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밍이 어긋난 버린 감정...

혼자라는 것을 부정하고 싶은 연애의 결말...

by Jihyun

Nov 01, 2023


딱 3개월이었다. 7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할로윈 바로 전 날 아침, 그에게서 한 통의 문자가 왔다. 왠지 모를 두려움에 읽고 싶지 않았다. 애써 태연 한 척 나중에 읽으려 했지만, 하지만, 결국엔 읽어버리고야 말았다. 그가 쓴 말을 요약하자면 이랬다. 그가 하는 모든 일이 나에게 상처를 주는 것만 같고, 자신은 문제만 일으키는 것 같으며, 자신이 나에게 주는 것이 충분하지 않은 것 같으므로 더 이상 내가 불행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덧붙여 자신이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너무 느려서 미안하다는 말이었다. 늘 우리 관계에서 그는 자신이 나쁜 사람인 것 같았기에 이제부터 다시는 나에게 연락하지 않을 것이며 내가 내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그걸로 우리의 관계는 끝이 났다. 그렇게 한 통의 일방적인 문자를 통보받고 나는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처럼 어안이 벙벙했다. 만약, 토요일 저녁에 내가 전화로 고백을 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우리의 관계를 조금 더 확실하게 하고 싶다는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아직도 연결되어 있을까?


20대의 연애를 마지막으로 오랜만에 내게 다가 온 이 3개월의 짧지만 강렬했던 연애는 다시 나에게 매몰찬 상처만 주고 떠났다. 오늘 아침에 문자를 본 것이 큰 실수라면 그렇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나는 생각보다 큰 충격을 받았고 그래도 하루의 일과를 끝내야만 한다는 강박 (?) 하에 밖에서 장을 보다 갑자기 불안증세가 심해져 호흡곤란이 왔고,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집에 와서 약을 다시 입에 탈탈 털어놓고 강제로 쉴 수밖에 없었다. 눈물이 펑펑 났다. 가슴이 아팠다. 일 년 전 이혼을 결심했을 때만큼 눈물이 났다. 머리가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해버렸고, 마음이 너무 아파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슬픈 노래를 들으면 두 번 다시는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아 들을 수 조차 없었다. 나는 그날 하루종일 비계에 얼굴을 파묻고 마구마구 울었댔다.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그에게 문자를 보내고 난 뒤였다. "우리가 지금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얘기를 하고 싶어..." 끝이라면, 이게 정말 끝이라면, 마지막으로 얘기를 하고 끝내고 싶었다. 이렇게 일방적으로 통보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에게서 답장은 없었다. '그가 늘 말했던 것처럼 나도 다른 여자들처럼 벌써 차단당해 버린 것일까?' 두려웠고 불안했다. 무서웠다. '이게 실연의 아픔이란 건가?' 사실, 저번주에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벌써 답은 나와 있었다. 그는 나와만 데이트를 하는 중이라고 했고 (미국에서는 정식으로 사귀기 전에 여러 명이랑 데이트를 하기도 하는데 그중 마음에 드는 한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랑 둘이서만 데이트를 한다), 나는 그것보다 더 많은 것을 원했다. "(우리가 지금 사귀는 것이 아니라면) 그럼 내가 다른 사람을 만나도 당신은 괜찮아?"라고 물어봤을 때 돌아온 대답은 혼란스러웠다. "만나도 되지. 그렇지만, 내가 너의 일 순위였으면 좋겠어". 자신은 지금 나 이외에는 아무도 만나고 있지 않다는 말과 함께. 이건 대체 또 무슨 말이란 말인가...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것은 아닐 텐데, 꼭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여유로운 남자의 말투 같이 들렸다.


