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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고도 낯선 뉴욕을 회상하며

일상을 여행처럼 살고 싶은 사람의 기록

by Jiiin 진
익숙하고도 낯선 뉴욕을 회상하며


1) 몬트리올에서 배낭을 다시 주섬주섬 챙기고 기차역으로 갔다. 시간과 체력이 전부였던 학생 시절이라, 교통수단은 무조건 제일 저렴한 것으로 예매했었다. 시애틀에 이어 두 번째로 가보는 미국 도시라 더 설렜던 것 같다.


암트랙(Amtrak) 기차를 타고 10시간 반 동안 미국 국경을 넘었다. 오전 10시쯤 출발해서 저녁 9시쯤 도착했는데, 단풍이 절정인 계절이라 창밖 풍경에 낭만이 가득했다. 경비행기가 강물 표면에 그대로 비치는 모습이 그림 같아 열심히 눈에 담기도 했다.


2) 뉴욕은 유럽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의 도시였다. 브루클린의 친구 집에서 12일 동안 지내며,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거리와 사람들을 만났다. 친구는 주말마다 다음 주의 밀프렙을 준비하고, 평일에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출근 전 헬스장에 갔다. 업계 특성상 그런가 했는데, 그 당시 이곳에서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지런해서 신기했다.


3) 매일이 잔잔하면서도 다채로웠던 것 같다. 파리가 깨끗하게 느껴질 정도로 노후된 지하철에 놀라기도 하고, 파리에서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과 거리를 걸으며 뉴욕 직장인의 삶에 대해 듣기도 했다. 여유가 있었기에 유명하지 않은 곳들도 들러 구경할 수 있었다.


허드슨 강을 산책하며 그날 본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가장 좋아하는 넘버를 반복해서 듣고, 미술관에서 하루 종일 작품에 푹 빠져있기도 했다. 폭우가 심해져서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파스타를 해먹고, 소파에 앉아 유튜브를 보며 햄스터와 놀던 날도 있었다.


4) 사실 사진을 올리기 전에 여러 영상을 붙여 편집하고 싶었는데, 이상하게도 뉴욕의 기록들은 하나의 음악으로 묶기가 어려웠다. 서울도, 파리도, 뉴욕도 대도시만의 매력과 피로가 공존하는 것 같다. 북적거림에 지치다가도, 다양한 사람들이 보여주는 각기 다른 삶의 모습들로부터 위로를 받기도 한다.


평소에도 더 많은 것을 보고 들을 수 있도록, 가끔은 일상을 여행처럼 살고 싶다. 뉴욕살이 절망편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로망은 많이 사라졌지만, 언젠가 다시 가게 된다면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학생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또 다른 사람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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