하며, 부단히 재즈 스탠더드 연습에 매진했다고 한다. 디바 야누스는 재정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상업적인 면에서 유리할 수도 있는 다른 음악 장르와의 타협을 거부하고 오로지 ‘재즈를 위한’ 그리고 ‘재즈에 의한’ 공간을 자처했다. 이러한 디바 야누스의 모토에는 박성연 선생님의 꼿꼿하고 굳은 가치관이 여실히 반영되었을 것이다.


박성연 선생님의 공연을 생전에 못보고 영화를 통해서 봐야했다는 것이 다소 아쉬웠지만, 재즈 외길을 향해 고집스럽게 그리고 우직하게 나아가셨던 선생님의 공헌은 2025년 지금 이 시간에도 참 귀하다. 어느 분야에서든지 ‘1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더 고되고 힘든 때가 많다. 그러나 ‘1세대’들의 노력의 결실은 그 어떤것보다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이러한 점에서 박성연 선생님께서 ‘재즈의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재즈의 생명력’을 일구셨던 것도 존중받아 마땅하다. 후배 뮤지션의 인터뷰의 말처럼 ‘디바 야누스’가 박성연 선생님이고, 박성연 선생님이 디바 야누스이다. 즉 이 둘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오랫만에영화관람


https://www.youtube.com/watch?v=SV_6_RmvYNw&list=RDSV_6_RmvYNw&start_radi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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