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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um Musica May 08. 2024

낭만시대의 음악 III

기악 음악: 독주곡과 실내악

독주곡

 19세기 낭만주의 시대에는 피아노가 가정음악의 중심으로 자리잡았으며, 연주가, 작곡가, 예술인들이 살롱 (Salon)에 모여 저녁마다 피아노 연주 모임을 가지곤 했다. 18세기 고전주의 피아노 독주곡은 대부분 소나타 형식이었던것에 비해 19세기 낭만주의 작곡가들은 시적인 분위기, 문학적인 내용과 인물의 성격을 세심하게 음악 안에서 묘사하는 성격 소품 독주곡을 선호하는 편이었다. 성격 소품은 제목 안에서 곡의 분위기와 주제를 암시하였으며, 춤곡에서 유래된 성격소품들 (왈츠, 마주르카, 폴로네즈, 폴카 등)과 서정적인 분위기의 소품들 (녹턴, 발라드, 엘레지, 무언가, 환상곡 등) 및 즉흥연주곡 (전주곡, 스케르초 등)들로 구분될 수 있다. 


 19세기 낭만주의 피아노 독주곡의 대표적인 작곡가는 '피아노의 시인'이라고 불렸던 쇼팽 (Frédéric François Chopin)이며,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피아노 독주곡이다. 또한 왈츠, 마주르카, 즉흥곡, 전주곡, 발라드 등의 다양한 피아노 성격 소품들을 작곡하였고, 피아노의 연주 효과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렸으며, 미묘한 불협화음과 화성, 리듬적인 융통성을 보여주는 템포 루바토를 사용하여 낭만주의 피아노 음악의 발전을 이끌었다. 


 쇼팽과 마찬가지로 리스트 (Franz Liszt) 역시 당시 낭만주의 시대 거장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다. 그는 파리를 중심으로 활동했으며 귀족들은 그의 현란한 피아노 테크닉과 뛰어난 연주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쇼팽의 음악이 서정성을 추구한 반면에 리스트의 피아노곡은 화려하고 난해한 고난이도의 테크닉을 요구하며 실험적인 측면이 당한 편이다. 또한 리스트는 1840년 자신의 연주회에 최초로 '리사이틀' (recital)이라는 말을 사용했는데, 리사이틀이라는 뜻은 본래 '낭송하다'라는 의미였지만, 리스트 본인이 자신의 연주를 '리사이틀'이라고 칭한 이래로 리사이틀이라는 뜻은 '담소를 나누면서 즐기는 음악회'의 의미로 전환되었다. 리스트의 대표적인 피아노곡으로는 <초절기교 연습곡>, <헝가리 랩소디>, <순례의 해>등이 있으며 <초절기교 연습곡> 중 <파가니니 대연습곡>은 리스트 자신이 천재 비르투오조 파가니니의 영향을 받고 자신고 피아노의 대가가 되겠노라는 열망을 담은 작품이다. 


 19세기에는 악기의 발전과 더불어 작곡가와 연주가의 음악적인 감정 표현과 기술을 청중들에게 최대한 어필해야 한다는 사상이 유행하였는데, 기교와 예술적인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른바 '비르투오조' (virtuoso) 연주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비르투오조의 사전적인 의미는 '덕을 갖춘 사람'이라는 의미지만, 낭만주의 시대에는 관객을 사로잡는 고도의 연주 테크닉을 지닌 사람을 의미하였다. 


