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의 감성 아카이브 · behind the scenes by jiiin
내 세계는 보답으로 돌아간다.
저번 주에 이탈리아 친구의 생일을 챙기려고 다른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보답’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예전에 프랑스로 교환학생을 갔을 때 낯선 곳에서 보내는 첫 생일이었는데, 친구들의 축하 덕분에 따뜻한 추억으로 남았다. 그래서 한국에 놀러 오는 친구들이 있으면 다시 20대 초반이 된 것처럼 열심히 놀았다.
내 긴 여행의 시작과 끝도 결국 사람 덕분이었다. 파리에서 1년이 지나 기숙사 계약이 만료됐을 때, 친구가 아무 조건 없이 방에 머물게 해줬다. 덕분에 걱정 없이 휴학 생활을 준비할 수 있었다.
여행 직전, 배낭 하나를 뺀 나머지 캐리어들을 침대 하나 겨우 들어가는 친구 집 선반에 맡겼다. 솔직히 불편할 수 있는데도, 흔쾌히 받아주고 떠나는 날 아침밥까지 챙겨줬다. 덕분에 두 달의 긴 여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가진 거 하나 없던 대학생 시절, 편견 없이 마음 하나만 보고 나를 무조건 믿어준 친구들이 있었다. 그때의 고마움이, 다른 수많은 조건보다도 진심을 먼저 보는 사람이 되게 했다.
“진영 님도 나중에 후배 생기면 사주세요” 최저임금으로 버티던 인턴 시절, 점심을 자주 사주시던 사수님이 있으셨다. 그때의 감사함이, 열정 가득한 신입 팀원들께 망설이지 않고 밥 한 끼 사는 사람이 되게 했다.
‘착하게 살면 꼭 좋게 돌아온다’ 손해 보는 것 같아도 결국 다 돌고 돌아온다는 인생 철칙을 부모님께 배웠다. 그때의 공감이 나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조금 더 친절하려고 애쓰는 사람이 되게 했다.
내가 받은 모든 친절들이 그냥 흘려보내기에는 너무 선명해서, 계속 보답하면서 살아가야겠다.
우리의 세계는 그렇게 보답으로 돌아간다.
《보답》 · Or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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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hind the scenes by jiiin
shot on iPhone X, Paris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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