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um Musica Aug 10. 2024

영화 <디베르티멘토> 리뷰

음악 연구자의 관점으로 보는  <디베르티멘토>

  들어가며

프랑스 교외의 이민자 가정 출신의 세계적인 여성 지휘자 자히아 지우아니와 그녀의 여동생 첼리스트 파투마 지우아니 자매의 실화를 담아낸 영화 <디베르티멘토>. 특히 이 영화에서는 17세 소녀 자히아 지우아니가 여성, 이민자 출신, 소외된 교외 지역 출신이라는 장벽들을 넘어 자신만의 오케스트라를 만들어내고 지휘자라는 꿈을 향해 달려나가는 과정을 감동적이면서 진솔하게 풀어내고 있다.


 1995년 프랑스 파리 교외에 거주하는 자히아와 파투마 자매는 음악가로서 보다 성장하기 위해 파리에 있는 명문 음악 고등학교로 전학하였다. 그러나 이들을 맞이하는 동료들의 시선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이민자 출신, 가난한 지역 교외 출신이라는 점은 동료들에게 있어서 놀림거리가 되었으며, 특히 지휘자를 꿈꾸는 자히아는 더욱 심한 편견과 차별의 장벽들을 견뎌내어야 했다. 그러나 여성은 지휘자가 될 수 없으며, 촌동네에서도 클래식음악을 연주하냐는 등 비아냥 거리는 동료들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지휘자로서 자신만의 오케스트라를 만들어나가겠다는 신념을 더욱 굳혀 나갔다.


영화 <디베르티멘토>에서 나타나는 '타자화'되고 '주변화'된 요소들의 본질

 영화 <디베르티멘토>에서는 여러가지 '타자화'되고 '주변화'된 요소들이 존재한다. '여성 지휘자', '경제적 혹은 문화적으로 소외된 파리 근교 지역', '경제적으로 그리 넉넉지 않은 이민자 가정' 등. 현재 세계의 지휘자 중 단 6%만이 남성 지휘자이며, 프랑스의 지휘자 중에 단 4%만이 여성 지휘자라고 한다. 그만큼 아직도 여성 지휘자의 비율은 매우 낮은편이며, 이는 여성이 지휘자로서 넘어야 할 보이지 않는 다층적인 장벽들이 많다는 것을 암시한다. 또한 이 영화에서는 비교적 부유한 환경에서 성장한 파리 출신의 음악 고등학교 학생들과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열악한 파리 근교에서 통학하는 알제리 이민자 출신의 자히아와 페투마 자매의 모습이 대비된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음악은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인 관점에서 타자화되고 주변화된 요소들을 주류(mainstream)의 세계로 억지로 끌어들이기 보다는 그냥 있는 그대로 포용하고 아우르는 역할을 한다. 특히 자히아와 페투마는 사회적으로 소외된 지역의 이민자 출신의 아이들에게 잠재되있는 음악적인 재능을 끌어내주고 음악 활동을 통해 소외된 아이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준다. 이들은 '타자화'되고 '주변화'된 요소와 배경들을 극복하고 넘어야 하는 대상이 아닌 인생의 동반자로서 함께가야 하는 대상으로 여긴다. 마찬가지로 이들은 그녀들과 대비되는 배경을 가진 '부유한 환경의 파리 출신의 학교 동료들' 역시 경계하고 경쟁에서 이겨내야 하는 대상이 아닌 음악이라는 매개체로 인해 함께 화합할 수 있는 대상으로 인식하며, 이러한 이들의 믿음을 바탕으로 결국에 '디베르티멘토'라는 신분, 출신 배경, 음악적 경험의 차이를 뛰어넘는 다양성을 본질로 하는 이들만의 오케스트라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디베르티멘토'라는 용어 자체가 격식에 치우치지 않는 자유로운 다악장 양식을 의미한다. 또한 디베르티멘토 양식은 악장의 수, 연주자의 수 및 악기 편성도 다채로움을 지향하며 음악을 통해 무겁고 진중한 메세지를 전하기 보다는 청중들과 교감하고 소통하는 방식을 지향한다.


결국 음악의 본질이란?

 필자는 몇년 전 독일에 거주하는 한인 이민자 자녀들의 음악활동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 연구 참여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던적이 있었다. 연구 질문은 "음악 활동이 독일 사회에 적응하는데 있어서 어떠한 역할을 했는가?"였는데 이 질문에 대해 연구 참여자들은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따라 낯선 독일로 이민을 와서 처음으로 학교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언어와 문화 장벽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콘서트 준비,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활동과 같은 음악활동을 통해 독일 학교 생활 및 문화를 이해하고 친구들과 진심으로 마음을 열고 사귈 수 있었고 더 나아가 이민자로서 독일 사회를 보다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되었다고 진술하였다. 그렇지만 이들은 자신들은 한국인이며 독일 사회에서 '이민자 자녀'라는 정체성을 독일 사회라는 주류에 자신을 끼워 맞추기 위해 굳이 감추고 싶지 않다고 하였다. 이들은 외모, 성장 환경, 언어가 다름으로 인해 경험했던 소외감과 외로움을 음악활동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독일 사회에서 유대감과 연대감으로 변화시킬 수 있었다. 영화 <디베르티멘토>를 보면서 몇년 전에 진행했던 연구참여자들과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은 공감을 가지게 되었다. 음악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는 것. 성별, 출신 지역, 경제적 환경 등을 뛰어넘을 수 있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있다는 것. 영화 <디베르티멘토>에서 자히아와 페투마 자매가 지향했던 생각처럼 음악은 세상을 바꿀 수 없지만 사람을 바꿀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음악의 본질이 아닐까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놀 줄 아는 B급 강남오빠 싸이와 이희문의 <나팔바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