그렇게 계속 잠을 못 이루는 날이 지속되다 결국엔 토요일에 그 일이 터져버렸다. "왜 자꾸 너는 우리의 관계를 정립하려고 해?" " 왜냐하면, 너에 대한 내 감정이 자꾸 커져가고 있어". 그게 실수였다. 그와 내가 만약 같은 곳을 보고 있었다 하더라고 우리는 서로 다른 스피드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는 엄청 신중한 사람이었고 자신의 삶을 쉽게 오픈하지 않는,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천천히 긴 연애를 하고 싶다고 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는 늘 그렇듯이 불같이 타오르는 사랑에 빨리 관계 정립을 하고 안정감을 얻고 싶어 했다. 지금 내 삶의 모든 게 불안정했다. 적어도 이 관계만큼은 안정적이길 원했다. “왜 자꾸 너의 감정을 나한테 던지는 거야? 그래서... 그만두고 싶어? 그만두고 싶냐고..." 그가 물었다. 나는 차마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래, 내가 생각해 보고 고쳐볼게. 나중에 전화하자". 그게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그리고 믿기지는 않았지만, 그게 우리의 마지막 통화였다.


그의 입장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결혼 생활은 힘든 나날의 반복이었고 결국엔 그 결혼이 이혼까지 다다랗고, 그전에도 마음 아픈 연애를 많이 한 사람이라 마음의 상처가 많을 것이라고. 그래서 마음을 쉽게 오픈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짐작은 했다. 하지만, 나도 나의 감정이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내가 매일 먼저 만나자고 한다던가, 그가 나를 자신의 집에 초대해 주지 않아서 서운해한다던가, 그런 자잘한 자존심 상하는 일들은 우선 둘째 치고, 우리 사이에서 내가 진짜 원했던 것은 안정감이었다. 이 사람과 나와 둘이만 만난다는 그런 연애의 시작점을 제대로 찍고 시작하고 싶었다. 서로의 비슷한 상처를 보듬어주고 진심으로 아껴줄 수 있는 연애를 그와 한 번 해 보고 싶었다. 그와는 그게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 모든 게 무너져 버렸다.


정신없이 울며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그다음 날 화요일 오후에 문자가 왔다. "너랑 네 딸이 할로윈을 잘 보냈으면 좋겠고ㅡ 문자 보내서 미안하지만 (안 보낸다고 했으니), 절대 장난하는 마음에서 이러는 건 아니고... 네 딸 생일 선물을 보냈는데, 네 딸이 즐거운 생일파티를 보냈으면 좋겠어. 행운을 빌어."라는... 진짜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순간 울컥하고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또 그가 금세 그리워져 눈물이 흘렀다. 그래... 그는 원래 이런 사람이지. 주변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챙겨주는 착한 사람이고 배려심이 많은 남자. 어떻게 보면 그냥 끝까지 착한 사람인척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아직도 그를 많이 그리워하나 보다. 하지만, 그의 깊은 마음의 상처와 그 상처를 둘러막고 있는 방패막을 뚫기는 결코 쉽지 않았다. 그에게서 "다시 이야기하자."라는 말은 듣지 못했다.


이 모든 일의 원점은 나의 외로움으로부터 시작된다. 나는 혼자 있는 것을 무서울 정도로 두려워하고, 나와 둘이서만 시간을 보내는 것을 잘하지 못한다. 그런 상태에서 그 사람이 내 인생에 한 줄기 빛처럼 들어왔고, 내 인생은 그날부터 노란 꽃 밭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많이 부담스러웠을 것도 같다. 나의 불같은 성격과 한 번 시작하면 끝장을 보려 하는 끈질김에 지쳤을 수도 있겠다. 분명 서로가 맞춰 갈 수 없었던 부분도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는 나의 감정이 중요했고 그도 그의 마음을 지키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다가 서로가 지쳐가던 타이밍에 이 일이 터진 것이다. 확실치 않은 관계와 다른 연애 성향, 그리고 전 연애를 통해 받은 상처의 깊이, 서로의 입장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던 이번 연애, 나의 급하고 극단적인 성격, 이 넷 중 어느 하나가 다 부드럽게 융통성 있게 돌아가는 부분이 없었다. 서로 이해를 할 수 없었던 연애는 여기까지... 3개월의 그 강렬하고 애틋했던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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