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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Feb 03. 2022

인도 여행기 두 번째

My Friend!

콜카타에서 약 2시간 30분의 비행 후 델리공항에 도착했다. 콜카타 프리페이드 택시의 경험으로 인해 이번에는 픽업 서비스를 신청하였다. 게이트를 나왔더니 "Ms. Jihyun Lee"라 적힌 팻말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처음 가는 낯선 곳에 나를 기다리고 반겨주는 이가 있다니 비록 처음 만나는 사람이지만 이렇게 마음 편할 수 있을까. 숙소로 가는 길 드라이버 아저씨는 자기 와이프 사진을 보여주며 연신 자랑 중이시다. 사진 속 아저씨의 와이프는 정말 미인이었다. Such a lucky guy! 라며 엄지를 올리니 으스대듯 어깨를 한번 으쓱. 인도판 팔불출인가. 귀여우시다. 


가는 길 중간에 주유소도 들를 겸 아저씨 마실 물도 떠오겠다고 멈춰 섰다. 그렇게 6차선 대로를 쿨하게 건너 차례를 기다려 물을 받아오신 아저씨는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며 사과를 해오신다. 아니에요. 덕분에 편하게 델리 투어 하는 느낌이에요. 그렇게  콜카타와는 상반되게 편한 마음을 가지고 델리 거리를 구경하며 숙소에 도착했다. 모든 일은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이라 했다. 필요 없는 경험은 없으리라.


숙소 도착 후 짐을 풀고 숙소 옥상 테라스로 나가 짜이 한잔을 시켜 본격적인 델리 탐험 전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짜이 잔을 내려놓은 테이블 위로 거대한 새 그림자가 비쳐  올려다봤더니 독수리가 마치 한국의 비둘기 마냥 날아다니는 게 아닌가. 독수리라니. 나 정말 인도에 있구나.


휴식 후 은행도 갈 겸 코넛플레이스로 향했다. 숙소가 델리 역에서 가까운 곳이기는 하나 지하철은 애매했고 그렇다고 찌는 듯한 더위에 걸어갈 거리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래서 여행 첫 릭샤에 도전했다. 미리 숙지한 정보에 따르면 흥정을 위한 금액으로 원래 가격의 2배 이상은 부른다고 하니 그에 반을 깎아 보기로 했다. 줄지어 손님을 찾고 있는 릭샤 무리 중 한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그랬더니 그 사람과 그 주변 사람들이 나를 보며 'My Friend!' 라고 외치며 손을 들어 올리는 게 보이며 나를 태우기 위한 경쟁을 벌였다. 그중 한 아저씨에게 목적지를 이야기하고 아저씨가 제시한 금액의 반값을 불렀는데 단번에 OKAY! 흥정 실랑이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던 나에게는 오히려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다. 아무렴 어떻겠는가. 빠르고 합리적인 타협이 되었으니. 릭샤에 몸을 싣고 목적지로 가는 동안 아저씨는 자신이 어떻게 델리에서 일하게 되었는지 고향의 가족들이 몇 명이 있는지 또 자신이 얼마나 한국사람을 좋아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렇게 나를 프랜드라 불러주는 그에게 여행자 경계모드를 조금 내려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목적지에 다 달았을 때쯤, 그는 나에게 근처 여행자 센터에 대해 알려주었고 무료로 지도와 여행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가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무료 지도 당연 땡큐. 그렇게 지도 얻으러 간 센터에서 물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짜이 한잔 얻어 마시고 30분가량 여행 패키지 설명을 듣고 있는 나를 발견하였다. 더 길게 있으면 뭐라도 계약을 해야 할 상황으로 흐르는 듯하여 '미안 나는 패키지여행 필요 없어' 라며 일어나자 섬뜻할 정도로 바뀌어 버린 직원의 표정을 보며 황급히 자리를 떠야 했다. 적절한 타이밍에 잘 끊었다고 생각하며 밖으로 나왔더니 나를 태워준 그 릭샤 아저씨가 그 자리 그대로 있는 게 아니겠는가. 자기가 방금 다른 손님 태우고 왔는데 마침 네가 나온 거라며 상황 정리까지 해주더니 '이제 어디가? 내가 태워줄게. 우리는 친구니까 그냥 태워줄게 타'. 라고 말하는 그에게 'No thanks, have a good one' 이라고 말하고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그가 말한 'FREE'와 맞바꿔야 할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또 다른 여행자 센터에서의 30분일 수도 있고 기념품 가게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니면 정말 호의에서 나온 공짜 일 수도. 그러나 여행자 센터의 경험은 나로 하여금 여행자로서의 가져야 할 경각심을 다시 불러일으켰고 릭샤 아저씨들이 연신 외쳐대는 '마이 프랜드'는 진정한 프랜드가 아닐 수 있다는 씁쓸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쉴 새 없이 빵빵대는 경적 소리, 경계 없는 인도와 차도, 넘쳐나는 차와 오토바이, 릭샤, 사람들 무리에서 무질서 속 질서를 경험하며 델리의 한 거리를 무작정 걸었다. 그렇게 세월이 지나 인도를 회상했을 때 떠오를 이미지들이 내 머릿속에 하나둘씩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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