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의 수능을 준비하면서 깨달은 실패의 본질에 대하여
어렸던 당시에는 이게 내 인생에서 제일 힘들 줄 알았는데,
지금 보면 귀여울 뿐(?)ㅋㅋㅋ
내 처지가 바닥이라고 생각될 때,
앞으로는 더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걸 잊지 말자!
1) 19살, 첫 수능이 끝나고 저녁을 먹다 갑자기 수돗꼭지를 튼 것처럼 눈물이 나왔다. 망했다는 직감 때문일까, 바로 재수학원에 등록했다. 고등학교 4학년 같기도 한, 여전히 엎드려 자는 버릇은 그대로였던 사계절을 보냈다. 파워 정시러(?)였던 나는 그냥 고시에 도움이 된다는 과에 지원했고, 그렇게 대학생이 됐다.
2) 일 년을 기다렸던 새내기 생활은 즐거웠다. 엠티, 축제, 학회 등 웬만한 행사에 다 참여했고, 놀기도 잘했다. 그런데 전공 수업이 생각보다 재미가 없어 마음 한 구석에 공허함이 있었다. 원하는 걸 찾고 싶어 취업센터에서 진로상담을 받았지만,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말을 들었다. 사실 지금의 내가 그렇게 취업하고 살고 있어서, 현실적인 조언이었지만 그때는 들리지 않았다.
3) 성취감을 되찾기 위한 자극적인 돌파구가 필요했다. 홀로 많은 고민 끝에, 노량진 학원에 등록하고 부모님께 후통보를 했다. 반수생부터 6수생까지 다양했는데, 대학물(?)을 먹고 온 사람들이라 그런지 모각공(모여서 각자 공부) 그 자체였다. 수능은 내가 가장 익숙해하고 잘하는 거였기에, 이제 와서 들으면 미쳤다 할 수 있지만 과정은 보람찼다. 매일 아침에 등원해서 밤에 집에 오고, 점심 저녁으로 삼각김밥을 먹는데도 괜찮았다.
4) 결론적으로는 목표 점수를 달성하지 못하고 다시 학교로 복학했다. 사실 우리 학교에는 처음부터 애정이 커서 상관은 없었는데, 시험을 망했다는 생각 자체가 나를 괴롭게 했다. 동기들과 신나게 지내서면도, 패배자라는 단어가 뇌리를 떠나지 않은 적도 있었다. 그런데 재수, 반수를 함께했던 친구들이 몇 년 뒤 각자 인생을 잘 살고 있는 걸 보면서, 지금의 걱정도 나중에는 별것 아닐 수도 있다고 깨달았다.
5) 아무튼 몇 달 간의 방황이 있긴 했지만, 수능이 끝나자마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프로그램들을 찾아보고, 교환학생 설명회에 참석한 후 토플학원을 알아봤다. 고민만 하지 않고, 하나하나 실행으로 옮겼다. 그렇게 내 인생의 또 다른 문이 열렸다. 입시에 파묻혀 살 때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생겼다. 과연 이 모든 게 실패였는지 지금의 내게 다시 묻는다.
*솔직히 많이 오래돼서 다 잊고 있었는데, 작년에 퇴원하고 방 정리를 하다가 플래너들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지금은 이렇게 못 살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