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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um Musica Aug 26. 2024

<윤랑경의 경기소리, 윤슬> 리뷰



   I. 들어가며


  최근 경기민요 소리꾼 이희문의 음악에 입덕(!)하게된 필자는 이희문 씨 덕분에 평소에 잘 알지 못했던 경기민요 장르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필자의 짧은 지식에 의하면 굵고 탁한 발성에 드라마틱한 음색을 선호하는 남도민요와는 달리 경기민요는 비교적 밝고 경쾌한 느낌을 주며 깔끔한 음색을 선호한다. 게다가 최근에 한 지인이 과천에 위치한 경기민요 학원을 다닌다는 얘기를 듣고 이참에 필자도 지인과 함께 경기민요를 직접 배워볼까라는 생각까지 해봤다. 유튜브를 통해 다양한 레퍼토리의 경기민요들을 들어보면서 경기민요만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던 필자는 때마침  ARKO 서포터즈 히치하이커 활동을 통해 선릉아트홀에서 열리는 <윤랑경의 경기소리, 윤슬>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되었다.


II. 경기민요 소리꾼 윤랑경

 공연을 보기 전에 경기민요 소리꾼 윤랑경을 검색해 보았지만 아쉽게도 그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찾을 수 없었다. 윤랑경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는 8월 21일 선릉아트홀 <윤랑경의 경기소리, 윤슬> 공연 현장에 가서 직접 파악할 수 있었다.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한국음악과 2학년에 재학중이며 경기민요 명창으로 유명한 이춘희의 제자라는 것. (이춘희 명창이 그녀의 지인들과 함께 객석에 앉아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서두에서도 언급된 이희문 씨 역시 이춘희 명창의 제자이다. 공연 시작하기 10분전에 윤랑경에 대한 사전 정보를 급하게 파악한 후 그녀의 연주회를 보기 시작하였다.


 짙은 남색 저고리에 비취색 치마를 곱게 차려입고 수줍게 상기된 얼굴로 무대 위에 등장하는 윤랑경. 이날 공연의 연주 순서는 <선유가>, <출인가>, <육칠월 흐린날>, <앞산타령, 뒷산타령, 자진산 타령>, <노랫가락>, <창부타령>의 순으로 진행되었다. 또한 공연 해설 및 진행은 윤랑경의 1년 선배인 한 여학생이 진행하였는데, 그녀에 의하면 윤랑경이 첫곡으로 <선유가>를 선택한 이유가 <선유가>가 배를 타고 순조롭게 항해하는 모습을 담은 노래인데 노래 가사처럼 공연의 첫 시작이 순항하기를 바래서였다고 한다. 필자 역시 마음속으로 오늘의 공연이 윤랑경의 바램처럼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바랬다.


III. 깨끗하게, 맑게, 자신있게

 윤랑경의 경기 민요는 한마디로 모 화장품 광고의 카피로 유명했던 ‘깨끗하게, 맑게, 자신있게’로 정의할 수 있었다. 비록 17살이라는 어린 나이의 그녀였지만, 그녀는 누구보다도 경기민요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듯 했다. 청아하면서도 정갈하게, 그리고 소박하고 깔끔한 음색으로 그녀는 경기민요 한 곡 한 곡을 불러나갔다. 또한 경기민요의 특성상 한 음절에 여러음이 붙는것이 특징인데 (서양음악의 멜리스마 기법같은) , 그녀는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긴 악구를 유연하게 표현하였다. 시선처리 및 손동작 역시 수줍은듯 하지만 그녀만의 여유와 당당함이 묻어나왔다.


 그녀의 경기민요를 들으면서 10년 후, 20년 후의 그녀가 경기민요 소리꾼으로서 어떠한 음악세계를 펼치게 될지 매우 궁금해졌다. 같은 이춘희 명창의 제자인 이희문 씨처럼 경기민요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다양한 음악 장르들(예를 들어 재즈, EDM, 펑크, 락 같은)을 결합하여 실험적인 음악을 선보일지, 아니면 어떠한 음악 장르와도 타협하지 않은 경기민요 본연의  색깔을 보여줄지 그녀가 앞으로 추구하게 될 음악적 정체성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 다만 오늘의 공연은 한창 공부하고 배우는 학생으로서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음악 레퍼토리 보다는 원칙적이고 정석적인 (!) 성격의 연주회를 추구했던것 같다. 앞으로 그녀가 경기민요 소리꾼으로서 기본기에 충실한 연습 과정을 뛰어넘어 다양한 사회. 문화적 경험들을 아우르고, 인문학적 소양을 연마하면서 보다 깊이있고 본인만의 확고한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연주자가 되기를 바래본다.


IV. 공연이 끝나고 난 뒤

 모든 연주를 마치고 무대위에 등장한 윤랑경은 여러가지 감정이 북받쳤는지 하염없이 눈물을 쏟으며 객석의 관중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이춘희 명창을 비롯한 레슨 선생님들, 친구들, 가족들에게 진심어린 마음을 전하는 그녀를 보면서 필자 역시 마음이 뭉클했고 그동안 수고했다고 그녀를 한 번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었다. 필자도 음악을 공부하면서 여러 공연을 준비해봤던 사람으로서 17살 어린 친구가 공연 준비를 위해 얼마나 애쓰고 고된 시간을 보냈을까라는  생각에 그녀의 눈물에 깊게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공연의 사전 홍보에 대한 문제였는데, 프로그램 노트에 그녀에 대한 디테일한 사전 정보 및 연주회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가 되었더라면, 윤랑경의 학교 동료 뿐 아니라 다른 청중들의 공연 참여도가 높아졌을 수 있었을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청중이 윤랑경의 학교 동료 및 가족들이라 생각보다 공연 홍보가 잘 안된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또한 공연이 끝나고 청중과의 대화의 시간을 마련해봄으로써 경기민요 소리꾼 윤랑경이라는 사람에 대해 좀 더 진솔하게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더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ARKO 관객비평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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