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마음이 너무 시리고 아파...
Nov 16, 2023
그에게서 할로윈 문자가 오고 나서 5일이 지났을 때였다. 여느 주말과 같이 나는 딸아이와 카페에 앉아서 긴장을 풀며 따뜻한 음료로 목을 축이고 있었고, 헤어질 때 그가 했던 말을 혼자 곱씹으며 그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띠딩! "네 딸 생일을 축하해." 그에게서 온 문자였다. '지금 나랑 장난하나?' 사실 너무 행복하고 기뻤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화도 났다. 내가 보낸 문자에 대한 답장이 아닌 딸아이의 생일을 챙기는 문자라니... 답을 보내면 안 된다는 걸 알았지만 생일날짜는 똑바로 해 둬야 할 것 같아 답을 보냈다. "내 딸 생일은 25일이야." 그랬더니 문자가 바로 왔다. "미안해. 내가 왜 5일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어. 미안." 여기까지도 내 문자에 대한 답장은 전혀 없었다. 씹기로 했다.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그도 나의 문자를 무시했기에, 아니, 여기서 그의 문자에 대해 답장을 하면 허공을 향해 인사하듯이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 같기에. 영양가 없는 문자. 내가 원하지 않았던 문자. 그에게서 내 문자에 대한 답장은 여전히 없었다.
잊을만하면 그에 게서 오는 안부 문자. 내 안부도 아니고 내 딸아이의 생일을 챙기는 문자라니... 원래 사람을 잘 챙기는 사람이고, 우리가 같이 보낸 시간 동안 (직접 그가 내 딸을 만난 적은 없지만) 내 딸을 정말 자기 딸처럼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해 주었던 사람이라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한 편으로는 서운했다. 나의 감정 따위는 생각하지도 않는 것일까? 이렇게 그가 함부로 안부 문자를 보낼 때마다 요동치는 내 마음은, 다시 힘들어지는 내 마음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는 것일까? 다시 화가 나기 시작했다. 이러려면 헤어질 때 문자로 다시는 연락하지 않겠다는 말을 애초에 하지를 말던지.
힘든 첫 주가 지나가고 둘째 주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기억이 났다. 장을 보러 갔다가 갑자기 공황장애가 와서 숨 쉬는 게 힘들어져 집에 돌아와 침대로 기어 들어가 펑펑 울고 보냈던 하루. 밖을 걸으면 세상 모든 게 그의 얼굴로 보이고, 어쩌다가 이별 노래가 들리면 또 내 이야기 같아서 펑펑 울고 또 울고 보냈던 하루. 핸드폰 사진을 정리하려다가 그의 사진들을 보고 펑펑 울고 또 목이 터져라 엉엉 울고 보냈던 하루... 이 모든 하루들이 모여 결국 이 시간들도 다 지나가겠지. 그 사람을 잊으려고 갖가지 노력을 해 봐도 잊히지가 않았다. 오히려 우리의 첫 만남, 그 사람과의 소중했던 시간들, 그의 목소리, 그리고 그의 웃는 얼굴이 더욱더 또렷이 생각날 뿐이었다. 문득, 또다시 당한 KO에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이 들었다. 주위에서 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해도 들리지 않았다. 아니, 사실 시간이 약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시간이 가지 말고 우리를 다시 그때로 영원히 붙잡아 두었으면 했다. 그래서, 우리 사이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2023년도가 끝나기를 바라지 않았다. 끝나버리면 그가 날 영원히 잊어버릴 것 같아서. 내가 그를 잊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셋째 주가 왔다. 내가 아직도 그에게 미련이 남아있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생각해 보니 너무 갑자기 문자로 온 이별통보라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 사람이 우리의 3개월을 아무리 나쁘게 그린다고 해도 나에게 있어서 그 3개월은 무엇보다 아름답고 정열적인 그리고 또 값진 시간이었다. 그와 있는 동안 나는 성장했고 나는 더 강해졌다. 그는 나에게 많은 선물을 주고 갔다. 내가 부담스러워서였거나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가 비록 나를 떠났을지언정, 나는 그가 나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에 대해 알려주고 싶었다. 그리고 오해 없이 끝내고 싶었기에 진심을 담아 마지막 장문의 문자 (그가 보냈던 것 같은)를 보냈다. 나는 사실 다른 사람을 원하지 않고 너만을 원한다고. 그가 돌아오고 싶다면 나는 언제든 준비가 되어있고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주 위험한 발상이다), 그가 사귀는 단계까지 가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 나는 그것도 흔쾌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노라고. 이야기를 다시 해 보지 않겠냐고.
그렇게 월요일 저녁에 심호흡을 길게 하고 문자를 보냈다. 딱 2주 만에 보낸 내 진심이 담긴 문자였다. 그에게서는 여전히 답장이 없었다. 또다시 아픔이 찾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미리 아픔을 예상하고 보낸 문자였기에 첫 번째 문자보다는 타격이 좀 덜 했다. 3일이 지난 후에도 무응무답이지만, 나는 어제부터 다시 목표를 세우고 새로운 사람으로 살기로 결심했다. 나는 여기서 주저앉지 않을 것이고, 이 아픔을 계기로 꼭 성공할 것이고 더 보란 듯이 당당해질 것이다. 비록 우리가 타이밍이 엇갈려서 같은 시기에 서로의 감정이 일치되지는 않았지만 나는 그와의 추억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고 그를 영원히 잊지도 않을 것이다.
이 연애로 인해 배운 점이 많다. 연애란 혼자 너무 빠른 속도를 내고 달려가서도 안 되고 그 사람을 배려해 주어야 하며 그 사람의 입장 또한 고려해 주어야 한다는 것. 안 그러면, 한쪽이 쉽게 부담을 느끼고 지칠 수가 있다는 것.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감정이 더 크다고 해서 억지로 나의 더 큰 마음을 그 사람의 마음에 끼워 맞춰서 같이 있어 보려고 해 봤자 결국 나한테 돌아오는 것은 큰 아픔뿐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그리고, 나는 알고 있다. 놓아주어야 될 타이밍에 놓아주지 못하면 이것은 사랑이 아니라 어느 시점부터는 집착이 되어 버린다는 것을. 그리고, 이 집착을 반드시 끊어내야 한다는 것을. 나는 나대로, 그는 그대로 서로에게 있어서 베스트인 결정을 내린 것뿐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서로가 원하는 것을 찾아 나선 것뿐이다. 나는 진심을 전했고 늘 그렇듯이 내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이별 후에도 늘 그의 감정을 먼저 생각하고, 그가 받았을 상처를 걱정해 왔지만 이제부터는 나한테도 친절하고 나를 더 아껴주고 사랑해 주어야 한다는 것을 서서히 배워 나가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