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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너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캐릭터 언급 하나 없는 <인사이드 아웃2> 후기

by Jiiin 진
완벽을 꿈꾸며
나 자신에게 많은 것을 기대했다


어떠한 인생의 풍파에도 강인하게 버틸 수 있는 단순한 사람이 되길 바랐다. 아무런 약점도 잡히지 않도록,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경청만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갑작스러운 감정에도 가면을 쓰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싶었다. 타인에게 미움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했다. 묵묵함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어느 순간에도 겸손의 미덕을 지키는 사람으로 살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일상의 매 순간
불완전했다


삶의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끝없이 흔들리며 복잡한 생각에 나를 가둔다. 솔직한 내 이야기를 가볍게 뱉고, 집에 오는 길에 경청하지 못한 것 같은 죄책감에 시달린다. 수많은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괴로워한다.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어서 타인의 눈치를 보다가 나 자신을 잃기도 한다. 나서야 할 것 같은 무언의 압박에 말실수를 하고 후회하기도 한다.

그런데 진솔한 이야기가
좋은 사람들을 불러왔다


고민들을 숨기지 않고 조언을 구하는 모습을 보고 큰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꾸며내지 않은 이야기들을 들려줘서 고맙다며, 나와의 대화를 통해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다채로운 감정이 무미건조한 하루하루에 낭만을 더해줘서 좋다고 한다. 실수해도 내 편이 되어주겠다고 한다. 적극적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며, 내 이름을 더 기억하게 됐다고 한다.


이십 대 후반부터
나는 예전과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그래도 가족이나 친구들과 아무말 대잔치를 하며, “너, 도대체 언제 카리스마 있고 과묵해질 거냐”고 농담하고 바보처럼 웃는 순간들이 가장 소중한 것 같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저런 상처로 성숙해지겠지만, 내 사람들 앞에서는 영원히 순수하고 철없이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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