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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Dec 10. 2021

인도여행기 첫 번째

시행착오

인도. 나에게는 신비로 둘러 쌓인 미지의 세계였다. 그 미지의 세계로 가게 될 줄이야. 여행책자, 블로그 검색을 통해 알게 된 정보들로는 인도 여행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기에는 부족했다. 그러나 겪어보지 못한 상황에 대한 불안감은 나 스스로가 만든 상상으로부터 시작된다. 


방콕을 경유하여 콜카타 공항에 도착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공항 밖으로 첫 발을 내디뎠다. 멀리서 나를 지켜보던 프리페이드 택시 직원이 어찌 알고는 나를 부른다. 크게 심호흡 한번 하고 대기 줄 제일 앞 택시에 승차했다. 터번을 쓴 나이 지긋해 보이는 아저씨가 친절하게 인사를 해온다. 그래. 오늘 무사히 숙소까지만 간다면 성공적인 여행 첫날이 되겠지. 그러나 내가 건넨 숙소 주소가 어딘지 모르겠다는 아저씨. 이건 내 계획에 없던 일이다. 계획에 없던 일이 생각보다 빨리 일어나 버렸다. 다른 택시 기사들에게 주소를 물어보는 아저씨, 순식간에 내가 탄 택시 주변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 한 마디씩 해온다. 그렇지만 아저씨는 여전히 모르겠다는 눈치. 그렇게 찜찜한 출발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 내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악명 높은 프리페이드의 '그 상황' 이 벌어졌다. 프리페이드 택시는 공항 안 부스 같은 곳에서 미리 숙소 거리에 따른 택시요금을 지불하며 결제 후 받은 영수증이 곧 기차표나 비행기표 같은 승차권이 되는데 그 표는 무조건 목적지 도착 시 택시기사에게 주어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이야기하는 그 상황이라 함은 승차표와 다름없는 영수증을 목적지 이전에 택시기사가 손님으로부터 받기만 하면 목적지와는 상관없는 곳이나 내려놓고 가버리는 것이다. 나는 단번에 안된다고 딱 잘라 이야기는 했지만 속으로는 나를 떠나려는 정신을 부여잡기 바빴다. 해도 떨어지고 9월의 인도는 어찌나 더운지.. 나의 불안감은 에어컨도 없이 창문으로 쉴 새 없이 들어오는 매연과 경적소리와 하나가 되어가고 있었다. 


결국 국제전화를 사용하여 숙소 직원과 통화도 시켜 주었지만 여전히 모르겠다고 영수증만 요구해오는 터에 내가 구글 지도로 확인하고 있으니 알려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택시기사 아저씨의 운전석 쪽으로 딱 달라붙어 오른쪽 왼쪽을 외치며 30km가량을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도착했다. 인도 도착 후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지쳐버린 나는 재빨리 체크인을 하고 침대에 몸을 맡겼다. 멍하게 천장에 돌아가는 팬을 바라보며 '잘 온건가? 휴양지를 갈 걸 그랬나'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시행착오가 없으면 여행이 아니지 라며 스스로를 격려하고 다음날 아침 마실 인도에서의 첫 짜이를 생각하며 겨우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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