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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우 Aug 30. 2023

팀장님, 이건 못하겠습니다.

나한테만 일이 몰릴 때 대처하는 방법


팀장이 부른다. 

"이거 정말 급한 일인데, 혹시 해줄 수 있어?"


기가 막혀 말문이 막힌다. 

지금 하는 일도 많은데, 그걸 알고 있긴 한 건지 모르겠다. 

대답이 없자 팀장이 내 눈치를 본다.


"너 지금 일 많은 건 아는데, 급한 거라 시간이 없어서... 

 믿고 맡길 사람이 너밖에 없네..."


그 말에 마음이 약해진다. 속으로 한숨을 삼킨다.


‘내가 하고 말지, 나 말고는 할 사람도 없다잖아.’

체념인지, 푸념인지 모를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이번에도 알면서도 속아주기로 한다.


정신없이 일하다 시계를 보니 6시를 훌쩍 넘겼다. 

뭐라도 먹어야겠다 싶어 일어나 보니 사무실에 나 혼자다. 

나만 빼고 전부 다 퇴근했다. 어쩐지 울컥한다. 


이런 경험, 있지 않은가?      




'이 일은 못하겠습니다.'

일이 몰리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할 줄 모르는 말이다. 

말을 못 하니 일이 몰린다. 감당하기 어렵지만 내색하지 않는다.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돌아오는 건 노력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정, 그리고 '더 많은 일'이다.

결국 번아웃이 온다. 억울함과 분노가 첫눈처럼 조용히 쌓인다. 


이 모든 게 못하겠다고 말하지 못하기 때문에 벌어진다.      



Why?

못한다고 말해도 된다. 왜 그런 줄 아는가?


아무도 당신이 100%, 아니 120%를 쏟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대부분의 사람은 일할 때 자기 능력의 80%만 할애한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당신의 성과 역시 당신 능력의 80% 정도라고 여긴다.


결과가 좋을수록 더 많은 성과를 기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당신에게 에너지가 남아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리라 기대한다.     

 

직장 생활을 30년 넘게 한 아버지에게 물었다. 

“힘들면 못하겠다고 말해야지. 팀장도 사람인지라 아무래도 잘하는 사람한테 계속 시키게 되거든. 

아무 말이 없으면 괜찮은 줄 알지. 나중에 힘들다고 하는 것보단 미리 말하는 게 나아”


자신을 위한 20%의 여유를 남겨둬야 한다. 

그 일은 당신밖에 할 수 없다. 그러니까 못한다고 말해도 된다.      



How To!

물론, 무턱대고 말해서는 안 된다. 약간의 스킬이 요구된다.     


1.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자. 

못한다고 말하지 못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자. 사람마다 그 이유는 다르다. 완벽하지 못하면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생각 때문일 수도 있다. 능력이 없으면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을지도 모른다, 혹은 칭찬받지 못한 어린 시절 때문에 윗사람의 칭찬에 목을 매는 것일 수도 있다.

내 안에 무엇이 나의 입을 막고 있는지를 먼저 찾아봐야 한다. 그걸 인지하지 못하면 입을 뗄 수 조차 없을 것이다.     


2. 못한다고 말하는 법을 연습하자. 

  a. 먼저, 공감한다. 

    “팀장님, 급한 상황은 이해했습니다.”

  b. 근거를 든다. 

    “하지만,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A, B, C가 있고, D는 기한이 촉박해서요.”

  c. 조언을 구한다. 

    “제가 이 일까지 하긴 어려울 것 같은데, 조정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d. 팀장이 물어볼 경우, 대안을 제시한다. 

    “이 업무가 급하면, D를 다른 사람이 맡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다음과 같다.


1. ‘못한다’는 표현을 직접적으로 쓰면 안 된다.

   단어 자체를 귀로 듣는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긍정적 단어(도움, 조정, 배려 등)를 사용하여 거절하는 법을 연습해야 한다. 


2. 팀장의 잘못을 지적해선 안된다. 

   “업무를 공정하게 배분하는 게 팀장님의 역할 아니에요?” 이런 식으로 말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팀장도 사람이다. 잘못을 지적하면 반발심이 생긴다. 공격은 자제하자. 


3. ‘나 말고 할 사람이 없는데’라는 생각을 버리자.

   일을 배분하는 건 팀장의 일이다. 당신이 팀장의 일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일은 누군가 하게 되어 있다. 정 안되면 팀장이 직접 할 것이다.




인생, 너무 힘들게 살지 말자. 

못하는 건 못하겠다고, 힘든 건 힘들다고, 최소한 그 정도는 말하고 살자. 


당신을 위해서다. 

당신을 위해 쓸 수 있는 에너지를 20%만 남겨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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