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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현 Jan 03. 2023

육아 202일째: 나는 누가 돌봐주나

잔디머리, 거무죽죽한 피부색, 늘어난 뱃살과 하이파이브하는 다크서클.

202일째 인생의 새로운 챕터를 살고 있는 나의 모습이다.

오늘 출산 후 처음으로 다시 러닝라이프의 복귀를 시도해 보았다.

3K를 뛰었고 3시간이 지난 지금 아파트 지면 아스팔트와 한 몸이 되는 것만 같다.

출산 후 산욕기라 칭하는 기간만 지나면 운동에 바로 복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독박육아의 삶은 나의 출산 이전모습도 생활습관도 돌려주지 않으려는 모양이다.


육아를 하며 생긴 가장 큰 의문은 '이 개고생을 모든 아이들 키우고 있는 가정에서 다 겪는다는 말이야?'였다. 그리고 따라오는 생각은 '왜 아무도 이 난리를 미리 경고해주지 않았나.'라는 것이다. '다 같이 엿 먹자고?' 꼬일 대로 꼬인 나의 마인드는 이따위 생각으로 나를 이끈다.

누군가는 힘들지만 보람된 육아를 하고 있을 것이다. 나도 어느 정도 그러하다. 그러나 '100일만 지나면 괜찮아진다.' '돌만 지나면 괜찮아진다.'라는 말로는 이 생활이 위로되지 않는다.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는 평생이다. 말 그대로 평생의 걱정거리가 생기는 것이다. 출산은 내가 살아오며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감정들에 대해 알게 해 주었다. 그것들 중 대부분이 아름다운 것이지만 이 걱정이라는 두려운 감정은 듬성듬성했던 내 새치들을 빼곡히 채워 넣고 있다. 아이가 조금만 콜록 거리린다 거나, 하루에 한 번 대변을 보지 않는다던가, 작디작은 손톱이 살을 파고들고 있다던가 해도 말이다. 이 걱정에서 자유로워질 때가 있다면 내가 눈 감을 때라는 무서운 사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채 아이와 마주한 걸까.

잃을 것이 생겨버렸고 약자가 되어버린 것 만 같다.


임신했을 때 아이에게 나의 일부를 떼어다 주는 기분이었다면 지금은 나를 갈아 넣는 것 같다. 곧 가루가 될지도. 나만 바라보고 나온 내 자식을 열과 성을 다해 돌보겠지만 나도 누군가에게 케어받고 싶은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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