 대표적인 비르투오조 연주자로는 이탈리아의 천재적인 바이올리니스트였던 파가니니 (Nicolò Paganini)가 있는데 그는 범상치 않은 외모와 매우 기교적인 바이올린 연주로 세간에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그는 무반주 바이올린 독주곡 작품을 통해 바이올린 연주의 다양한 가능성을 이끌어냈으며, 화려한 바이올린 테크닉을 구현하였다. 그의 바이올린 독주곡 작품들은 후에 리스트, 슈만, 브람스, 라흐마니노프에 의해 관현악곡으로 편곡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pfbDLFSZb4

리스트의 파가니니 연습곡 중 <La Campanella>
실내악

 비르투오조 연주자의 화려한 음악적 기교를 자랑하는 것이 유행하던 낭만시대에는 연주자들간의 호흡과 팀워크가 중요한 실내악은 독주곡에 비해 그다지 인기있는 장르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전주의의 음악적 특징을 유지하면서 낭만주의의 진보적인 화성어법을 구현한 실내악곡들이 낭만주의 시대에도 꾸준히 작곡되었다. 


 슈베르트는 낭만주의 시대 작곡가들중에서 비교적 실내악 작품을 많이 남긴편인데 그는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현악4중주곡을 들으면서 성장하였으며 가정음악회에서 종종 비올라를 연주하였다. 예술가곡 작품과 마찬가지로 그는 그의 현악4중주곡에서도 우수에 차면서도 서정성이 넘치는 선율과 음향을 추구하였으며 점점 후기 작품으로 갈수록 슬픔과 어두움이 느껴지는 작품들을 작곡하였다. 가곡 <송어>의 변주곡을 포함한 피아노 5중주곡 <송어>는 그의 대표적인 실내악 작품인데, 피아노와 현악기 사이의 음향적 조화를 통해 섬세한 표현을 하였으며, 바이올린 대신에 콘트라베이스를 추가함으로써 음색의 변화를 추구하기도 하였다. 그의 생애 마지막해였던 1828년에 작곡된 <현악 5중주곡 C장조> 역시 어두우면서 지극히 낭만적인 음색을 표현하였다. 선율의 길이는 더욱 확장되었으며, 풍부한 화성감과 긴장과 이완 사이의 명확한 대조, 완성도 높은 대위법 등 슈베르트 실내악의 정수를 보여준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멘델스존의 실내악은 기본적으로 전통적인 소나타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낭만주의적인 화려한 선율과 실험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다. 그는 기존의 현악4중주를 두배로 늘린 현악8중주곡을 남겼으며, 가장 유명한 작품은 d단조와 c단조의 피아노 트리오 작품들인데, 이 작품들에서 단조 조성의 어두운 분위기와 비극적인 정서에 예쁜 선율을 사용함으로써 실험적인 음색을 추구하였다. 슈만의 실내악 작품들은 1842년에 집중적으로 작곡되었는데 이는 슈만이 특정 시기에 어느 특정 장르에 몰입해서 곡을 쓰는 경향을 반영한 것이다. 그는 기존 선배 작곡가들의 대위법을 공부하면서 현악 4중주 작품을 쓰기 시작하였으며, 대위법을 기반 삼아 그의 현악4중주 작품에 적용시키기도 하였다. 


 브람스의 실내악 작품들은 베토벤의 실내악 작품의 음악적 특성들을 진정으로 계승하였으며, 실내악 작곡에 있어서 그는 완성하고 출판하기까지 완벽주의의 면모를 보였는데, 하나의 주어진 선율을 가지고 다른 선율을 붙이기 위해 수백 종류의 선율을 이어붙이는 연습을 하고, 마음에 드는 작품이 완성될때까지 기존의 작품들을 파기하는 등 완성도 높은 실내악 작품을 쓰기 위해 매우 치열한 노력을 했던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실내악 작품들은 베토벤의 고전적 어법을 유지함과 동시에 낭만주의적인 풍성한 화성과 독창적인 음향을 추구하였으며 클라리넷과 발트호른 (밸브 없는 민속 호른)같은 관악기들을 실내악 작품에 편성하기도 하였다. 특히 그의 실내악 작품은 베토벤의 음악적 능력에 대한 존경심과 브람스 특유의 침울하면서도 차분한 음색이 돋보이며, 형식과 구조, 화성과 선율적인 면에서 고전과 낭만의 음악적 특성들을 조화롭게 보여주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ijYtozUHaw

브람스의 클라리넷 5중주 B 단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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