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든 해외 경험
바쁜 ‘현생’ 속에서도 변화와 성장을 멈추지 않으며,
늘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 수 있는 내가 되길 바라며.
1) 비행기 창문 너머로 펼쳐진 구름을 바라볼 때면, 보통 여행을 막 시작할 때의 설렘을 떠올리기 쉽다. 도착하면 어떤 멋진 풍경이 펼쳐질지, 얼마나 다양한 사람을 만날지 기대한다. 나도 항상 그랬던 것 같다. 몇 시간 뒤의 골절 사고는 상상도 못한 채, 불이 반쯤 꺼진 비행기 좌석에 비스듬히 앉아 먹는 간식조차 낭만이라고 생각했으니까.
2) 하지만 약 1년 반 동안의 교환학생과 세계여행을 돌아보면, 나는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가장 성장했던 것 같다. 두고두고 미소 지을 추억이 생겨 뿌듯해하기도 하고, 친구와 앞으로 영원히 못 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오열하기도 했다. 예상보다 힘들었던 여행에서 벗어나 그리운 집으로 간다는 안도감부터, 강렬했던 새로운 풍경과 사람들과의 작별이 가져다준 이유 모를 공허함까지 함께했다.
3) 무엇보다도, 이 경험들 전과 후의 나는 절대 같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공식적인 학생 생활이 끝나고, 휴학을 하기 직전에 친구를 보러 로마에 갔었다. 다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공부나 취업 준비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혼자 타지에 남아있는 게 올바른 선택인지 끊임없이 주저하던 시기였다. 즐거운 여행이 끝나고 다시 파리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1년 동안의 일들이 머릿속에서 필름처럼 스쳐 지나가며 갑자기 눈물이 터졌다.
처음으로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 혼자 살아보며 아주 조금의 독립심이 생겼다. 몇 백 명 넘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그들의 세계를 알게 되고, 내 문화를 알려주기도 했다. 직접 살아보며, 미디어에서만 보던 아름다운 환상이 아닌 어두운 면들도 알게 되었다. 각 나라와 도시에 나만의 이야기들을 남기고 오기도 했다. 일상을 여행처럼 보내자고, 진심을 다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았던 게 좋게 돌아왔던 것 같다.
4) 지금은 여행과 아주 먼 삶을 살고 있다. 귀국 후 여느 대학생처럼 무기력하고 우울한 취준기간을 보내기도 했고, 연차를 편하게 낼 수 없는 업계에 취업해서 일하기도 했다. 다리까지 다쳐 예전처럼 느긋하고 자유롭게 여행을 가는 건 상상이 안 된다. 그때의 감정이 그리워 다시 떠나려고 하다가도, 무모하던 어린 시절과 달리 현실적인 문제들을 먼저 고려하며 선택을 미룬다.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 듯해 길을 잃은 것 같기도 했다. 에세이의 ”It’s like learning a foreign language that no one around you speaks“라는 구절이 마음에 와 닿았다. 내면과 꿈, 세상을 보는 시각이 변한 것은 분명한데, 어떻게 설명하고 적용해야 할지 고민되기도 했다. 몇 년이 지난 이제서야, 갈림길에서 내리는 결정이나 매일 떠올리는 생각들이 그때의 경험들에 큰 영향을 받아 왔다는 것을 알았다. 그 모든 것은 나를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들었더라.
*Thought Catalog의 에세이 <The Hardest Part Of Traveling No One Talks About> by Kellie Donnelly에서 영감을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