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ol Babiracki의 현장 연구 보고서
들어가며
음악 인류학자인 Carol Babiracki는 1980년대 초반에 몇 차례에 걸쳐서 인도의 소수 민족인 문다 (Munda)족과 나그푸리 (Nagpuris)족의 음악 연구를 진행하였다. 특히 음악 인류학자라는 직업의 특성상 현장 연구를 오랜 기간 동안 진행하였던 그녀는 현장연구 시에 여성의 성역할에 대해 주목하였다. 그녀는 대부분의 여성 학자들이 현장연구 시에 고정된 성역할에서 탈피하고자 애를 쓰지만 남성 중심적인 분위기가 여전히 팽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그녀는 여성 음악학자로서 본인의 역할과 정체성이 무엇인지 늘 고민하였다고 회고한다.
문다족 (Munda people)과 나그푸리족 (Nagpuri people)의 음악 연구
인도에는 수많은 종족들이 거주하고 있지만 이중에 특히 문다족과 나그푸리족은 풍부한 음악과 춤 레퍼토리들을 보유하고 있는 종족으로 유명하다. Babiracki는 이 두 종족의 음악과 춤을 연구하면서 음악과 춤에서 나타난 성역할에 주목하였다. 그녀에 의하면 문다족 음악인들은 사회적으로 동일한 계층에 속해있으며,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만 남성 여성 모두 음악 활동에 참여하였다. 반면 나그푸리족 음악인들은 사회적으로 다양한 계층으로 구성되었으며,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였지만 남성 음악인들로만 구성되었다. 즉 여성은 음악활동에서 배제된 것이었다.
문다족 (Munda people)의 음악
방금 언급했듯이 문다족은 남성 여성 모두 음악활동에 참여하지만 음악인들 사이에서 고정된 성역할이 자리잡고 있었다. 즉 남성 음악인들은 음악 레퍼토리를 선정하고 소개하며 악기를 연주한 반면, 여성 음악인들은 남성 음악인들의 보조역할에 그쳤다. 예를 들어 여성 음악인들은 남성 음악인들 뒤에서 코러스 역할을 맡는다든지, 보조 댄서 역할 등을 맡을 뿐이었다.
Babiracki는 음악활동에서 남녀 간의 고정된 성역할을 탈피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남성의 역할과 여성의 역할에 모두 참여해 보기로 결정하였다. 즉 처음엔 여성 음악인들과 함께 춤을 추다가 나중에는 남성 음악인들 틈에 껴서 플륫과 드럼을 연주하였다. 또한 그녀는 남성 음악인들에게도 여성 음악인의 역할이었던 춤을 배워보라고 권유하기도 하였고 마찬가지로 여성 음악인들에게도 악기 연주에 참여해보라고 권유하였다. 사실 문다족의 음악 활동에서 기존의 성역할을 바꾸는 것 자체는 터부시 된 것이 아니었지만 연주자들 스스로가 고정된 성역할에 갇혔던 것이라고 그녀는 주장하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UOiFuN7Q-z4
나그푸리족 (Nagpuri people)의 음악
문다족과 달리 나그푸리족의 음악활동은 오로지 남성 음악인들만이 참여하였다. 나그푸리족의 남성 음악인들은 다양한 신분과 직업을 가지고 있었으며 사용하는 언어도 각각 달랐다. 나그푸리족의 음악을 연구하면서 Babircaki는 나그푸리족의 작곡가, 연주자이자 시인인 Mukund Nayak이라는 사람과(Mukund Nayak은 지금도 인도에서 활발하게 음악활동을 하고 있는 뮤지션중에 한 사람이다.) 개인적으로 친해지게 되었고 Mukund와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나그푸리족의 음악에 대해 보다 자세히 연구할 수 있었다.
그녀에 의하면 Mukund와의 친밀한 관계가 나그푸리족 음악을 이해하고 연구하는데 많은 영향을 끼쳤으며 Mukund의 음악활동에도 직접 참여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Mukund는 나그푸리족 중에서 가장 낮은 신분에 속하였으며, 그 때문에 다른 나그푸리족 음악인들로부터 알게 모르게 차별을 받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ukund는 Babiracki를 위해 수많은 나그푸리족의 전통음악 레퍼토리와 시를 알려주었으며 Babiracki는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Mukund 덕분에 여성이 배제되었던 나그푸리족 음악활동에 연주자로 참여할 수 있었다. 또한 Babiracki는 나그푸리족의 현장 연구가 종료될즈음 Mukund와의 개인적인 관계와 연구자로서의 본인의 역할에 대해 많은 딜레마를 느꼈다고 회고했다. Mukund와의 친밀한 관계로 인해 자신의 나그푸리족의 음악 연구가 너무 주관적인 방향으로 치우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한편 Mukund는 Babiracki가 연구를 마치고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그녀를 위한 노래를 (이룰 수 없는 사랑과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는 아픔이 주된 내용이었다고 한다.) 나그푸리족의 전통음악 스타일로 작곡하여 들려주었다고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OWrQ_CvckxM
나가며
Babiroki는 자신이 인도의 문다족과 나그푸리족의 음악과 젠더 역할을 연구하면서 여성 음악인으로서의 삶과 여성 음악 인류학자로서의 삶에 대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더 깊게 고민하게 되었다고 한다. 사실 음악 안에서의 성역할이라는 것 자체가 본질적으로 주관적인 성격이 강하고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명쾌한 해답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참고문헌: Babiracki, Carol. 2008. "What's the difference? Reflections on gender and research in village India." Shadowas in the field, 167-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