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남자들은 여자 마음이 완전히 돌아서야지만 바뀌는 걸까요?"
나에게는 남편이 하나 있다. 네일숍 사장님은 내 남편을 "남편 비슷한 거" 혹은 "무늬만 남편"이라고 부르지만. 혹은 "법적으로만 남편"이라고 부른다.
네일숍 사장님을 만난 건 전적으로 남편 덕분이었다. 남편과 사이가 나빠지고 나서야 결혼하고 처음으로 네일을 받으러 갔다. 내가 돈을 더 많이 버는데도, 그는 내 소비에 사사건건 제동을 걸었다.
옷 몇 벌만 사도 왜 이렇게 많이 사느냐고 했다가 아웃렛에서 얼마 주고 샀다고 말하면 입을 다문다. 연말정산 몇 푼 더 받아보겠다고 남편 카드를 쓸 때는 결재금액이 10만 원만 넘어가도 "이거 뭐에 쓴 거냐"라고 물었다. 그는 언제나 "다 우리 잘 살자고 하는 소리"라고 말했지만, 어쨌든 결혼 후 7년 간 네일숍 한 번을 못 갔다.
처음 네일숍 사장님은 내 손톱을 보고 의아해했다. 나이도 젊고 꾸밀 줄 모르는 것 같지도 않은데 손톱이 이게 뭐냐는 얼굴이었다.
"여태 혼자 손톱 정리했어요? 다이소에서 파는 천 원짜리 네일 도구로?"
정곡을 찔리자 나도 모르게 변명처럼 그간의 일을 털어놓았다. 이야기를 다 들은 그녀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남 일에 함부로 끼어들지 않을 만큼의 지혜는 갖춘 분이었다. 그리고는 딱 한마디를 건넸다.
"그냥 본인 인생에 집중해요. 자기 인생 살아요."
그때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온전히 이해하기까지 꼬박 몇 달은 걸렸던 것 같다.
오랜만에 네일 숍을 다시 찾았다. 사장님은 반갑게 웃으며 나를 맞아주었다.
"엄청 오랜만에 보네요?"
"네, 요새 일도 열심히 하고, 대학원도 들어갔어요. 바쁘게 살다 보니 시간이 없더라고요."
"남편 하고는 좀 어때요?"
"요샌 싸우지는 않아요. 바빠서 신경 쓸 시간도 없고, 남편이 잘하려고 노력해요. 어제도 학교 수업 끝나고 늦게 집에 왔는데 밥 안 먹고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예전 같으면 기다리기는커녕 먹고 남은 설거지만 싱크대에 잔뜩 쌓여있었을 텐데 말이죠."
사장님은 오묘한 표정을 짓더니 한숨을 푹 쉬었다.
"그래도 남편이 나름 노력하네요."
"그렇지만 문제는 마음이 안 돌아온다는 거예요. 남편이 가까이 다가오면 저도 모르게 몸이 굳고 피하게 돼요. 이래서 어떻게 같이 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러게, 마음이 문제네."
"그래서 남편한테 말해요. 나를 이렇게 만든 건 정말 대단하다고. 저 진짜 사람 쉽게 안 놓거든요. 해볼 수 있는 건 다 했어요. 화도 내보고, 좋은 말로 타일러도 보고, 이해도 해보고, 참아도 보고... 그렇게 이 관계에 모든 걸 다 쏟아붓고 나니, 떠난 마음이 돌아오질 않네요."
"말로 해서는 안 들었을 테니까."
"그럼 어떻게 했어야 해요?"
"본인이 변했어야지. 지금처럼."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아, 그러니까 지금 그 말은 상대는 여태 제 말을 전혀 못 알아들었다는 거네요?"
"그럼요. 지금처럼 냉정하게 굴어도 처음에는 신경도 안 썼죠?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도 몰랐을걸요?"
"어떻게 아셨어요?"
실제로 남편은 내가 최후통첩을 날린 후에도 한 달간 내게 한마디도 걸지 않았다. 새벽에 울면서 이혼하자고 했을 때조차, 그는 자기가 뭘 그렇게 잘못했냐고 되물을 뿐이었다.
"그럼 남자들은.. 여자 마음이 완전히 떠난 걸 알아야만 심각성을 깨닫는다는 거네요? 그때는 너무 늦었잖아요?"
"그게 인생의 비극이죠."
그렇다. 사람은 자신에게 더 이상 기회가 없음을 알아야 절박해진다. 그 절박함을 느껴야 비로소 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냉정함은, 상대에 대한 애정이 남아있는 동안은 불가능한 일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대체 왜 그는 내 마음이 떠나고 나서야 나의 소중함을 깨달은 걸까? 그리고 왜 우리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서야 비로소 원하는 것을 얻게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