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애는 어렵다...

모든 연애는 어렵지만 특히 국제연애는 더 어렵다...

by Jihyun

Oct 08, 2023


결국은 국제결혼으로 이어진 한 번의 국제연애실패라는 경험을 하고 두 번 다시는 하지 않으리라 했던 나인데…그런 내가 또다시 국제연애를 하다니… 내 문화와 내 감정을 오롯이 내 언어로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을 만나리라 그토록 다짐을 했건만 그런 나의 계획은 어김없이 이렇게 또다시 무너지고야 만다. 오해하지 마시길… 국제연애가 절대 나쁜 것은 아니다. 국제연애를 해서 성공해서 행복하게 사는 커플도 분명히 있다. 늘 그렇지만, 국제연애를 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할 수 있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외국어로 편안하게 다 할 수 있다면 그것은 결코 나쁘지만은 않다. 물론, 서로 자라온 환경이 전혀 다를 테니 다른 문화를 공감하고 그 고유의 정서를 이해할 수 있다면 더욱더 수월하게 그 국제연애는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외국어가 편하다고 해서 아니면 상대가 하는 말을 다 알아듣고 (그냥 단순한 대화가 아닌 이야기의 숨은 깊은 뜻이 파악이 되고) 대화가 가능하다고 해서 서로 공감하기 힘든 문화와 뭔지 모를 (?) 마음의 장벽이 좁혀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렇다. 늘 그렇듯이 국제연애는 내게 어렵다. 말이 안 통해서 어려운 게 아니라 (말이 안 통하면 진짜 엄청 답답하긴 하지만...) 무엇인가 둘 사이에 넘지 못할 큰 장벽이 하나 있는 거 같다.


그는 내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접해보는 문화권의 사람이다. 영어와 스페인어 두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그는 이러한 점에서는 나와 비슷하지만 (나는 한국어와 일본어, 영어를 한다), 나와는 분명 다른 점 또한 많은 사람이다. 물론, 그가 돌싱이라는 것, 이혼 후 지금은 어른이 되어버린 아들의 육아를 혼자 쭉 도맡아 해 온 것, 그리고 나와 비슷한 결의 이혼의 아픔을 경험한 사람이라는 것은 분명 나에게 그를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나는 이 연애가 너무나도 어렵다. 서로를 알아가는 단계에서 오해를 할 수 있고 의심도 생길 수 있고 (나는 사람을 이제는 잘 믿지 않기로 했기에), 자신만이 아는 농담이 상대에게 통하지 않거나 내가 나쁜 의도 없이 툭 건넨 한마디가 그에게는 거슬리게 들릴 수도 있기 때문에 너무 어렵다. 문화 차이인가? 그도 아니면 성격차이일까?? 특히, 전화로 이야기를 할 때면 더더욱 어렵고 조심스러워진다. 국제연애를 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한없이 다정함에 가려진 문화차이를 경험하고 나면 커다란 장벽에 부딪치게 되어 종종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솔직하고 직설적인 그는 나에게 칭찬도 자주 할뿐더러 (칭찬받으면 부담스러운 나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해 자주 다투기도 함) 자신이 이해가 안 되면 곧 언쟁으로 이어지곤 했는데 나는 그게 너무 진이 빠지곤 했다. 무엇인가 내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검사당하고 채점 맞혀지는 그런 느낌이랄까... 같이 있으면 분명 그의 얼굴을 보고 표정 또한 읽을 수가 있기에 그가 어떤 뜻으로 그 말을 하는 건지 대충 어림짐작이라도 할 수 있지만 전화상으로는 아무래도 한계를 느낀 적이 적지 않았다. 심지어 한국 사람들끼리 가끔 톡으로 이야기할 때도 오해의 소지가 생기지 않던가…


어제 3주 만에 14시간을 같이 있으면서 내내 생각한 것은 분명 나도 그도 서로를 좋아한다는 것.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지만 그와 같이 있으면 그에게 가까이 가고 싶고 계속 안고 싶고 나도 모르게 웃게 되고 자꾸 키스하고 싶어진다. 그가 나를 사랑스럽게 안아줄 때, 그의 큰 팔에 쏙 들어가서 그 따뜻한 온기를 느껴 나도 모르게 스르르 잠에 빠져 들 때, 나는 나도 모르게 무엇인가 포근하고 아늑한 느낌에 젖어든다. 그의 안에서 나는 이렇게 영원히 안전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든다. 그를 자주 볼 수 없고 연락도 자주 되지 않아 서로 맞지 않는 것 같다는 한계를 느꼈던 것도 어느새 곧 작은 점들이 되어 내 눈앞에서 휙 사라져 버린다.


지금 돌싱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섣불리 우리가 어떻다고 하는 관계정립 또한 할 수 없는 나이기에, 사실 지금 내가 연애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라는 것 또한 잘 알기에, 오늘도 빨리 이혼이 무사히 마무리되고 내가 자립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어느 연애나 다 그렇듯이 그 끝을 알 수 없기에 더 두렵고 초조하고 불안하다. 그에게 더 잘 보이고 싶기에 혹여나 내가 말실수를 하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하다. 긴장해서 혹시라도 내가 뱉은 말이 내 의도와 상관없이 안 좋게 들리지는 않을까 말을 더 아끼게 된다. 더 솔직해지고 싶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주고 싶지만 그에게 절대 부담은 주고 싶지 않다. 상대를 배려해 주고 싶기 때문에 내 서운한 마음 또한 내가 온전히 달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나를 위해서도 그를 위해서도 그의 행동과 그가 하는 말의 뜻을 추정하고 내 멋대로 단정 지어서는 안 된다. 심지어, 우리의 알 수 없는 관계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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