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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행형 Jan 18. 2024

같이 잠자는 거 괜찮아?

겁 많은 유기견 임시보호 일기 7: 무디의 2주 차 수면생활


  무디의 켄넬은 거실에 있다. 그리고 무디는 켄넬 안에만 있다. 무디 온 지 9일 차, 나는 낮에 낮잠을 자러 침실로 들어갔다. 그러자 무디가 애착인형을 물고 따라 들어오더니 침실 안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고 보니 무디는 사람과 잠자는 걸 좋아한다. 밤에는 꼭 사람을 따라 침실에 들어와 잤다. 그런데 낮에도 사람을 지켜보다가 따라온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침대에 누워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무디도 침실 안에 있는 화장실 발매트에 애착인형을 베개 삼아 눕더니 잠이 들었다. 나는 그런 무디를 보고 침대에서 내려가 무디 옆에 이불을 깔고 누워보았다. 무디는 도망도 가지 않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무디 옆자리를 내어준 게 고마웠다. 1시간 정도 지났을까, 무디가 여전히 곤히 잠들어있는 것을 보니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내 인기척이 나면 무디가 깰 것이 분명했으니 말이다. 그러다 무디를 만져보려 했더니 무디는 화들짝 놀라며 켄넬로 뛰어 들어갔다.      


  신기한 것은 무디 온 지 10일 차 되던 날, 남편이 당직을 섰다. 무디의 켄넬 옆에 이불을 깔고 잠을 잤다. 그리고 나는 침실에서 잤는데, 무디는 과연 어디에서 잠을 잤을까? 무디는 켄넬에서 자지 않고 침실에 들어와 잠을 잤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남편과 거실에서 자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거실 소파로 자리를 옮겨 잠을 청하자, 무디도 따라 거실로 나왔다. 그리고! 무디는 한참을 고민하고 남편의 발 냄새, 손 냄새, 머리 냄새를 맡더니, 남편 발 있는 쪽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무디도 우리랑 잠자는 거 좋나 봐!’ 속으로 너무 기뻐 잠이 다 깼다. 무디는 남편과 이불을 공유하더니, 남편이 뒤척이자 켄넬로 들어갔다.      

 




  나는 내가 거실이 아닌 다른 장소로 옮기면, 무디가 파란색 애착인형을 물고 따라 들어오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일부러 낮 시간에도 나는 침실로 향했다. 드레스룸에서 저녁 식사를 한 적도 있다. 무디는 거실을 제외한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따라왔다. 화장실을 가면 따라 들어왔다. 아마 내가 대부분 시간을 거실에서 보내다 보니, 무디도 거실에 있는 켄넬에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무디가 주는 소소한 기쁨이 쌓여갔다. 무디가 조금씩 용기를 낼수록 행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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