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um Musica Feb 18. 2024

이진아&적재 콘서트 “어쩌다 페스티벌” 관람 후기


학부시절 아카라카 축제 이후로 오랜만에 갔던 대중음악 콘서트였다. 1부 순서에서는 이진아의 청아하고 순수한 음색과 열정적이면서 카리스마 넘치는 재즈 피아노 연주를 들을 수 있었고, 2부에서는 적재의 감미로운 (feat. 여심을 녹이는) 보컬과 둘째가라면 서러운 수준급의 기타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 또한 적재와 이진아의 콜라보 연주도 잔잔한 감동이었고 서로를 최고의 실력 있는 뮤지션이라고 진심으로 추켜세워주는 이들의 대화내용도 인상 깊었다. 적재와 이진아 모두 최고의 음악적인 실력을 갖추고 있지만, 특히 둘 다 노래 가사를 참 예쁘면서도 잔잔한 감동을 주게끔 쓰는 것 같다.


사실 독일에서 10여년동안 지내면서 클래식, 오페라, 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콘서트들을 다녔었지만, 이상하게 독일 대중음악 콘서트는 가볼 수 있었던 기회가 없었을뿐더러 그다지 가고 싶다는 마음이 내키지 않았었다.


사실 다른 음악장르에 비해 대중음악은  본질적으로 켜켜이 쌓아온 개인적인 (혹은 집단적이면서 사회. 문화적인) 경험과 밀접하게 연결되는 장르이다. 또한 대중음악의 노래 가사를 마음속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있어서 어떠한 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와도 직결된다.


나는 한국어가 모국어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대중음악이 더 가깝게 느껴지고  이러한 우리나라 대중음악들을 통해 그동안 살아왔던 나의 삶의 모습 및 내가 겪었던 다양한 경험들을 좀 더 생생하게 되돌아보고 반추해 볼 수 있다. 독일 대중음악이 나에게 멀게 느껴졌던 이유 중에 하나도 독일어가 나에게 모국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또한 대중음악 콘서트는 다른 장르의 콘서트에 비해 연주자와 관객 간의 적극적인 상호작용과 교감이 (일명 “떼창”을 포함하여) 이루어지는 편인데 독일 대중음악 콘서트에 내가 갔더라면, 나는 연주자들의 공연 중간중간에 던지는 멘트들의 맥락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을 뿐만 아니라 다른 관객들은 당연하게 하는 ”떼창“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대중음악 콘서트에 가는 동기 중에 하나는 나에게 익숙하고 친숙한 가수 혹은 싱어송라이터의 연주를 직접 듣기 위해서고, 연주뿐만 아니라 연주자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인데, 독일대중음악에 대한 개인적 혹은 사회. 문화적 배경지식이 전혀 없던 나에게는 독일 대중음악 콘서트에 간다는 것이 어렵게 느껴졌던 것이다.


사실 대중음악이 반영하고 있는 개인의 혹은 사회. 문화적 경험들은 하루아침에 즉 단기간에 구현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유학생활을 했던 나에게는 독일 대중음악이 더 생경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언어든 문화든 어린 시절부터 서서히 스며들듯이 체득해야 자연스럽다.)


여하튼 오늘 콘서트를 통해 이진아와 적재의 멋진 퍼포먼스와 이 둘의 소탈하고 진솔한 대화를 들으면서 마음이 훈훈해졌던 한편 대중음악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던 하루였다.


#오랫만에문화생활 #퇴사이후밤문화즐기기 #대증음악의본질


매거진의 이전글 힐데가르트 폰 빙엔의 <Ordo Virtutum>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